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차 면접을 방불케 한 교육학 시험
임용시험은 크게 두 과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교육학 시험과 전공 시험, 두 과목이 그것이다. 교육학은 20점 만점이고 전공은 80점 만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겨우 20점이라면 전공을 훨씬 잘 보면 되겠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임용 최종 결과가 나오고 나면 0.X점 차로 당락이 엇갈리기도 할뿐더러, 교육학도 8점 미만으로 맞을 경우 과락으로 인해 아무리 전공 시험을 잘 봐도 시험엔 무작정 떨어지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치고 교육학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 나만 들어온 교실은 마치 나를 위한 장소인 것만 같다. 딱 중간 자리에 앉아 있다.
교육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반기에 교육학을 한 번 쭉 보면서 정리하고 임용시험일 한 달 전쯤부터 맹렬히 공부했다. 아니, 작년만 그런 게 아니라 교육학 공부는 지금껏 그렇게 해왔다. 상반기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으로 정하고 시험에 임박해선 시험 위주로 내용을 갈무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올핸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교육학은 이미 자료로 만들어 정리해놓은 상태였고 논술시험으로 바뀐 이후엔 자잘한 것까지 세부적으로 외울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추어 글을 써야 하는데, 지금껏 여러 글을 써온 덕에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반기엔 아예 교육학 공부를 하지 않았고 시험 보기 한 달 전부터 최종적으로 정리하자고 마음을 먹었었다.
막상 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이제 본격적으로 교육학을 공부해야 함에도, 시간이 되고 보니 왜 이리 하기가 싫던지 차일피일 미루게 되더라. 교육학 책을 펼치고 공부하고 있노라면 집중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자꾸 딴 생각만 들어 딴짓을 하며 시간을 때우기 일쑤였다. 그렇게 한 달 전부터 갈무리하자는 계획은 완전히 무너져버렸고 시험일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2주 정도를 남겨놓은 시간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강박증을 느끼며 어떻게든 들여다보며 정리를 하려 노력했고 자료집을 참고하며 확실하지 않은 것들을 채워 넣으려 했다. 하지만 교육학 자체의 내용이 방대하니 만큼 수박 겉핥기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텐가? 제대로 집중도 되지 않는 것을. 그래도 불안한 나머지 이렇게라도 보고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을.
▲ 복도에 나가면 가을이 물씬 느껴진다.
마치 2차 면접 때의 심정을 느끼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교육학 시험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바짝 긴장되더라. 글을 쓰는 것엔 자신이 있으니 어떻게든 서론과 본론과 결론에 맞춰 글은 쓸 테지만 과연 내용을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막상 9시 본령이 울리고 교육학 시험지를 펴고서 든 생각은 올해 초에 봤던 면접시험 같단 생각이었다. 단순 지식을 묻기보다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묻는 구체적인 물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작년부터 시험체제가 바뀌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2018년 교육학 시험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암기했던 사항들을 풀어써야 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러니 교육학 책을 보며 여러 내용을 암기하며 전체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에겐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작년부턴 그런 내용을 묻기보다 어떻게 현장에 적용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묻는 내용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그러니 여러모로 생각을 해본 사람에게 더 유리한 시험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이런 식으로 방향으로 교육학 시험이 바뀌는 것에 대해선 찬성한다. 교육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단순히 암기를 하고 그 내용을 그대로 풀어쓰려 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내가 교사가 된다면 이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려 해서기 때문이다. 지금의 방향은 바로 교사가 된 이후에 이런 교육학적 지식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 것인지를 묻고 있으니,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1시간 내에 답안으로 구성하는 건 결코 만만치 않았다. 20분 정도 문제에 따라 어떻게 풀어쓸 것인지 전개도를 그리는 데에 썼고 나머지 40분 동안은 그 내용을 풀어쓰는 데에 썼다. 2년 동안 교육학 시험을 볼 땐 55분 정도면 모든 내용을 기술하고 마칠 수 있었는데 올핸 생각할 거리도 많고 그걸 체계적으로 서술하려 하다 보니 시간이 약간 모자를 지경이더라.
과연 내가 쓴 내용이 어느 정도 정답치에 접근할진 모르겠지만,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시험 문제는 포괄적이었기에 안심을 했다. 이로써 그렇게 걱정했던 교육학 시험은 정말로 끝이 났다. 어쨌든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 우리 고사장은 저 복도의 끝쪽에 있다. 이 학교는 정돈이 잘 되어 있어 깨끗한 느낌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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