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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에서 부질없이 짓다
서산만성(西山漫成)
정철(鄭澈)
明時自許調元手 晩歲還爲賣炭翁
進退有時知有命 是非無適定無窮
膏肓未備三年艾 飄泊難營十畝宮
惟是老來能事在 百杯傾盡百憂空 『松江原集』 卷之一
해석
明時自許調元手 명시자허조원수 |
밝은 때라서 재상감【조원(調元): 음양(陰陽)을 조화시켜서 대정(大政)을 집행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재상을 가리킨다.】이라 스스로 허용했는데 |
晩歲還爲賣炭翁 만세환위매탄옹 |
늙어서야 도리어 숯을 파는 늙은 이 되었네. |
進退有時知有命 진퇴유시지유명 |
진퇴에 때가 있고 운명이 있음을 알겠고 |
是非無適定無窮 시비무적정무궁 |
시비에 적당함이 없어 무궁함에 정해졌지. |
膏肓未備三年艾 고황미비삼년애 |
고황병【고황(膏肓): 치료할 수 없는 깊은 병을 말한다. 춘추 시대 진 경공(晉景公)이 병이 들어 진(秦)의 명의를 불렀다. 의사가 도착하기 전에 경공이 꿈을 꾸니, 두 아이놈이 말하기를 “내일 명의가 우리를 처치할 것인데, 우리가 고(膏)의 밑과 황(肓)의 위로 들어가면 명의라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 이튿날 명의가 진찰하고는 병이 고황에 깊이 숨어 고칠 수가 없다고 하였다. 『春秋左氏傳』 成公10年】에 삼년 묵은 쑥을 준비하지 못했고 |
飄泊難營十畝宮 표박난영십무궁 |
표류하느라 열 마지기 집 경영치 못했지. |
惟是老來能事在 유시로래능사재 |
오직 늙었어도 잘 할 수 있는 일[能事]이 있으니 |
百杯傾盡百憂空 백배경진백우공 |
백 잔을 죄다 기울여 백 가지 걱정 없애는 것이라네. 『松江原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선조(宣祖)의 뜻을 거스르자, 동인(東人)들의 탄핵을 받아 강계(江界)로 위리안치(圍籬安置)되었을 때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지금은 어진 임금이 통치하는 밝은 때라 스스로 정승감을 자부했는데, 여러 번의 유배를 겪고는 늘그막에 도리어 숯을 파는 노인신세가 되었다. 진퇴는 때가 있어 운명이 있음을 알겠고 시비는 정해진 길이 없다. 오직 늙어서 잘할 수 있는 일이란 술잔을 다 기울여 온갖 근심 없애는 것뿐이다.
이후 정철은 임진왜란의 발발로 석방되었다가 58세에 관직에서 물러나 강화에 내려와 지내다가 그해 12월에 삶을 마친다.
이 외에도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정철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은 우리말 노래를 잘 지었으니, 「사미인곡(思美人曲)」 및 「권주사(勸酒辭)」는 모두 그 곡조가 맑고 씩씩하여 들을 만하다. 비록 이론(異論)하는 자들은 이를 배척하여 음사(陰邪)하다고는 하지만 문채와 풍류는 또한 엄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를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연달아 있어 왔다[鄭松江善作俗謳 其思美人曲及勸酒辭 俱淸壯可聽 雖異論者斥之爲邪 而文采風流 亦不可掩 比比有惜之者]”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6~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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