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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과 자식교육 - 3. 준규쌤의 강연엔 그만의 무늬가 드리워져 있다 본문

연재/배움과 삶

대안교육과 자식교육 - 3. 준규쌤의 강연엔 그만의 무늬가 드리워져 있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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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준규쌤의 강연엔 그만의 무늬가 드리워져 있다

 

 

사람이 꽉 찼다. 준규쌤도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많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생각은 했을지라도, 많은 청중을 상대로 하는 강연은 처음이다 보니, 엄청 긴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강연 초반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럴 때 흔히 이런 모습 처음이야라는 말을 쓴다. 준규쌤이야 다양한 경험을 한 인생의 승부사적인 기질에다가, 사람을 만나 무언가 함께 하길 좋아하는 진취적인 성격에다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박학다식형이다 보니 떨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막상 무대에 선 모습에서 긴장이 느껴졌다. 근데 오히려 그런 낯선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졌다면 좀 오버라고 하려나.

더욱이 초반의 강연 내용이 이론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학술대회장에서나 느껴질 법한 아카데믹한 진지함에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긴장과 진지함, 그리고 가라앉은 분위기는 강연자를 짓누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준규쌤은 그 순간을 통해 점차 무대에 적응하고,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20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여전히 들어오고 있다.

 

 

 

나 지금 열변을 토하고 있니?

 

시간이 지나며 긴장은 어느 정도 완화되었고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았다. 준규쌤은 이번 강연 순서를 아래와 같이 정해왔다. 50분 동안 준비해온 내용을 강의하듯 이야기하고, 40분 동안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며 서로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진 후, 30분 동안 내용을 정리하며 끝내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흐름 자체가 파격이자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그건 다른 게 아니라 강연 내용을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 짓고 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는 점 때문이다. 명강사라 해도 질의응답 시간은 달가워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나, 인신공격적인 질문이 나오더라도 평점심을 유지하고,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러니 동문서답을 하거나, 흐리멍덩하게 대답할 경우 오히려 자신의 밑천이 드러나서 손해만 보게 된다. 그러니 웬만하면 그런 여지를 주는 시간을 가지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준규쌤은 질의응답 시간에 초반의 긴장하던 모습과는 달리 당당하고 의연하게 서서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따라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론적인 내용이 아닌 자신의 경험을 바탕에 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무슨 말인지 귀에 쏙쏙 들어왔고 가볍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강연장의 분위기도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앎의 파토스가 넘실대는 공명의 장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초반엔 긴장이 역력한 모습이 보이신다. 이런 모습 처음이야~

 

 

 

준규쌤만의 무늬가 한껏 드러난 강연

 

이 순간이야말로 준규쌤이 어떤 무늬를 지닌 사람인지 가감 없이 볼 수 있었던 순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강연을 들으며 윤리교과서의 내용이나, 누구에게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을 듣는 것이라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건 이미 세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주류적인 가치를 점유하고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횡행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동섭쌤이 개체 식별 가능한이라는 말을 주로 쓰는데,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곧바로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든, 혼란을 한 아름 안겨주는 이야기든, 때론 무슨 소린지 모르는 황당한 이야기든 상관없다.

 

 

무대에서 내려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결 여유로워지고 경험담까지 버무려 지니 분위기도 살아났다.

 

 

준규쌤은 -너는 짝말로만 존재한다”, “개인이 아닌 분인이어야 한다”, “소통은 오해일 뿐이다”, “부모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단죄하며 손가락질 하지 말고 추구하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그냥 들으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다. 물론 강연을 들었다고 해도 이에 대해 명료하게 알게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이야기는 준규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며 여기서부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느냐는 것은 강연을 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준규쌤의 무늬가 여지없이 드러난 강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후기에선 준규쌤 강연회의 특징과 강연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해봤다. 다음 후기에선 준규쌤의 무늬가 한껏 드러난 강연 내용을 통해 그때를 되돌아보도록 하자. 대부분의 말들이 충분히 충격을 안겨주는 내용이어서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이해한 대로, 풀어보려 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다. 그리고 그렇게 주말을 함께 보냈고 함께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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