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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고서 나지막이 읊조리며
대화만음(對花漫吟)
정철(鄭澈)
花殘紅芍藥 人老鄭敦寧
화잔홍작약 인로정돈녕
對花兼對酒 宜醉不宜醒
대화겸대주 의취불의성 『松江續集』 卷之一
해석
花殘紅芍藥 人老鄭敦寧 | 붉은 작약꽃 시들고 왕의 인척인 돈녕 정존겸(鄭存謙)은 늙어가네. |
對花兼對酒 宜醉不宜醒 | 꽃을 대하고 술까지 앞에 두었으니 마띵히 취하고 마땅히 깨진 말자구. 『松江續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시든 꽃을 대하고서 느낀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정철(鄭澈)이 마주하고 있는 대상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작약꽃이다. 그런데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아름답게 피어난 싱싱한 꽃이 아니라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시든 꽃이다. 꽃으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해 가는 시든 꽃에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파란만장했던 정치적 힐항(頡頏)을 겪고서 쇠해 버린, 따라서 더 이상의 현실적 가능성을 모색하기 어려운 처지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바라볼 때 자연 경물의 의미 또한 도학적(道學的) 의식 속의 그것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조선 전기 도학적 이념에 기반을 둔 시의식에서 형상화되는 자연(自然)은, 우주 만물과 인간에 내재하는 ‘리(理)’의 구현태이면서, 그 자체로 거대한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형상이었다. 따라서 자연 경관과 사물을 대하는 자세에 더 큰 관심이 있었다. 반면에 송강(松江)의 작품에서는 그러한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의미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박종우, 「송강 정철의 시세계와 정치현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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