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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부록 - 주요용어 해설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부록 - 주요용어 해설

건방진방랑자 2021. 7. 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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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용어 해설

 

 

기계(machine)

 

분자생물학자 자크 모노에 의해 정립되었고, 들뢰즈/가타리에 의해 철학적으로 변용된 개념. 기계라고 하면 명령 혹은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는 고정된 시스템을 떠올릴 테지만, 그때의 기계는 mechanism에 해당한다. 들뢰즈/가타리가 말하는 기계, machine은 어떤 활동 내지 에너지의 흐름을 절단하고 채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모든 것이다. 따라서 접속하는 짝이 달라지면 동일한 것도 다른 기계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입은 식도와 접속하여 영양(음식물)의 흐름을 절단하고 채취하는 경우에 먹는 기계가 되고, 성대와 접속하여 소리의 흐름을 절단 채취하는 경우에 말하는 기계가 되며, 연인의 입이나 성기와 접속하여 성적 에너지의 흐름을 절단 채취하는 경우에는 섹스 기계가 된다. 지금 이 순간 노트북과 접속하여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글쓰는 기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기계인 셈. 즉 인간과 동물, 무생물과 사이보그 사이의 경계는 없다! 근대적 주체성 및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철학적 모색을 반영하고 있는 핵심개념이다.

 

 

되기(:becomming, :devnir, :werden)

 

간단히 말하면,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되기는 동물이 되는 것이고, 어린이-되기는 어린이가 되는 것이며, 여성-되기는 여성이 되는 것이다. 무슨 마법사도 아니고,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동물이 되고, 어린이가 되고, 여성이 되냐고? 될 수 있다. 동물-되기란 동물로 변한다는 뜻이 아니라, 동물의 신체적 감응을 획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헤비메탈 그룹의 목소리는 때때로 늑대의 울음소리처럼 들릴 때가 있다. 그 순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늑대의 감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늑대-되기. 또 단거리 달리기 선수들이 전력으로 질주할 때, 그 순간 그들은 야생마 되기 혹은 치타 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어린이-되기나 여성-되기도 그런 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플라톤 이래 서양 형이상학의 흐름은 모든 것(존재자)의 원천이자 근거가 되는 본질적이고 불변적인 실체에 대한 탐구였다. 이에 반해 들뢰즈/가타리는 존재가 아닌 생성, 불변적이고 고정적인 실체가 아닌 유동적인 변화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다. 되기란 바로 이러한 생성과 변화를 함축하고 있는 개념이다. 들뢰즈/가타리의 사유에서 뿌리가 아닌 리좀이 선호되고, 정착이 아닌 유목이 강조되며, 관성이나 중력에서 벗어나는 클리나멘(clinamen)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입장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리좀(rhizome)

 

들뢰즈/가타리 철학의 주요 개념, 간단히 말해 덩이줄기를 뜻한다. 뿌리와 다른 것은 곁뿌리나 잔뿌리들이 모이는 어떤 중심이 없다는 것. 중심이 없으니, 일정한 방향이나 도달해야 할 목적지 또한 있을 수 없다. 감자나 산더덕의 줄기를 떠올려보라. 산지 사방으로 뻗어나가 도대체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를 종잡을 수 없지 않은가. 아무리 캐내어도 어딘가에 잔뿌리가 남아 또 어디론가 뻗어나가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우발성과 역동성이야말로 리좀의 특이성이다.

 

 

봉상스(bon sens)

 

양식 혹은 사회적 통념을 뜻하는 용어. 영어식 표현은 good sense. 하나의 집단 혹은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건전한 상식이라는 의미다.

 

 

아포리즘(aphorizm)

 

금언 격언 경구 등을 뜻하는 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따위와 같은 것. 아포리즘의 묘미는 촌철살인의 예리함과 통렬한 풍자, 유쾌한 반어 등에 있다. 한마디로 길이는 짧지만 심오한 사유를 담고 있는 문장들을 두루 아우르는 명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에 유행한 소품체(小品體)가 여기에 해당된다.

 

 

영토화 탈영토화/재영토화

 

영토성이란 원래 동물행동학에서 나오는 텃세라고 번역되는 개념이다. 가령 호랑이나 늑대 종달새 등은 분비물이나 다른 사물들 소리 등으로 자신의 영토를 만든다(영토화), 들뢰즈/가타리는 이 개념을 변형시켜(일종의 탈영토화이다) 다른 개념들을 만들어낸다. 가령 탈영토화는 기왕의 어떤 영토를 떠나는 것이다. 이를 다른 것의 영토로 만들거나, 다른 곳에서 자신의 영토를 만드는 경우에 대해서는 재영토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개념을 모든 영역으로 확장해서 사용한다. 가령 어린아이가 직립하는 것은 탈영토화되는 것이고, 농민이 토지로부터 분리되어 추방되는 것도 탈영토화이다. 직립한 아이가 어떤 도구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그 도구에 손이 재영토화되는 것이고, 추방된 농민이 다른 땅에 정착하는 것은 재영토화이다.

 

 

오리엔탈리즘/옥시덴탈리즘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 혹은 지배방식을 가리킨다. 말할 것도 없이 거기에는 서양우월주의의 오만과 편견이 뿌리깊이 작동하고 있다. 동양을 신비화하고 낭만적 사회로 상상하게 하는 이미지는 대개가 오리엔탈리즘의 산물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이 유명해지면서 더욱 널리 쓰이게 된 용어다.

 

그와 반대로 옥시덴탈리즘은 동양적 시각에서 바라본 서양, 그럼으로써 왜곡된 형상으로 이미지화된 서양상(西洋像)이다. 오리엔탈리즘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뿌리깊은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

 

 

유목민(nomad)/유목적 능력

 

유목이란 동물을 기를 때 우리 없이 방목을 하면서 목초지를 찾아 끊임없이 옮겨 다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노마드는 유목을 삶의 조건으로 삼는 사람 혹은 집단을 말한다. 이들은 한곳에 머물지 않으며 항상 새로운 삶의 조건들을 찾아 움직이기 때문에, 한곳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정착민과 대비된다. 그렇다고 유목을 단순한 이동이나 유랑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유목민에게 중요한 것은 이동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창안하는 것이다. 어디서든 들러붙어 능동적으로 삶을 구성하되, 그 대상이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 어떤 것과도 접속할 수 있고 언제든 다른 존재로 변이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유목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목적 삶을 위해 굳이 초원이나 사막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이 선 자리를 초원으로, 사막으로 만드는 것이다. 도시에서 유목하기, 앉아서 유목하기가 결코 반어가 아닌 것은 그 때문이다.

 

 

주름(: fold, :pli)

 

라이프니츠의 원자론에 나오는 용어. 들뢰즈가 철학적으로 변용하여 적극 활용하였다. 예컨대 반으로 접힌 종이가 있다고 하면, 이 종이는 전체로는 한 장이지만, 면으로는 두 개인 셈이다. 이때 접혀져 있는 부분이 주름이고, 그것은 곧 이 종이가 지닌 잠재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름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펼침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클리나멘(clinamen)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주어진 관성적 운동에서 벗어나려는 성분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 가령 중력에 의해 낙하하는 것은 아무리 빨리 떨어진다 해도 속도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다만 중력에 끌려 내려갈 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유한 속도는 그 중력을 이기는 힘, 중력을 벗어나는 힘에 의해 정의된다. 중력이나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거기서 벗어나는 성분을 클리나멘이라고 한다. 들뢰즈/가타리는 탈주가 단순한 도망이나 도주, 혹은 파괴나 해체 등의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관성 타성 중력 등에서 벗어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힘이라는 의미에서 클리나멘을 통해 탈주의 개념을 정의한다.

 

 

탈코드화

 

코드(code)는 법의 조항이나 언어 규칙처럼 규칙들의 집합을 뜻하기도 하고, 유전자 코드처럼 앞으로 펼쳐질 어떤 상태를 이미 담고 있는 정보의 집합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코드화는 일상적이고 상투화된 용법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탈코드화는 그러한 코드화된 흐름으로부터의 일탈, 다시 말해 규칙에 대한 새로운 용법을 의미한다. 하지만 탈코드화된 흐름도 동일하게 반복되다 보면 다시금 일상적인 규칙의 집합이 되어버리는데, 그런 경우를 재코드화라고 한다.

 

 

포획/포획장치

 

포획이란 정치경제학적으로는 초과이윤을 착취하는 방식이고, 포획장치는 그것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메커니즘을 뜻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의하면 용어보다 해설이 한술 더 뜨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냥 간단하게 말하면, 개인들의 잠재력을 특정한 방식으로 착취하여 이용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입시제도 같은 것이 대표적인 포획장치에 해당된다.

 

 

홈 파인 공간/매끄러운 공간

 

홈 파인 공간은 자동차길이나 수로처럼 홈이 파여져 있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에선 오직 주어진 방향으로만 가야 한다. 옆으로 수가 없다는 뜻이다.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학교교육이나 공무원체제가 거기에 해당된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단일한 방식으로만 행동하게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맹목적으로 앞을 향해 질주하거나 아니면 낙오하거나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이 홈 파인 공간의 속성이다. 그에 반해, 매끄러운 공간은 초원이나 사막처럼 홈이 없이 평평하게 펼쳐져 있어서 사방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다. 아이스링크장이나 알래스카의 설원을 연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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