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08.12.29(월) - <호모부커스2.0> 도전기 본문

건빵/일상의 삶

08.12.29(월) - <호모부커스2.0> 도전기

건방진방랑자 2020. 4. 27. 16:32
728x90
반응형

호모부커스 결과를 기다리며

 

하늘은 청명하지만 춥다. 구름도 끼었다.(11:55)

 

 

오늘 <호모부커스2.0>의 최종 결과가 나온다. 임용고시의 결과가 나올 때처럼 9시가 되면 일제히 발표가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직 블로그에는 그 내용이 뜨지도 않았으니까. 이렇게 시간을 끄니, 더 기대가 되고 가슴도 더 뛰고 그렇다. 도대체 여기에 뽑히는 게 어떤 의미가 있기에 이와 같은 반응이 나오는 걸까?

 

 

 

 

 

호모부커스 선정의 의미

 

우선은 자신감의 회복이다. 연이은 임용 낙방으로 무얼 하든 하지 않든 패배의식이 은연 중 자리 잡게 됐는데 그런 징크스를 일거에 날려 버리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1차에서 통과한 것만으로도 그런 징크스를 떨쳐 버리기에 부족함이 없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주어진 기회라면 당당히 최종까지 통과하여 나의 작문 실력을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더욱이 이게 책으로까지 나오지 않던가. 나의 작품이 책이란 서물로 출판된 것을 본다면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2009의 활기찬 출발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며 나 자신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는 것이다.

 

덧붙여 미래에 저자가 되고자 하는 내 꿈이 한 단계 나아가 현실이 되는 최초의 순간이기도 하다. 스스로 독서도 좋아하지만 작문도 좋아한다고 말해오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그 결과물을 낼 순 없지만 머지 않아 결과물을 책으로 내놓고 당당히 평가받고 싶은 것이다. 그런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은 소중한 순간이며 첫 발걸음일 뿐이다. 첫 단추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삶의 행로가 달라질 수 있듯이, 지금이야말로 그 소중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걸 계기로 난 고미숙 샘이나 정민 샘 같이 대중적인 파워를 지닌 책들을 펴낼 수 있게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나 스스로 만족스러웠던 작품

 

어찌 되었든 이번엔 기대가 큰 게 사실이다. 오죽 했으면 꿈에서마저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할 정도였을까? ‘책을 읽는 이유라는 작품을 보내고 나서 이건 그냥 바로 선정된 것으로 합시다라는 전화가 오지나 않을까 하는 거만한 마음을 지니기도 했었다. 물론 망상임을 알지만 나름대로 내 작품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구절이 너무 설교조의 이야기라 좀 식상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쓴 글이지만 다시 읽어도 꽤 만족스러웠으니 말이다. 과연 진짜 결과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2008년의 마지막에 임박한 이때, 이런 기대를 하고 고민을 하는 게 나쁘지 않다. 여기에 덧붙여 알라딘에서 최고의 리뷰어를 가리는 이벤트를 하는지라 연말임에도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쓰느라 분주하다. 이래저래 풍성하고 알찬 연말을 보내는 것 같다. 이런 도전들을 통해 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힘껏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 중간 과정이며 나름의 성과가 나오는 날이기도 하다. 꿈과 같이, 나의 꿈과 같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12:20)

 

일기를 다 쓰고 바로 컴퓨터를 켜서 블로그에 들어가봤더니 결과가 나와 있더라. 20편이 최종 선정됐는데 내 이름도 당당히 들어 있더라. 아이고 맙소사~ 믿기지 않는 진실이다. 완전히 기분 좋다. 날아갈 듯 좋고 행복하기만 하다. 올해 최고의 선물을 이렇게 받았다.(12:30)

 

 

 

투고와 선정과정

 

08.09.23(): <호모부커스2.0> 프로젝트를 알게 됨

08.10.09(): <호모부커스2.0> 원고 책을 읽는 자유투고

08.12.15(): <호모부커스2.0> 1차 합격

08.12.29(): <호모부커스2.0> 최종 합격

 

 

 

 

 

책 소개

 

책으로 맺은 저자-독자-출판사의 특별한 삼자대면!

독자가 저자가 되어 만들어낸 버전 업 독서론!

 

2008년에 출간한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이권우 지음, 이하 호모 부커스)의 선전은 놀라운 것이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책들 속에서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독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이 책은 독자들에게 소통과 변화라는 책읽기 본래의 소임을 일깨워 주었다. 당면한 실용적 목적을 위한 책읽기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어딘가에서는 진정한 책읽기에 대해 목말라하는 독자들이 있음이 이 책을 통해 반증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소통하는 책읽기를 위해 한 걸음 더 내딛어 보기로 했다. ‘호모 부커스’(Homo Bookers)가 한 단계 진화했다는 의미의 호모 부커스 2.0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도서평론가이자 호모 부커스의 저자인 이권우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 땅의 책읽기 달인들과 함께 독서론을 주제로 책을 펴내 공유하자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았다. 책읽기마저 처세의 방편이 되어 버린 지금, 독자들과 더불어 책읽기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책읽기 방법을 함께 강구해 보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읽기를 통한 인생역전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 최종목표였다.

 

이런 의도로 출간된 이 책은 무엇보다 저자-독자-출판사가 함께 만든 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그동안 책읽기에 머물러 있던 독자들에게 글을 쓰는 필자로 직접 참여하도록 한 것은 독자들에게 있어 저자로 변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독자들의 글을 심사한 전문 필자들은 언젠가는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숨은 독서가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만들어 낸 책을 읽어 주는 독자, 사 주는 독자가 아닌 자신들이 만들어야 할 책의 원고를 제공해 주는 독자로서 직접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통의 참 의미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특별한 삼자대면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우리의 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책읽기를 통해 책쓰기를 꿈꾸다독자 호모 부커스의 책읽기

 

바야흐로 글쓰기의 시대가 열렸다. 이제 이라는 것은 더 이상 이름난 문장가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는 글쓰기의 장이다. 그곳에는 독서일기, 영화리뷰, 미술감상 및 비평, 요리법 등 다양한 글이 기록된다. 무엇이 됐든 무언가를 써서 남기는 자들은 대개 무엇이든 읽는 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 중에는 운이 좋아서 (물론 글쓰기 실력도 출중해서) 자신이 쓴 글을 책으로 출간해 곧바로 저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글쓰기를 넘어 언젠가는 책쓰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호모 부커스 2.0 프로젝트에 참여한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평범하지만) ‘극성맞도록책을 읽는 사람들이며 그만큼 자신이 책을 갈망한다. 마침내 데뷔의 기회를 갖게 된 이들은 자신들의 책읽기관과 방법을 마음껏 뽐냈다.

 

대학 졸업을 앞둔 권혜린 씨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고사에 책읽기를 빗댔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듯 책이라는 호주머니를 갖추면 인격과 사고라는 송곳이 저절로 그것을 뚫고나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책을 6대 영양소에 비유한 대학생 임진옥 씨 역시 재치가 돋보였다. 어릴 적에 읽는 동화에서부터 소설과 시, 전공도서, 신문과 사전 등을 각각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에 연결시켜 균형 잡힌 독서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프랑스의 인기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발견한 프레텍스타 타슈 독서법을 추천한 오다인 씨(경영학도)는 책을 읽은 다음에도 아무런 변화가 찾아오지 않는 개구리 독서법을 지양하고 책읽기를 통한 적극적인 시선 바꾸기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자신만의 독서 비법을 적극 홍보한 독자들의 글도 이채롭다. 염지홍 씨(소셜 벤처 기업 대표)는 밑줄 긋기와 그 내용을 워드프로세스로 정리해서 독서 요약 노트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 교육청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원종윤 씨는 직업 정신이 돋보이는 독서법을 제시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미진한 부분이 생기면 책을 가져왔던 책장으로 다시 돌아가 유사도서를 찾아보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유사도서의 목차를 통해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면서 자연스레 여러 책을 가지고 혼자서도 토론이 가능해지는 경지에 달하게 된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감자줄기 독서법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독서 방법을 소개한 최은희 씨의 글도 흥미롭다.

 

전 세계에 60억의 사람이 독서를 하면 60억 가지의 책 읽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말한 이찬우(대학생) 씨의 말처럼 스무 명 모두 각양각색의 독특발랄기발한 독서론을 선보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할 수도, 만족해서도 안 된다. 심사평에서 밝혔듯이 호모 부커스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며, 읽고 성찰하고 변화하고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읽기는 책쓰기의 밑천이다저자 호모 부커스의 책읽기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에는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권우(도서평론가)를 비롯하여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반이정(미술평론가), 강양구(프레시안기자), 고종석(에세이스트)이 전문 필자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독서론을 피력했다. 이들은 책읽기와 책쓰기를 동시에 해내는 이들이다. 그러나 책쓰기는 책읽기라는 밑천이 두둑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들에게 책쓰기는 생계나 실존 혹은 둘 모두에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의 책읽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 어떤 면에서는 정말 지독하고 처절하다.

 

스물일곱에 사회로 진출한 직장인 호모 부커스 안광복은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 지하철 책읽기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 다음에는 점심 자율학습 감독 시간을, 보충수업 시작 전 몇 분을, 화장실에서의 20분 등등 악착같이 책 읽을 시간을 찾아내 하루 세 시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직장인으로서 으레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은 그를 다양한 책읽기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14년차 직장인이 된 지금 그는 열 권 남짓의 책을 낸 엄연한 작가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에게 책, 특히 시사주간지는 비평가인 그의 기백을 테스트하는 학습지다. 그는 아이템풀처럼 꼬박꼬박 날아오는 정론시사지에서 정론직필의 비평 태도, 비평 대상을 확장시키는 유연성,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감각적 글쓰기, 사유의 융통성 등을 전채 요리로 섭취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비평의 날을 한껏 벼린 후, 미술비평이라는 자신의 메인 디쉬를 내놓는다.

 

생계형 독서가 강양구는 기자다. 기자라는 그의 직업은 그에게 다독(多讀)과 잡독(雜讀)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서문과 목차, 신문잡지의 서평을 살펴놓는 요령은 물론 편독’(偏讀)을 막기 위해 읽기 힘든 책 사이사이 좋아하는 온다 리쿠의 소설 같은 미끼를 끼워 두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죽도록 책만 읽는도서평론가 이권우는 책읽기야말로 88만원 세대가 불황과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최고의 스펙임을 강조한다. 책읽기는 책쓰기의 밑천이자 삶의 밑천인 까닭이다.

 

이들에 비해 고종석의 책읽기는 그가 지은 제목 그대로 빈약해 보인다. 그의 고백대로라면 그의 독서의 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분야를 과감히 포기함으로써 그의 책읽기는 깊어졌다. 그 깊이만큼이 그에게는 자산이 되었다. 물질적인 부를 최고로 치는 세상에서 이들의 생활이 결코 녹록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곳곳에 그 해답이 숨겨져 있다.

 

 

 

책읽기는 책만들기의 다른 이름이다출판사 호모 부커스의 책읽기

 

호모 부커스 2.0 프로젝트에서 그린비는 당연히 책 만들기 전반의 과정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창립 이래 숱한 책을 만들어 왔지만 그 과정에 독자가 직접 필자로 참여하는 것이나 개정판과는 다른 업그레이드 버전의 책을 만든다는 점에서 처음이었기에 더욱 의미 깊은 작업이었다. 원고 모집 광고가 나간 후 총 172편의 원고가 투고되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고,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독자들의 무관심 속에 무산되어 버리면 어쩌나 하던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원고가 모두 모인 후부터는 프로젝트의 위원장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권우와 안광복, 카이스트 교수 정재승이 심사에 들어갔다. 세 명의 심사위원이 고심 끝에 심사한 결과 총 20편의 원고가 추려졌다. 이와 더불어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 섭외에 착수했다. 각 분야에서 책읽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공인된 책읽기의 달인을 섭외한 것이다.

 

원고가 모두 마련된 뒤에는 목차 구성에 들어갔다. 책읽기에 관한 책이니만큼 독서에 관한 사자성어를 골라 원고를 그에 맞도록 갈무리했다. 크게 수불석권(手不釋卷,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 개권유득(開卷有得, 책을 펴면 얻는 바가 있다) / 독서삼도(讀書三到, 책 읽는 세 가지 방법) / 서중천속(書中千粟, 책 속에 있는 천 가지 곡식)4부로 나누어 각 글의 성격에 따라 책 읽는다는 것의 상상력과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싣고 저자 이권우와 함께 설명글을 실었다. 이렇게 해서 저독자의 글과 출판사의 편집 기술이 합쳐져, 독자들과의 약속대로 200910월 드디어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을 출간하게 되었다.

 

 

 

호모 부커스가 꿈꾸는, 책읽기로 시작해서 책읽기로 돌아오는 세상

 

이 책의 심사평에서 심사단을 대표한 이권우는 응모작을 심사하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아무리 책을 안 읽는 시대라 하지만, 어딘가 진정한 달인들이 있으리라 믿어왔는데, 이를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모 부커스 2.0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책읽기는 책쓰기로, 책쓰기는 책만들기로, 책만들기는 다시 책읽기로 돌아온다는 사실이었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를 읽은 독자들이 자신들만의 독서론으로 책쓰기를 하고, 출판사는 그것을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으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책이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숨어 있는 호모 부커스들에게 읽혀져 또 다른 형태의 책읽기와 책쓰기와 책만들기를 만들어 내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권우의 말을 빌리자면 호모 부커스들은 신종플루보다도 강한 전염성을 갖고 있으며 게다가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깨닫게 하고 행복하게 한 책을 남에게 알리고, 자신만이 찾아낸 책 읽는 방법을 알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이들은 은밀히, 그러나 거대하게책읽기로 시작해서 책읽기로 돌아오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이 책은 그 세상으로 책 읽는 모든 이를 안내하는 훌륭한 내비게이션이다.

 

 

편집후기

 

 

그린비에서 호모 부커스 2.0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던 200810, 저는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린비로 날아가느냐 마느냐를 두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었을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변명입니다만 그래서, 전 이런 프로젝트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제 코가 석 자였으니까요(-_-;). 어쨌든 전 그린비로 날아왔고 어쩌다 보니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의 편집을 맡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문득 든, 부질없는 생각, “나도 (원고를) 내 볼걸 그랬네. 후훗”. 그리하야 원고 공모 기간은 지났건 말건, 심사도 다 끝나고 책도 나왔건 말건, 주제는 뭐였건 말건 편집 후기를 대신해서 저의 부실한 독서간증 시간을 한번 가져 볼까 합니다(책 나올 때마다 쓰는 편집 후긴데 한 번 정도 삼천포로 빠지는 건 괜찮겠죠?).

 

전 컨츄리 걸이랍니다. 제 남친은 아직도 저희 집에 놀러왔을 때 제가 해 준 별미를 잊지 못합니다. 전 한 손에는 남친 손을, 다른 한 손에는 빈 페트병을 쥐고 집 근처 논으로 가서 메뚜기를 잡았죠. 그러고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소금까지 잘 쳐서 볶아 주었는데 이 도회적인 양반은 먹질 못 하더군요. 흠흠, 이야기가 좀 돌았지만 시골 소녀에 대한 예시를 든 거랍니다. 예나 지금이나 차상위계층도 될까 말까한 저희 집에는 비디오도 없었고(2 때 돼서야 엄마가 EBS 보라고 들여 놨습니다--), 게임기도 없었고(그래서 제가 게임에 집착합니다. 한이 돼서), TV는 오로지 정규 방송(물론 낮 시간에는 유선방송이라고 해서 재방송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비디오도 없는데 컴퓨터라고 있었겠습니까. 이렇게 놀 거리가 마땅치 않으니 애꿎은 동식물만 시골 소녀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더랬습니다. 그런 것도 시들해지면 겨우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계몽사 소년소녀세계문학집이었습니다(고경은 님의 책은 왜 읽는가-나의 오래된 습관일 뿐에 나오는 모 출판사의 빨간 세계명작 소설집이 요게 아닐까 합니다). 그것도 저희 엄마가 한물 간 거 얻어다 준 겁니다. 원래 50권짜린데 반 정도만 있었던 것 같네요. 벽에 등을 붙이고 무릎을 세워서 독서대를 만들고 책을 읽던 어느 날, 저희 아빠가 저에게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우리 봉식어멈(가명)은 책 읽을 때가 제일 예쁘더라.”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었습니다. 인물도 없는 데다 한마디 하면 두세 마디 더 토를 달고, 수틀리면 악악거리기나 하는 딸이 입 다물고 책을 보는데 당연히 예쁠 수밖에요. 하지만 어리고 순진했던 저는 그 말을 다큐로 받아들였고 책을 읽으면 칭찬을 받는다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저의 책읽기는 이렇게 처세의 방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책 읽는 자유에 빠져를 써 주신 이종환 님처럼 우연히 책 한 권을 읽고 거기에서부터 책읽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저는 책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는 더 심해졌습니다. 어찌나 책들을 안 읽던지 저처럼 쉬는 시간이고 점심시간이고 책을 붙들고 있는 아이는 금방 눈에 띄기 마련이었지요. 게다가 저처럼 공부도 어중간하고, 뭐 딱히 잘 하는 것도 없고, 날라리가 될 자신도 없는 아이가 캐릭터를 굳히기에는 책만큼 좋은 소품이 없었습니다. 악마는 책을 읽는다의 이지현 님처럼 책을 읽으면 있어 보인다라는 것을 일찌감치 감잡은 것이지요. 봉식어멈 하면 , 책 좋아하는 애요렇게 튀어나왔죠, 후후.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말을 이럴 때 써도 될지는 모르겠사오나 소설 외딴방을 읽던 어느 날, 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헤겔을 읽는 아이가 있다. 급장이며 내 오른편으로 짝이 되는 미서.

그 애는 등교를 해서도 헤겔을 펼쳐들고, 쉬는 시간에도 책상 밑에 넣어두었던

헤겔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읽는다.

열일곱의 나, 미서가 교무실에 갔을 때 그 애가 읽던 페이지를 펼쳐본다.

그 애가 연필로 줄을 그어놓은 부분을 읽는다.

이해가 되질 않아 한 번 더 읽는다.

그래도 나는 그 뜻을 모르겠다.

(중략)

"무슨 말인지 모른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읽을 수가 있어?"

미서는 책상 밑에서 헤겔을 꺼내 책가방에 넣는다.

"상관 마."

미서는 별일이라는 듯 책가방을 들고 홱 나가버린다.

오랜 후, 열일곱의 나와 친해진 미서가 헤겔에 대해서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만 내가 너희들하고 다른 것 같아.

나는 너희들이 싫어.

  

 

   스타프 아돌프 헤닝 <독서하는 소녀>

_ 컨츄리 걸이 다소곳하게 예뻐지는 순간. "이 책을 읽고 있을 때만 내가 너희들하고 다른 것 같아." 이런 오만방자한 책읽기조차 무용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 내가 얘였구나. 이해도 못하는 책을 펼쳐놓고는 난 너희랑 다르단다하고 있던. 우물 안 개구리가 드넓은 바다를 꿈꾸다를 써 주신 곽동운 님의 표현처럼 오만방자한 책읽기를 하고 있었던 셈이죠. 하지만 처세와 자기 연출 도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책읽기가 아주 무용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즐거웠습니다.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면서 옛날이야기에 아주 짜게 굴었던 할머니가 안 해주시는 옛날이야기를 읽는 것도 좋았고, 할머니가 안 해주면 내가 한다, 하면서 할머니한테 양반전이나 봄봄을 읽어 드렸을 때 파안대소하시던 할머니를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알아듣는 게 늘어가는 것도 괜찮은 기분이었고, 다큐멘터리를 재밌게 보기 시작한 것도 책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생을 포함해서) 사람을 때리는 것은 나쁜 일이라는 것을 안 것도(물론 아직도 실천이 잘 안 되긴 합니다. 흠흠)…….

 

의도는 불순했으나 결과적으로 책읽기는 저에게 참 많은 것들을 득템하게 한 것 같습니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읽으면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주인공에 저를 대입시켜서 , 요로요로한 사건 때문에 내가 요 모양이 되었고나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책 더미 속 공개 토론회의 원종윤 님처럼 능동적인 호보 부커스였다면 프로이트나 융을 알아서찾아 읽었을 텐데 어려운 책을 못 읽는 저는 그냥 이 책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 특히 연구 대상이었던 저희 아빠 속에 있는, 사람들 속에 누구나 존재한다는 그 아이가 엄청 떼쟁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 아빠한테 친절(?)해진 것도 제 인생에서는 정말 큰 수확이었지요. 또 단골 서점에서 1년간 책방 아가씨로 일하면서 책 읽는 다소곳한 모습과 기꺼이 자신의 책을 빌려주는 싹싹함으로 남자친구도 꿰찼구요. 게다가 청년 실업이 120만 명에 육박하는 이때 무려 그린비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또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을 통해 생활 속의 책읽기 달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구요.

 

예비 한문선생님이신 이종환 님이 책은 반완성품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또 깜짝 놀랐습니다. 책을 만드는 저는 원고를 받아서 편집 과정을 거쳐서 책 상태로 만들어지면 그것이 책의 완성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손 털었다, 이거죠-_-;).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서 책은 읽기를 통해서 독자를 호모 부커스로 변화시키는 그때에야 완성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책 사 주는 독자가 장땡, 이었던 저의 독자관도 부커스 2.0작업을 통해 바뀌었구요. 어디선가 끊임없이 책읽기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호모 부커스들이 있기에 책은 정말 만들어야 한다고 제 자신을 단도리(저 요즘 일본어 공부해요^^;)하였습니다. 하여, 오늘도 책의 완성도를 높여 주고 계신 사방팔방의 호모 부커스 여러분들,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 올립니다. 요것으로 후기 시마이합니다.^^ - 편집부 봉식어멈

 

 

사진

 

 

인용

지도 / 월간 / 08 / 12월 기록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