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19가 전해준 절망
5월이 되면 습관적으로 나오는 얘기는 ‘가족의 달’이라는 것이고 예전부터 활기차게 부르던 노래는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라는 것이다. 그만큼 봄날의 화사한 기운에, 서서히 따뜻해져가는 포근한 날씨로 모든 가족이 함께 모여 모임을 갖거나 여행을 가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바꾼 5월의 풍경
하지만 올핸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창궐하며 봄의 풍경, 일상의 환경을 모두 다 바꿔 버렸다. 일선 학교에선 전대미문의 개학연기 및 온라인 수업이라는 강수를 두기에 이르렀고 사회적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며 최대한 집안에서 칩거를 한 채 피치 못할 경우에만 밖으로 나와 일정 거리 이상을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었고 그에 따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들(공공도서관, 자연휴양림, 박물관)은 모두 문을 닫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들에 다들 긴장하는 기색은 역력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하나가 되어 이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최대한 서로 조심해가며 이 위기를 세계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배려 속에서 극복해가고 있다. 물론 초기에 신천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진 사례나, 저번 주부터 시작된 클럽을 중심으로 퍼진 사례 등은 안정세를 찾아가던 상황에 찬 물을 끼얹는 경우라 헛헛한 마음이 들게 하지만, 그래도 이 또한 방심하려는 마음을 다독이며 생활방역에 신경 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꼭 나쁜 상황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5월은 화창하고 즐거운 날이 되어야 함에도 현실은 조금은 누르스름하고 어둑침침하며 긴장감이 가득한 계절이 되고야 말았으며 그에 따라 ‘5월은 푸르지만 우리들은 긴장한다♬’라는 노래가사로 개사해야 될 정도의 계절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어쩔 텐가? 이 시기를 잘 넘어가야 하고 한국이란 공동체가 슬기롭게 대처해나간 상황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임을 말이다.
▲ 미코로나 19는 한국사회를 전면적으로 바꾸었다. 면대면에서 비면대면으로.
임고생에게 코로나는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이처럼 많은 부분에서 요소요소 바꾸어 놓았다. 학교의 개학이 게속 연기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은 당연히 대입을 코앞에 둔 고3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여건에 있는 취업준비생들도 거기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이 시기면 노량진의 각 학원가엔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꽉 차서 인산인해를 이루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가 없다. 그러니 예전엔 학원을 다니거나 스터디를 하며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다듬어야 했던 임고생들은 이제 독방에 틀어 박혀 자신의 진도를 스스로 체크해가며 공부해야 한다. 즉, 자기주도학습을 외부적인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상황이 펼쳐졌다.
나의 경우는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임고반에 들어가기 전에 어느 정도는 마무리 짓고 싶었다. 임고반은 여러 차례 연기 결정이 내려지고 있긴 했지만 5월 중순엔 입실 가능하단 공고가 나왔기 때문에 그때까지 부리나케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마음을 다독이기 좋았으며 공부의 페이스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번 주에 클럽에서 코로나19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퍼지며 진정세로 접어들던 흐름이 바뀌자 다들 긴장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조금씩 정상화를 하려 하던 조짐들은 순식간에 바뀌고 말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임고반은 신청 기간은 계속 뒤로 미뤄지고만 있었는데 조금이나마 코로나가 안정화되자 임고반 신청 기간이 급기야 앞으로 당겨져 5월 7일부터 14일까지 신청하도록 바뀌기도 했었다.
2020학년도 임용고시원(소명관)생 모집 안내
1. 모집대상: 사범대생(졸업생 포함) / 교직이수자 / 교육대학원생
2. 모집방법: 임용고시원 지원서를 자필로 작성하여 제출
- 직전학기 성적(졸업생은 임용고시 1차 합격 여부)
- 전공별 인원 고려
3. 접수기간: 2020. 5. 7.(목) - 2020. 5. 14.(목), 17:00까지
4. 접수장소: 진리관 102호 사범대학 교직지원부
5. 합격자발표: 2020. 5. 20.(수) 예정, 추후 개별공지 및 사범대학 홈페이지에 게시
6. 임용고시원 오리엔테이션 및 입실: 2020. 5. 21.(목), 08:00, 교수연구동 8층 세미나실 예정
※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소명관 개관이 연기 또는 취소 될 수 있습니다.
* 문의사항은 교직지원부(220-2340)로 연락주시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 미루어지기만 했던 임고반 신청일이 앞 당겨졌다.
그래서 13일에 신청서를 내러 갔는데 그곳에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비보를 들어야만 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올해 1학기엔 임고반원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고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준비하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모든 게 무너지고 나니 앞길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텐가?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을.
이태원 코로나 확진자 사태와 전북지역 확산위험과 관련하여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하여
2020학년도 1학기 임용고시원 운영이 취소됨을 안내드립니다.
임용고시원 재운영 결정 시, 재공지 해드리도록하겠습니다.
-사범대학장-
▲ 결국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일이 꼬이는 건지, 임고 준비생들은 어떻게 하라고?
▲ 진정세로 접어들었던 코로나는 다시 확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의 시즌2라고나 할까.
2. 연암과 한시의 매력에 푹 빠져 희망을 만들다
절망 속에 싹튼 희망
잔인한 절망감에 휩싸인 채 집에 내려왔는데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김형술 교수’의 전화였다. 김형술 교수 스터디는 2년 전에 다시 임용을 준비하며 한문 공부의 방향을 잡고 한문공부의 재미를 알 수 있도록 한 스터디였다. 어떻게 한문공부를 해야 하는지, 임용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을 때 이 스터디는 나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준 것이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당연히 올해에도 스터디는 계속 됐을 텐데 맹위를 떨치는 바람에 모든 건 올스톱되었다. 언제나 하게 될까 아가다리고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때야 연락이 온 것이다. 무슨 전화일까 궁금해하며 전화를 받아보니 교수님은 다음 주부터 스터디를 진행할 생각이란다. 이것이야말로 불감정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인 상황이었다. 나름 공부의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던 때 그토록 기다리던 스터디의 재개를 알리는 전화였으니 얼마나 반가웠을지는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알리라. 그래 절망스런 순간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에도 희망은 이렇게 싹터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스터디를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태울 수 있었고 스터디를 준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공부의 맛도 알게 될 것이다.
▲ 스터디가 시작되기 전에 워밍업 겸 회식이 있었다. 다들 한문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연암의 생각에 풍덩
이와 맞물려 임고반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리하고 싶은 책들이 있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라는 책은 연암 산문의 정수를 담고 있는 책이라 한 번은 마무리 짓고 싶었다. 시간도 나기 때문에 이 책부터 잡고 정리를 했으며 마무리를 지은 소감은 이미 밝혔었다.
이 책을 마쳤다면 『연암을 읽는다』라는 책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이 책도 연암의 산문을 다루고 있지만 앞의 책과 다른 점은 앞의 책은 연암 산문을 요리조리 살펴가며 그 의미를 파악해가는 데 반해 이 책은 하나의 산문을 단락별로 나누고 단락별로 숨겨진 의미나, 관련된 내용을 심층적으로 살펴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앞의 책을 읽어보면 연암 산문을 광범위하게 독서하며 그의 깊은 사색에 흠껏 빠지게 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한 작품에 스민 연암의 생각과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된 계기들을 그의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을 통해 되짚어 보며 연암이 왜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를 깊이 있게 알게 된다. 그러니 앞의 책이든 이 책이든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이 서로가 상보적인 역할을 하며 연암 사유의 심층구조를 알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4월 12일부터 이 책을 정리하기 시작해서 18일까지 총 6일 간 내용을 정리하며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렇게 두 권의 책으로 연암의 산문을 읽어보고 정리하고 나니 드는 생각은 한 사람의 사유에 가닿기 위해서는 그가 살았던 당시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가 처한 환경, 그리고 그가 관심 가졌던 영역에 대한 인식까지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상 연암의 작품을 통해 우린 조선 후기 사회 속 지식인들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됐고, 주자학이 흔들리며 그 빈틈 사이로 쳐들어오는 양명학의 위세, 고문에 대한 새로운 관심의 도래 등을 알게 됐다. 좋다, 이렇게 한 번 정리했다고 결코 연암을 제대로 알게 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생각에 가닿을 수 있는 실마리 정도는 찾게 됐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밑바탕에서부터 하나하나 길을 내며 그에게 가닿으려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 연암의 글을 읽으며 한바탕 그와 데이트를 했다.
한시미학산책을 통해 한시의 맛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한시미학산책』도 새롭게 정리하고 싶었다. 이미 작년 여름의 불볕 더위 속에 한 차례 정리를 하긴 했었고 그에 대한 소감도 남겨놨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여러 시화집들의 원문을 구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그 당시엔 이 책에서 소개된 시화의 내용들을 원문으로 찾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정리를 하며 그 당시엔 보지 못했던 시화의 원문도 싣고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연암을 읽는다』를 마치자마자 4월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 시작할 땐 하루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다. 이미 한 차례 정리를 했고 거기에 채워넣을 수 있는 것만 넣으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마쳤으니 기간은 무려 25일이나 걸린 셈이고 초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왜 이렇게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냐면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책에서 인용된 시화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뿐더러, 그걸 일일이 해석하느라 많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지금 모아놓은 시화들의 양이 방대하다 보니 이 책에서 소개된 시화를 찾기가 쉽지가 않았으며 찾았다 하더라도 해석까지 해야 하니 쉽게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내용들을 전폭적으로 싣게 됐다는 것이다. 작년엔 한문 임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본문만을 실었었다. 그러니 총 24개의 챕터로 구성된 내용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다시 정리를 하며 본문 내용을 보다 보니 지금 당장 한문 임용에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버리기엔 아까운 내용들이 정말로 많더라. 그러니 언제든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들기 위해 이번엔 그 내용들까지 전체적으로 편집하고 내용을 찾아가며 새롭게 수록하게 됐다. 그에 따라 ‘놀이하는 인간, 잡체시의 세계’/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 ‘해체의 시학, 파격시의 세계’ / ‘선시, 깨달음의 표정’ / ‘실낙원의 비가’, ‘詩話, 행복한 시읽기’ / ‘한시와 현대시, 같고도 다르게’ 등의 6편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지금은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차근차근 정성스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통해 이 책을 정리하고 나니 무엇과는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고 흡족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좋다, 이렇게 한 걸음씩 나가며 공부를 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임용 시험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 한시가 어렵다는 편견을 말끔히 벗어버리게 만든 책.
서사 한시와의 데이트
이렇게 마음먹었던 세 권의 책 정리가 드디어 끝이 났다. 이쯤 되면 ‘다음엔 또 무얼 공부하지?’라는 고민에 빠질 법한데도 이번엔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다음 주부턴 스터디가 진행되기 때문이고 그에 따라 공부해야 할 것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번엔 ‘서사한시’를 중심으로 공부하게 된다. 서사한시는 한시로 담은 역사이자, 민중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사는 민초들의 눈물겨운 얘기로 되어 있다. 그러니 이 내용들을 하나하나 공부하고 정리하며 서사한시가 지닌 한문의 맛에 푹 빠져볼 생각이다.
임고반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된 이때 새로운 공부의 기운들이 어리고 있다. 어디로 흘러가 또 무엇을 절단 채취하며 나의 길을 만들어갈 것인가? 전혀 예측조차 되지 않는 이 흐름 속에, 나를 맡기고 공부의 장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갈림길 속에서 나의 길을 만들며 나갈 것이다.
▲ 서사한시, 또는 사회시의 길을 따라 한동안 가볼 생각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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