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총평
1
이 글은 연암 그룹의 예술 취향과 그 정신적 깊이를 썩 잘 보여준다. 그리하여 자유로움과 초속적超俗的 태도가 글 전편에 넘친다. 이 글은 길이는 짧되, 그 깊이는 아주 깊고, 그 운치는 한량없다.
2
이 글은 유춘오 악회를 기념해 쓴 글이라 할 만하다. 이를 의식하기라도 한 듯 연암은 유춘오에서 있었던 두 건의 일을 두 개의 단락으로 병치해 구성하고 있다. 이 두 건의 일은 유춘오 악회의 수준과 분위기를 잘 집약해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연암이 유춘오 악회와 관련하여 쓴 글은 이것이 유일하다.
3
이 글은 이중二重의 교감과 소통을 보여준다. 하나는 인간 대 인간의 교감과 소통이요, 다른 하나는 인간 대 자연의 교감과 소통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연암의 예술철학이랄까 예술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사념이랄까 그런 것이 스며 있어 주목을 요한다.
4
연암은 이 시기 아주 힘들고 우울한 처지에 있었다. 그는 유춘오 악회에서 벗들과 함께 음악삼매音樂三昧에 빠지곤 함으로써 조금 위안을 받거나 잠시 울울한 심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예술에는 이처럼 사람을 어루만져 주는 힘이 있다.
5
이 글에서 연암은 글 속에 있기도 하고 글 밖에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악회의 일원으로서 음악을 감상하고 있기도 하고, 거기서 빠져나와 서술자로서 사태를 기술해 나가기도 한다. 이 점이 특이하다. 그것은 흡사 한 폭의 산수화 속에 화가가 산수 감상자로서 들어와 있기도 하고, 작가로서 그림 밖에 나가 있기도 한 것에 견줄 만하다.
6
이 글이 묘사하고 있는 담헌의 면모는 평화로움 그 자체다. 『예기』의 「악기樂記」가 잘 말해 놓고 있듯, 음악의 본질은 ‘화和’다. 이 ‘화’는 내면에서 비롯되지만, 외면에 영향을 받거나 외면과 교섭하며, 또한 외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화’는 꼭 평화만으로 한정되지 않지만 평화와 밀접히 관련된다. 담헌의 사상에는 ‘평화주의’라고 이름할 만한 지향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나는 『녹색평론』 2005년 1ㆍ2월호에 실린 「생태주의와 평화주의」라는 글에서 이 점에 대해 논한 바 있다). 담헌은 음악에 깊은 조예가 있었고 1급의 거문고 연주자였는데, 그의 이런 면모는 그가 전개한 평화주의 사상과 전연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 글 중 음악을 통해 천인합일天人合一에 이르고 있는 담헌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이런 견지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여름밤에 잔치를 열었던 기록
夏夜讌記
二十二日, 與麯翁步至湛軒, 風舞夜至. 湛軒爲瑟, 風舞琴而和之, 麯翁不冠而歌.
夜深, 流雲四綴, 暑氣乍退, 絃聲益淸. 左右靜黙, 如丹家之內觀臟神, 定僧之頓悟前生. 夫自反而直, 三軍必往. 麯翁當其歌時, 解衣磅礴, 旁若無人者.
梅宕嘗見簷間, 老蛛布網, 喜而謂余曰: “妙哉! 有時遲疑, 若其思也; 有時揮霍, 若有得也; 如蒔麥之踵, 如按琴之指.” 今湛軒與風舞相和也, 吾得老蛛之解矣.
去年夏, 余嘗至湛軒, 湛軒方與師延論琴. 時天欲雨, 東方天際, 雲色如墨, 一雷則可以龍矣. 旣而長雷去天, 湛軒謂延曰: “此屬何聲?” 遂援琴而諧之. 余遂作「天雷操」. -『燕巖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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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지도 / 목차 / 작가 / 비슷한 것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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