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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한문임용 후기 - 1. 3년 동안 한문과 찐하게 데이트하다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21학년도 한문임용 후기 - 1. 3년 동안 한문과 찐하게 데이트하다

건방진방랑자 2020. 11. 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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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년 동안 한문과 찐하게 데이트하다

 

 

전공 한문 임용 준비생 3년 차, 2018년부터 다시 임용시험을 보겠다며 이 길로 들어서 임용시험을 본 지 벌써 3년이나 흘렀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들고, 3년이란 시간 동안 정말 알찼다는 생각이 든다.

 

 

 

맘껏 공부만 할 수 있는 삶을 꿈꾸다가

 

7년 간 다니던 단재학교를 그만뒀을 때만 해도 막상 달리 할 만한 일은 없었다. 그때 생각으론 그냥 실컷 공부만 하며 시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어렴풋한 감상만이 있었을 뿐이다. 2017년 어느 날 학교에 출근하러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이었는데, 그 날따라 왜인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되면 출근해야 하는 이 상황이 지겹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제때 출근하지 않고 그저 방안에 앉아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같은 일을 7년 동안이나 하다 보니 어느새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이겠지. 그렇다고 그땐 임용고사 시험 준비를 다시 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문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만 살짝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삶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듯 지금은 그때의 생각이 그대로 실현된 삶을 살고 있다. 아마도 그게 지금 생활의 단초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 생각은 바로 그 다음 해에 실제로 실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꿈조차 꾸지 않았던, 나에겐 실패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임용생의 길로 다시 들어서게 되었으니 인생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할 만하다. 그땐 별 생각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 길로 들어섰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매우 현실적인 생각에 기반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를 딴다 해도 다시 취업을 하기 위해 아등바등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기에, 그럴 바에야 아예 맘껏 한문을 공부하며 그 결과로 교사까지 될 수 있는 길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실제론 교사가 되는 것에 두기보다 임용시험이란 목표치를 향해 한문공부를 제대로 해보는 것에 두었던 것이다.

 

 

7년의 시간을 보낸 단재학교. 나의 30대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벅찬 인연들.      

 

 

 

3년 동안 한문과 찐하게 만나다

 

3년을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이건 기억에 날 정도로 나에겐 매우 밀도높은 시간이었다. 무작정 임용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오던 순간, 무작정 임용고시반에 들어가 공부할 맘 자세도 되어 있지 않았는데 논어맹자를 다시 훑어보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순간, 김형술 교수 스터디팀에 일면식도 없는 상태로 무작정 들어가 하나하나 주워 들으며 한문 공부의 재미와 한시의 맛을 알게 됐던 순간, 그리고 소화시평(小華詩評)18개월 만에 끝나던 날의 뿌듯했던 기분을 느끼던 순간, 한 번도 합격해본 적 없는 임용 1차 시험에 합격하며 행복감에 젖어들던 순간, 그리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음에도 한계를 여실히 맛보며 최종에서 떨어지던 순간, 코로나19로 인해 집합금지된 상황에서 스터디조차 열리지 않을 때 교수님이 용기를 내어 5월부터 다시 스터디가 시작되었을 때 맘껏 공부하고 싶다고 느끼던 순간, 그리고 걱정과 불안 속에 3번째 한문임용을 보던 순간까지 어느 순간이건 잊지 못할 순간이었고 매순간이 나에겐 정지된 화면처럼 매우 선명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그냥 실컷 공부할 수 있는 나날을 원했었는데 지난 3년 간 정말 그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고, 그로 인해 늘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고 그만큼 알고 싶었던 한문과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결코 3년이란 시간이 후회스럽거나 원망스럽거나 하진 않는다.

 

 

 

2018년에 철판을 깐 채 들어온 스터디를 3년 동안 함께 했다. 그 덕에 많은 도반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  

 

 

 

 

집대성을 보여야 할 차례

 

임용시험 D-1일이었던 날에 천안으로 떠나며 이제 집대성을 보여야 할 차례라는 글을 남겼다. 3년 동안 한문을 실컷 공부해왔다면, 그리고 작년엔 1차를 합격했던 전력도 있다면 올해는 당연히 그 이상의 성적도 거둘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임용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잘 안다. 한 번 합격했다고 해서 다음에 합격할 보장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더 퇴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연히 시험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긴장과 걱정이 더 심해졌기에 그런 마음을 다독이려 이런 글을 남긴 것이다. 3년이란 순간도 그랬지만 시험을 봐야 하는 그 순간의 순간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나만이 직면하고 나의 집대성을 내보여야 하는 순간이니 말이다.

슈트레제만이 자네는 이 대학에서 4년간 피아노 공부를 해왔습니다. 그 집대성(集大成)을 보여줘야 해요.”라고 치아키에게 했던 말처럼 나 또한 맘을 제대로 먹고 3년 동안 흠뻑 한문에 빠져 공부를 해왔으니 이젠 그 집대성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연 난 어느 정도 집대성을 보이며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일까?

 

임고반에서 보이는 전주대의 풍경. 가을이 물씬 느껴진다. 여기서 실컷 공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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