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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文心과 文情 - 1. 세상을 보며 글자를 만들었던 포희씨 본문

책/한문(漢文)

文心과 文情 - 1. 세상을 보며 글자를 만들었던 포희씨

건방진방랑자 2020. 3. 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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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을 보며 글자를 만들었던 포희씨

 

 

연암은 40세 전후로 지금의 파고다 공원 뒤편인 전의감동典醫監洞에 머물러 살았다. 이 시기 전후 몇 년간의 글을 묶어 종북소선鍾北小選이라 이름 짓는다. 이글은 이 묶음의 첫머리에 얹은 것이다. 연암 문학론의 최상승最上乘 문자로 그 문학 정신의 울결鬱結이 이 한편에 녹아 있다.

 

 

전의감동에 살 때의 울분은 醉踏雲從橋記담겨 있다. (사진 출처 - [연암을 읽다])  

 

 

우주라는 기호를, 만물이라는 텍스트를 어떻게 읽어야 좋을까? 연암은 이 종북소선자서鍾北小選自序에서 그 방법을 성색정경聲色情境이란 네 항목에 담아 이야기한다. 다시 처음의 원문으로 되돌아가서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 보자.

 

아아! 포희씨庖犧氏가 죽으매 그 문장文章이 흩어진지 오래로다. 그러나 벌레의 더듬이와 꽃술, 돌의 초록빛과 새깃의 비취빛 등 그 문심文心은 변치 않았다. 솥의 발과 호리병의 허리, 해의 둘레, 달의 활 모양은 자체字體가 아직도 온전하다. 그 바람과 구름, 우레와 번개 및 비와 눈, 서리와 이슬, 그리고 새와 물고기와 짐승과 벌레와, 웃고 울고 소리 내고 울부짖는 것들의 성색정경聲色情境은 지금도 그대로이다.

嗟乎! 庖犧氏歿, 其文章散久矣. 然而, 蟲鬚花蘂·石綠羽翠, 其文心不變; 鼎足壺腰·日環月弦, 字體猶全. 其風雲雷電·雨雪霜露, 與夫飛潛走躍, 笑啼鳴嘯, 而聲色情境, 至今自在.

글에는 성색정경聲色情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팔괘를 만들었다는 포희씨가 죽자 그 문장은 흩어져 찾을 길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포희씨로 하여금 천지만물이라는 텍스트를 읽어 괘상으로 표현하게끔 했던 그 사물의 세계, 그 감동의 세계는 오늘도 그대로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그것을 이름하여 문심文心이라 한다. 글자를 처음 만들었다는 창힐씨가 죽자 그 문장은 흩어져 찾을 길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사물을 관찰하여 기호로 옮겨내던 창힐씨의 정신은 그가 관찰했던 그 사물들 속에 여전히 남아 바래지 않는 의미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 문심, 그 자체字體, 무수히 포개진 시간 속에서도 변함없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물들의 성색정경은 지금도 자재自在로이 남아 있다.

 

 

그런 까닭에 을 읽지 않고는 그림을 알지 못하고, 그림을 알지 못하면 글을 알지 못한다. 왜 그런가? 포희씨庖犧氏을 지음은 우러러 관찰하고 굽어 살펴보아 홀수와 짝수를 더하고 갑절로 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이와 같이하여 그림이 되었다[각주:1]. 창힐씨蒼頡氏가 글자를 만든 것 또한 정을 곡진히 하고 형을 다하여 전주轉注하고 가차假借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 이와 같이하여 글이 된 것이다[각주:2].

故不讀易則不知畵, 不知畵則不知文矣. 何則? 庖犧氏作易, 不過仰觀俯察, 奇偶加倍, 如是而畵矣. 蒼頡氏造字, 亦不過曲情盡形, 轉借象義, 如是而文矣.

장언원張彦遠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에서, 처음 창힐이 글자를 만들자 조화造化가 그 비밀을 간직할 수 없게 되고 영괴靈怪가 그 모습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하여 하늘은 곡식비를 내리고, 귀신이 한밤중에 울었다고 했다. 그 태초의 교감, 그 원음을 듣는 감동은 이제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제 우리는 천지만물의 비의秘義를 가늠할 줄 알았던 포희씨의 그 정신, 사물을 기호 속에 재현해 낼 줄 알았던 창힐씨의 그 마음을 잃고 말았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미학산책

1. 세상을 보며 글자를 만들었던 포희씨

2. 글로 드러나는 소리와 빛깔

3. 글로 드러나는

4. 통해야만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한다

5. 세상을 관찰함으로 읽는 책

6. 아깝구나, 연암이 세초하여 없앤 책들

 

 

  1. 『주역周易』「계사繫辭」하下에 “옛날에 포희씨가 천하에서 왕노릇할 때, 우러러 하늘에서 象을 관찰하고, 굽어 땅에서 법칙을 관찰하며, 새와 짐승의 무늬와 땅의 마땅함을 관찰하고, 가까이는 몸에서 취하고, 멀리는 사물에서 취하여 이에 비로소 팔괘를 만드니, 이로써 신명神明의 덕과 통하게 되었고, 이로써 만물의 정을 그려내게 되었다. 古者包犧氏之王天下也, 仰則觀象於天, 俯則觀法於地, 觀鳥獸之文與地之宜, 近取諸身, 遠取諸物. 於是始作八卦, 以通神明之德, 以類萬物之情”고 하였다. [본문으로]
  2.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 권 1, 「서화지원류敍畵之源流」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창힐은 눈이 네 개였는데, 우러러 드리운 형상을 관찰하고 새와 거북의 자취를 본떠서 마침내 글자의 꼴을 정하였다. 조화造化가 능히 그 비밀을 감출수 없게 된 까닭에 하늘은 곡식비를 내렸고, 신령神靈들도 그 모습을 숨길 수가 없게 되자 귀신이 한밤중에 울었다. 頡有四目, 仰觀垂象, 因儷鳥龜之跡, 遂定書字之形. 造化不能藏其秘, 故天雨粟, 靈怪不能遁其形, 故鬼夜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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