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죽 최경창을 기억하며
억최고죽(憶崔孤竹)
백광훈(白光勳)
相思脈脈掩空齋 千里人今碧海西
孤夢不來秋夜盡 井梧無響月凄凄 『玉峯詩集』 上
해석
相思脈脈掩空齋 상사맥맥엄공재 |
빈 서재를 닫고 서로에 대한 생각 계속 이어지지만 |
千里人今碧海西 천리인금벽해서 |
천 리의 사람은 지금 푸른 바다 서쪽에 있지. |
孤夢不來秋夜盡 고몽불래추야진 |
외로운 꿈도 오지 않은 채 가을밤 다가는데 |
井梧無響月凄凄 정오무향월처처 |
우물의 오동나무는 소리도 없고 달은 서늘하고도 서늘해. 『玉峯詩集』 上 |
해설
이 시는 고죽 최경창(崔慶昌)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그리운 벗 최경창을 만나서 서재에 앉아 시도 짓고 술도 마시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서재를 닫아 둔 채 천 리 머나먼 황해도 벽해로 간 친구를 생각만 할 뿐이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데, 가을밤이 다 가도록 잠이 오지 않아 볼 수 없다. 문을 열고 서재 밖을 보니, 샘가에 오동잎은 소리 없이 지고 있고 달빛은 차갑게 비추고 있다.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 32번에서 백광훈(白光勳)을 포함한 조선의 시사(詩史)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조선의 시(詩)는 중종조(中宗朝)에 이르러 크게 성취되었다. 이행(李荇)이 시작을 열어 눌재(訥齋) 박상(朴祥)ㆍ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ㆍ충암(冲庵) 김정(金淨)ㆍ호음(湖陰) 정사룡(鄭士龍)이 일세(一世)에 나란히 나와 휘황하게 빛을 내고 금옥(金玉)을 울리니 천고(千古)에 칭할 만하게 되었다.
조선의 시는 선조조(宣祖朝)에 이르러서 크게 갖추어지게 되었다. 노수신(盧守愼)은 두보(杜甫)의 법을 깨쳤는데 황정욱(黃廷彧)이 뒤를 이어 일어났고, 최경창(崔慶昌)ㆍ백광훈(白光勳)은 당(唐)을 본받았는데 이달(李達)이 그 흐름을 밝혔다.
우리 망형(亡兄)의 가행(歌行)은 이태백(李太白)과 같고 누님의 시는 성당(盛唐)의 경지에 접근하였다. 그 후에 권필(權韠)이 뒤늦게 나와 힘껏 전현(前賢)을 좇아 이행(李荇)과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니, 아! 장하다[我朝詩, 至中廟朝大成, 以容齋相倡始. 而朴訥齋祥ㆍ申企齋光漢ㆍ金冲庵淨ㆍ鄭湖陰士龍, 竝生一世. 炳烺鏗鏘, 足稱千古也. 我朝詩, 至宣廟朝大備. 盧蘇齋得杜法, 而黃芝川代興, 崔ㆍ白法唐而李益之闡其流. 吾亡兄歌行似太白, 姊氏詩恰入盛唐. 其後權汝章晩出, 力追前賢, 可與容齋相肩隨之, 猗歟盛哉].”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0~3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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