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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을 맘껏 공부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 3. 안다는 것과 천재성에 대해 본문

건빵/일상의 삶

한문을 맘껏 공부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 3. 안다는 것과 천재성에 대해

건방진방랑자 2020. 10. 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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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다는 것과 천재성에 대해

 

 

올핸 2016학번 아이들이 대거 스터디에 참여하게 되었다. 2018년엔 하반기로 갈수록, 그에 따라 임용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의 참여가 현저히 낮아지는 걸 볼 수 있었지만, 작년부턴 그런 풍조는 완전히 사라졌다. 아이들은 임용시험 공부와 스터디 공부를 별개로 여기지 않는 듯했고 스터디 공부를 충실히 하는 만큼 임용시험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 듯 보였다. 당연하다. 어떤 임용공부보다도 더 깊이 있고 내실 있는 공부를 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는 만큼 그나마 조금 할 만해졌다는 인상이 들기 때문이겠지.

 

 

어느덧 찾아온 가을. 전주대에도 가득 내렸다. 가을 하늘 공활하다.   

 

 

 

 

몰라요, 그러니 알려주세요

 

작년부터 보아온 아이들은 1년 사이에 실력이 어마무시하게 늘었고 올해 처음 본 아이들도 처음 볼 당시와는 확연히 차이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이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실력이란 무언지에 대해 절로 생각하게 된다. 예전엔 실력이란 하나를 더 알고, 덜 알고의 차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건 확실히 지식(학습)=획득의 개념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이 아이들이 보여준 실력이란 알지 못하는데 아는 것처럼 꾸미지 않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그대로를 노출하며 묻고 답할 수 있는 정신이니 말이다. 그러니 자신이 무얼 모르는지 명확히 아는 상태에서 한 걸음씩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논어(論語)』 「위정(爲政)17장엔 유야, 너에게 안다하는 것에 대해 가르쳐주겠노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는 구절이 나온다. 앎에 대해 이처럼 간명하고도 통쾌하게 말할 수 있다니. 이에 대해 김용옥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해설을 덧붙였다.

 

 

인간의 앎에 있어서 가장 큰 병폐는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데 있다. 즉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모르느냐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 지를 명료하게 아는 인간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우기는 법이 없다. 그리고 그 무지의 영역은 무지한 상태로 소중하게 간직되며, 언젠가는 앎의 영역으로 전이되리라는 소망의 대상이 된다. 인간은 자기가 무엇을 모르느냐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을 때만이 앎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의 영역은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를 통해서만 반사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바로, 모르는 것을 확실히 모르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자에게만 비로소 진정한 앎에 대한 발돋움이 가능케 되는 것이다.

-김용옥, 논어한글역주, 통나무, 2008, 1, 548

 

 

이 해설처럼 아이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문식(文飾)하려 하거나, 있어 보이려 갖가지 것들로 꾸며대거나 하지 않고 모르기에 모르는 상태로 묻고 모르기에 그대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그러니 1년 사이에, 또는 5개월 사이에 실력은 비약적으로 늘며 눈을 비비고 봐야 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10월 22일엔 스터디팀 회식이 있었다. 교수님과 나와 운호와 16학번 아이들.  

 

 

 

16학번의 천재성과 강건우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있다. 여기선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지휘자인 강마에(강건우 마에스트로)와 그를 따라 배우길 원하는 제자인 강건우가 나온다. 하지만 강건우는 음대를 한 번도 다닌 적도 없고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음에도 청음(聽音)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자다. 그런 그가 강마에에게 배우고 싶어하지만 강마에는 쉽게 맘을 열어주지 않고 자신보다는 학생 친화적으로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지휘자 친구인 정명환에게 강건우를 대신 맡아달라고 한다. 자신의 모난 성격 때문에 강건우의 천재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이다. 이때 강마에가 하는 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건우, 쟤 천재다! 인정하고 싶진 않은 데 그런 거 같아, 쟤 미친 놈이야!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천재는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천재는 있어. 재능은 있는데 겁도 없어, 모차르트가 라이벌이야. 틀도 없고 형식도 없어. 그냥 막 튀는데 에너지가 번쩍번쩍해. 그러면서도 애가 따뜻해. 사람을 안 놓쳐. 그런데 제일 무서운 건 그게 이제 막 시작이라는 거야. 빙산 끝자락만 보인 건데도 그래. 그 밑에 어떤 것이 숨어 있을지 난 상상도 안 가.

 

 

강마에는 강건우의 천재성을 보았다. 그 천재성이란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틀도 없이 에너지틱(energetic)하게 맘껏 좌충우돌하며 하나하나 성실하게 쌓아가는 실력인 거시다. 16학번 아이들에게서 바로 이와 같은 천재성을 보았다고 하면 과장이려나? 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이들에게 내가 배운 건 바로 이 두 가지다. 모름을 감추지 않고 맘껏 노출하며 배우려는 마음과 번쩍번쩍 튀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배우려는 열의로 똘똘 뭉쳐 있는 열정 말이다.

 

 

1년 사이에, 5개월 사이에도 다들 너무도 달라졌다. 그게 저력이다.  

 

 

 

4주란 시간

 

이제 시험까지는 딱 4주만의 시간만이 남았다. 시험이 한 달 남고보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설렘보단 아쉬움이 짙게 배어나게 마련이다. 열심히 안 한 것도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한 것만 같고, 그렇게 시험을 기다려왔음에도 미루고만 싶어진다. 이젠 정말 공부의 과정을 결과로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드는 감상이리라.

좋다, 4주 후에 어떻게 시험지와 대면할 것이며 시험지 위에 어떻게 나의 실력을 풀어낼 것인지 상상하며 4주 동안 후회 없는 시간을 살아가면 되리라. 걱정보단 기대로, 아쉬움보단 설렘으로, 그렇게 시험을 맞이하고 맘껏 풀어재껴 보자.

 

 

어둠이 짙게 내린 학교 복도는 마치 앎의 출입구 같은 느낌이다. 기꺼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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