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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文心과 文情 - 2. 글로 드러나는 소리와 빛깔 본문

책/한문(漢文)

文心과 文情 - 2. 글로 드러나는 소리와 빛깔

건방진방랑자 2020. 3. 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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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로 드러나는 소리와 빛깔

 

 

그렇다면 글에 소리[]가 있는가? 말하기를, 이윤伊尹의 대신大臣 노릇 할 때[각주:1]와 주공周公이 숙부叔父 역할을 할 때[각주:2] 내가 그 말소리는 듣지 못하였어도 그 소리를 상상해 본다면 정성스러울 따름이었으리라. 고아孤兒인 백기伯奇[각주:3]와 기량杞梁의 과부寡婦[각주:4]를 내가 그 모습은 못 보았지만, 그 소리를 떠올려 보면 간절할 뿐이었으리라.

未聞其語也,然則文有聲乎? : 伊尹之大臣, 周公之叔父, 吾 想其音則款款耳. 伯奇之孤子, 杞梁之寡妻, 吾未見其容也, 思其聲則懇懇耳.

먼저 이다. 그렇다. 글에는 그 배면에서 울려나오는 소리가 있어야 한다. 이윤伊尹과 주공周公, 백기伯奇와 기량杞梁, 그 옛 사람의 음성을 나는 접한 적이 없는데도, 그 글을 읽으면 폐부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하고 안타까운 소리가 또렷이 들려오는 것이다. 내가 읽은 것은 그의 글일 뿐인데, 마치 그 사람이 내 앞에 서 있는 듯, 그 그렁그렁한 음성이 내 가슴에 파고들어, 아득한 옛 사람과 호흡지간에 서로 만나 손잡게 해주는 것이다. 좋은 글에는 소리가 있다. 행간으로 울려오는 소리가 있다. 체취가 느껴지는 육성이 있다.

 

 

글에 빛깔[]이 있는가? 말하기를, 시경詩經에 잘 나와 있다. “비단옷에 홑옷 덧입고, 비단 치마에 홑치마 덧입었네.衣錦褧衣, 裳錦褧裳라고 하였고[각주:5], “검은 머리 구름 같으니 트레머리 얹을 필요가 없네.鬒髮如雲, 不屑髢也라고 하였다[각주:6].

文有色乎? : 詩固有之. “衣錦褧衣, 裳錦褧裳.” “鬒髮如雲, 不屑髢也.”

그 다음은 이다. 글에는 또 빛깔이 있어야 한다. 비단옷에 홑옷을 덧입는 것은 왜 그런가? 비단옷이 너무 화려하므로 그 화려함을 감추고자 함이다. 검은 머리가 윤기 흐르니 굳이 화려한 트레머리의 장식은 얹을 필요가 없다. 비단옷의 화려는 감춤으로써 은은히 드러나고, 맨 머리의 짙음은 트레머리를 얹지 않을 때 한층 분명해진다. 감춤으로써 더 드러나는 아름다움, 또는 드러냄으로써 더 환해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글이 의미를 드러내는 것도 이와 같다. 있지도 않은 화려를 꾸미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이 능사가 아니다. 보잘 것 없는 본 모습을 뽐내는 것도 자랑이랄 수 없다. 뽐내려면 감추어라. 뽐내려면 드러내어라. 이 사이의 미묘한 저울질을 아는가? 글에는 빛깔이 있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미학산책

1. 세상을 보며 글자를 만들었던 포희씨

2. 글로 드러나는 소리와 빛깔

3. 글로 드러나는

4. 통해야만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한다

5. 세상을 관찰함으로 읽는 책

6. 아깝구나, 연암이 세초하여 없앤 책들

 

 

 

  1. 이윤伊尹은 탕湯임금을 도와 천하에 왕노릇 하게 하였다. 처음 탕왕湯王이 이윤伊尹을 초빙할 때에 폐백을 가지고 세 번이나 사람을 보내었다. 『맹자孟子』「만장萬章」상上에 이때 마음을 고쳐 초빙에 응하면서 그가 한 말이 실려 있다. 또 탕왕湯王이 세상을 뜬 후 태갑太甲이 탕왕湯王의 법도를 전복시키므로 이윤이 그를 동桐 땅에 3년간 유폐시켜 과오를 뉘우치게 하였다. 『서경書經』「이훈伊訓」은 이윤이 태갑을 훈도코자 지은 글이고, 또 「태갑太甲」上에는 이윤이 태갑을 뉘우치게 하려고 두 번 세 번 간곡한 말로 올린 글이 실려 있다. 이윤은 마음만 먹었으면 자신이 왕노릇 할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제 그의 글을 읽으매 그의 폐부에서 우러나는 관관款款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본문으로]
  2. 주공周公 단旦이 무왕武王을 이어 숙부로써 성왕成王을 도울 때 간곡한 말로 임금이 경계로 해야 할 일을 간한 일을 두고 한 말이다. 『서경書經』「무일無逸」에서 주공은 무려 7차례에 걸쳐 ‘오호嗚呼’로 시작되는 간곡한 말로 임금의 바른 마음가짐을 간하고 있다. 『맹자孟子』 「만장萬章」상上에는 “繼世以有天下, 天之所廢, 必若桀紂者也. 故益伊尹周公, 不有天下”라 하였다. [본문으로]
  3. 백기伯奇는 주선왕周宣王 때 신하 윤길보尹吉甫의 아들인데, 어머니가 죽자 후모後母가 그 아들 백봉伯封을 장자로 세우고자 백기를 무함하였다. 이에 윤길보가 노하여 백기를 들판으로 쫓아 내니 백기는 연잎을 엮어 옷해입고 마름꽃을 따서 먹으며 죄없이 쫓겨난 것을 슬퍼하여 「이상조履霜操」란 노래를 지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였다. 이에 윤길보가 뒤늦게 깨달아 백기를 다시 불러오고 후처를 죽였다. 『초학기初學記』 권 2에 보인다. 여기서는 지금도 그 시를 읽으면, 백기가 가슴 가득 억울함을 품고 노래 부를 때의 그 간간懇懇한 음성이 마치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4. 춘추春秋 때 제齊나라 대부 기량杞梁이 전사戰死하자, 그 아내 맹강孟姜이 교외에서 상여를 맞이하는데 곡소리가 몹시 구슬퍼 듣는 이가 모두 눈물을 흘리고, 성벽城壁이 그 소리에 무너지고 말았다는 고사. 최표崔豹의 『고금주古今注』「기량처杞梁妻」에는 남편이 죽자 그녀가 “위로는 아비 없고, 가운데 지아비 없고, 아래로 자식도 없으니 산 사람의 고통이 지극하고나. 上則無父, 中則無夫, 下則無子, 生人之苦至矣”하며 길게 곡하자 도성의 성벽이 감동하여 무너졌고, 그녀 또한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했다. [본문으로]
  5. 『詩經』「鄭風」「丰」에 나온다. 錦은 무늬있는 화려한 옷이니, 그 화려함이 지나치게 드러남을 가리기 위해 麻紗로 된 홑옷을 그 위에 받쳐 입음을 말한 것이다. 「衛風」「碩人」에도 “碩人其頎, 衣錦褧衣”라 한 구절이 있다. 劉勰의 『文心雕龍』「情采」에도 “是以衣錦褧衣, 惡文太章; 賁象窮白, 貴乎反本”이라 하였다. [본문으로]
  6. 『시경詩經』「용풍鄘風」「군자해로君子偕老」에 나온다. ‘진발鬒髮’은 머리숱이 짙고 많은 것이고, ‘체髢’는 머리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덧얹는 트레머리, 즉 가발이다. 지나친 방탕과 사치를 경계한 시로, 본 바탕의 아름다움을 갖추었으면 트레머리를 얹어 치장함이 불필요함을 말한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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