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6/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20.11.21(토) - 2021학년도 한문임용 후기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11.21(토) - 2021학년도 한문임용 후기

건방진방랑자 2020. 11. 25. 16:43
728x90
반응형

 

1. 3년 동안 한문과 찐하게 데이트하다

 

 

전공 한문 임용 준비생 3년 차, 2018년부터 다시 임용시험을 보겠다며 이 길로 들어서 임용시험을 본 지 벌써 3년이나 흘렀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들고, 3년이란 시간 동안 정말 알찼다는 생각이 든다.

 

 

 

맘껏 공부만 할 수 있는 삶을 꿈꾸다가

 

7년 간 다니던 단재학교를 그만뒀을 때만 해도 막상 달리 할 만한 일은 없었다. 그때 생각으론 그냥 실컷 공부만 하며 시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어렴풋한 감상만이 있었을 뿐이다. 2017년 어느 날 학교에 출근하러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이었는데, 그 날따라 왜인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되면 출근해야 하는 이 상황이 지겹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제때 출근하지 않고 그저 방안에 앉아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같은 일을 7년 동안이나 하다 보니 어느새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이겠지. 그렇다고 그땐 임용고사 시험 준비를 다시 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문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만 살짝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삶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듯 지금은 그때의 생각이 그대로 실현된 삶을 살고 있다. 아마도 그게 지금 생활의 단초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 생각은 바로 그 다음 해에 실제로 실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꿈조차 꾸지 않았던, 나에겐 실패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임용생의 길로 다시 들어서게 되었으니 인생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할 만하다. 그땐 별 생각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 길로 들어섰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매우 현실적인 생각에 기반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를 딴다 해도 다시 취업을 하기 위해 아등바등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기에, 그럴 바에야 아예 맘껏 한문을 공부하며 그 결과로 교사까지 될 수 있는 길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실제론 교사가 되는 것에 두기보다 임용시험이란 목표치를 향해 한문공부를 제대로 해보는 것에 두었던 것이다.

 

 

7년의 시간을 보낸 단재학교. 나의 30대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벅찬 인연들.      

 

 

 

3년 동안 한문과 찐하게 만나다

 

3년을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이건 기억에 날 정도로 나에겐 매우 밀도높은 시간이었다. 무작정 임용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오던 순간, 무작정 임용고시반에 들어가 공부할 맘 자세도 되어 있지 않았는데 논어맹자를 다시 훑어보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순간, 김형술 교수 스터디팀에 일면식도 없는 상태로 무작정 들어가 하나하나 주워 들으며 한문 공부의 재미와 한시의 맛을 알게 됐던 순간, 그리고 소화시평(小華詩評)18개월 만에 끝나던 날의 뿌듯했던 기분을 느끼던 순간, 한 번도 합격해본 적 없는 임용 1차 시험에 합격하며 행복감에 젖어들던 순간, 그리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음에도 한계를 여실히 맛보며 최종에서 떨어지던 순간, 코로나19로 인해 집합금지된 상황에서 스터디조차 열리지 않을 때 교수님이 용기를 내어 5월부터 다시 스터디가 시작되었을 때 맘껏 공부하고 싶다고 느끼던 순간, 그리고 걱정과 불안 속에 3번째 한문임용을 보던 순간까지 어느 순간이건 잊지 못할 순간이었고 매순간이 나에겐 정지된 화면처럼 매우 선명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그냥 실컷 공부할 수 있는 나날을 원했었는데 지난 3년 간 정말 그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고, 그로 인해 늘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고 그만큼 알고 싶었던 한문과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결코 3년이란 시간이 후회스럽거나 원망스럽거나 하진 않는다.

 

 

 

2018년에 철판을 깐 채 들어온 스터디를 3년 동안 함께 했다. 그 덕에 많은 도반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  

 

 

 

 

집대성을 보여야 할 차례

 

임용시험 D-1일이었던 날에 천안으로 떠나며 이제 집대성을 보여야 할 차례라는 글을 남겼다. 3년 동안 한문을 실컷 공부해왔다면, 그리고 작년엔 1차를 합격했던 전력도 있다면 올해는 당연히 그 이상의 성적도 거둘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임용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잘 안다. 한 번 합격했다고 해서 다음에 합격할 보장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더 퇴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연히 시험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긴장과 걱정이 더 심해졌기에 그런 마음을 다독이려 이런 글을 남긴 것이다. 3년이란 순간도 그랬지만 시험을 봐야 하는 그 순간의 순간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나만이 직면하고 나의 집대성을 내보여야 하는 순간이니 말이다.

슈트레제만이 자네는 이 대학에서 4년간 피아노 공부를 해왔습니다. 그 집대성(集大成)을 보여줘야 해요.”라고 치아키에게 했던 말처럼 나 또한 맘을 제대로 먹고 3년 동안 흠뻑 한문에 빠져 공부를 해왔으니 이젠 그 집대성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연 난 어느 정도 집대성을 보이며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일까?

 

임고반에서 보이는 전주대의 풍경. 가을이 물씬 느껴진다. 여기서 실컷 공부할 수 있었다.  

 

 

 

2. 선물과 코로나가 바꾼 시험일 아침의 풍경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2021학년도 임용시험일이 밝았다. 이쯤 되면 긴장이 되어 덜덜 떨릴 만한 데도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력이 출중하기에, 또는 여러 번 임용시험을 봤기에 그렇다고 생각하진 마시라. 아마도 새벽 5시에 일어난 만큼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탓에 긴장도 되지 않은 것이겠지.

 

 

임용일의 기온. 아침엔 좀 선선하지만 낮부턴 더워진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희희락락

 

올핸 시험을 보기 전에 처음으로 선물을 받았다. 예전에 임용을 준비할 땐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도 있고 시험을 본다는 것도 여러 사람들이 알아 임용시험이 다가오면 전화가 오기도 했고 잘 보라는 의미로 선물을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3년 전에 다시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는 같이 공부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임용시험을 본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용히 임용고사일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핸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으니 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기분마저 들더라. 그만큼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턴 많이 고립되어 있었다는 얘기겠지.

작년부터 김형술 교수 스터디에 16학번 아이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겨울방학이건 여름방학이건 상관없이 교수님은 매주 2번씩 스터디를 진행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었음에도 이 아이들은 누구 하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고 4학년 학기 중에 스터디는 매주 한 번씩 진행되었음에도 빠지지 않고 그 시간을 메웠다. 그렇게 2년 간 스터디를 진행해온 것이고 그 시간을 통해 실력도 일취월장한 것이다. 그 아이들을 보며 나 또한 자극이 됐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바로 그와 같은 심경을 담아 한문을 맘껏 공부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는 글을 썼던 것이다.

 

 

올해 함께 공부한 아이들과 교수님. 10월에  함께 회식을했다.   

 

 

1117일은 스터디 마지막 시간이었다. 임용시험이 있는 기간까지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는 김형술 교수의 깡다구도 대단하지만 이에 대해 누구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아이들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역시 그 교수에, 그 제자들인가^^;; 시험은 코 앞에 다가왔지만 스터디 또한 삶의 활력소였기에 맘을 편안히 먹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스터디 좌장인 아이가 나에게 핫팩 2개를 선물로 주더라. 이미 거기엔 쪽지 같은 것도 달려 있었고 그 쪽지엔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세상에 이런 선물은 처음이다. 시험을 보지 않는 사람이 시험을 보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주는 경우는 봤어도, 같은 입장에 있는데 스터디원들 전체에게 핫팩을 챙겨주고 모두 쪽지까지 써줄 정도라니. 이걸 준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돈도 돈이지만, 그보단 쪽지를 모두에게 쓰려 보낸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한문과에선 음덕(蔭德)’이란 가치를 중시한다. 손숙오가 머리 둘 달린 뱀을 보고 남들이 해를 입을까봐 죽인 이야기홍서봉의 어머니가 썩은 고기를 모두 사서 마당에 묻은 이야기처럼 남 몰래 베푼 은덕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이다. 거기엔 남에게 보답받으려는 마음도,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그저 그게 옳은 일이기에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서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스터디장도 이런 선물을 통해 스터디원들에게 음덕(蔭德)을 베푼 셈이다. 아마도 이 선물 덕에 시험일 새벽에 일어났을 때에 조금도 긴장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겠지.

 

 

스터디장이 마음과 정성을 담아 모두에게 선물을 줬다. 그 마음이 정말 따뜻하다.   

 

 

 

시험장으로 향하는 길이 만만치 않네

 

아침으론 어제 사온 컵라면과 김밥을 먹었고 출발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730분부터 교실 입실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년650분쯤 숙소에서 나왔었지만 올핸 40분 정도 걸어가야 된다는 사실 때문에 635분에 숙소에서 나왔다.

 

 

아침으로 컵라면과 김밥을 먹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그제 비가 온 후로 깜짝 추위가 찾아왔지만 아침도 든든히 먹고 옷도 따뜻하게 입고 와서인지 하나도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위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지만 싫지 않은 느낌이다. 이렇게 임용시험을 볼 때가 아니면 새벽 거리를 어느 때 쏘다닐 것인가? 그때 잠시 갈등을 하기도 했다. 걷기엔 조금 먼 거리이니 택시를 탈까? 그냥 걸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일찍 나온 만큼 그리고 새벽공기가 나쁘지 않은 만큼 그냥 걷기로 했다.

 

 

오늘 다음 지도가 알려준 길은  수도산을 통과하는 경로다.  

 

 

보통은 다음 지도를 확인하며 알려주는 길을 통해 갈 때 대로변을 중심으로 알려주게 마련인데, 이번엔 매우 특이하게도 좁은 길로 가는 길을 알려주더라. 당연히 다음 지도에서 알려주는 경로만을 믿고 길을 따라 가는데 갑자기 언덕을 올라가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여기서 되돌아갈 순 없기에 그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길이 뚝 끊기더니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있는 것이지 않은가? 그렇다, 여기는 바로 개인 사유지였던 것이고, 가정집이었던 것이다. 다음 지도상에선 이 길로 가는 게 맞기에 어쩔 수 없이 야심한 아침에 남의 집 철제 울타리를 넘어가는 충분히 오해를 살 법한 행동을 해야만 했다. 걱정 마셔요. 저는 훔치러 온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길이니까요~ 그곳을 넘으니 바로 언덕길이 계속 이어졌고 그 이후론 콘크리트가 깔린 보통길이 이어졌다.

 

 

새벽 거닐을 걸어 고사장으로 간다. 새벽 바람 선선해서  걷기에 정말 좋다.  

 

   

 

코로나가 바꾼 입실의 풍경

 

77분 정도에 학교에 도착했다. 40분이 걸린다고 해서 숙소에서 일찍 나온 것인데, 32분만에 도착한 것이다. 이미 학교 앞엔 수험생을 내려주는 차들이 있었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도 여럿 보였다. 학교는 벌써부터 시험 준비에 들어갔는지 여기저기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더라.

 

 

드디어 고사장 도착. 여기에 오고 나니 실감이 난다.  

 

 

올핸 코로나가 휩쓴 시기에 임용고사가 치루어진다. 그러니 예전에 보지 못한 풍경이 교문부터 펼쳐지고 있었다. 작년만 해도 교문엔 사람이 서 있지 않았고 건물 입구에만 사람이 있어 수험표를 확인하는 과정만을 거쳤지만 올핸 교문부터 사람이 서서 수험표를 확인하고 수험생이 아닌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그곳을 통과하니 교문에 서 있던 교사는 “710분부터 입실 가능합니다.”라고 알려주더라.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엔 신발에 껴서 신을 수 있는 덧신이 준비되어 있어 수험생들은 덧신을 신어야 했고 그곳을 들어서면 체온기를 통해 체온을 재야 했다. 만약 발열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걸러져 시험을 못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이 광경이 예년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코로나가 휩쓴 올해 임용 시험만의 풍경이다.

한문 고사장은 2층에 마련되어 있어 바로 올라왔고 고사장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오지 않은 고사장을 한바퀴 훑어보며 내 자리에 앉았다. 앉고 나선 바로 공부를 하지 않고 그 순간의 심경을 메모장에 남겼다.

 

 

77: 벌써 학교에 도착했다. 32분 만에 도착한 거다. 벌써 학교는 준비에 들어갔고 입실도 가능하더라. 코로나 시대에 맞게 열상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체크를 마친 사람에겐 팔목에 팔찌를 채워준다. 마치 롯데월드에 갈 때 자유이용권을 끊은 사람에게 팔찌를 채워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여긴 임용월드쯤 되려나. 신나게 놀아보자. 오는 길은 적당히 선선해서 걷는 데 딱 좋았다.

 

 

어코로나가 바꾼 입실하기까지의 풍경. 손에 팔찌를 차니 여기가 놀이공원인 거 같다.   

 

 

 

3. 2차 면접을 방불케 한 교육학 시험

 

 

임용시험은 크게 두 과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교육학 시험전공 시험, 두 과목이 그것이다. 교육학은 20점 만점이고 전공은 80점 만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겨우 20점이라면 전공을 훨씬 잘 보면 되겠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임용 최종 결과가 나오고 나면 0.X점 차로 당락이 엇갈리기도 할뿐더러, 교육학도 8점 미만으로 맞을 경우 과락으로 인해 아무리 전공 시험을 잘 봐도 시험엔 무작정 떨어지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치고 교육학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나만 들어온 교실은 마치 나를 위한 장소인 것만 같다. 딱 중간 자리에 앉아 있다.  

 

 

 

교육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반기에 교육학을 한 번 쭉 보면서 정리하고 임용시험일 한 달 전쯤부터 맹렬히 공부했다. 아니, 작년만 그런 게 아니라 교육학 공부는 지금껏 그렇게 해왔다. 상반기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으로 정하고 시험에 임박해선 시험 위주로 내용을 갈무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올핸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교육학은 이미 자료로 만들어 정리해놓은 상태였고 논술시험으로 바뀐 이후엔 자잘한 것까지 세부적으로 외울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추어 글을 써야 하는데, 지금껏 여러 글을 써온 덕에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반기엔 아예 교육학 공부를 하지 않았고 시험 보기 한 달 전부터 최종적으로 정리하자고 마음을 먹었었다.

막상 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이제 본격적으로 교육학을 공부해야 함에도, 시간이 되고 보니 왜 이리 하기가 싫던지 차일피일 미루게 되더라. 교육학 책을 펼치고 공부하고 있노라면 집중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자꾸 딴 생각만 들어 딴짓을 하며 시간을 때우기 일쑤였다. 그렇게 한 달 전부터 갈무리하자는 계획은 완전히 무너져버렸고 시험일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2주 정도를 남겨놓은 시간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강박증을 느끼며 어떻게든 들여다보며 정리를 하려 노력했고 자료집을 참고하며 확실하지 않은 것들을 채워 넣으려 했다. 하지만 교육학 자체의 내용이 방대하니 만큼 수박 겉핥기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텐가? 제대로 집중도 되지 않는 것을. 그래도 불안한 나머지 이렇게라도 보고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을.

 

 

복도에 나가면 가을이 물씬 느껴진다.    

 

 

 

마치 2차 면접 때의 심정을 느끼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교육학 시험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바짝 긴장되더라. 글을 쓰는 것엔 자신이 있으니 어떻게든 서론과 본론과 결론에 맞춰 글은 쓸 테지만 과연 내용을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막상 9시 본령이 울리고 교육학 시험지를 펴고서 든 생각은 올해 초에 봤던 면접시험 같단 생각이었다. 단순 지식을 묻기보다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묻는 구체적인 물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작년부터 시험체제가 바뀌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2018년 교육학 시험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암기했던 사항들을 풀어써야 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러니 교육학 책을 보며 여러 내용을 암기하며 전체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에겐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작년부턴 그런 내용을 묻기보다 어떻게 현장에 적용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묻는 내용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그러니 여러모로 생각을 해본 사람에게 더 유리한 시험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이런 식으로 방향으로 교육학 시험이 바뀌는 것에 대해선 찬성한다. 교육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단순히 암기를 하고 그 내용을 그대로 풀어쓰려 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내가 교사가 된다면 이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려 해서기 때문이다. 지금의 방향은 바로 교사가 된 이후에 이런 교육학적 지식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 것인지를 묻고 있으니,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1시간 내에 답안으로 구성하는 건 결코 만만치 않았다. 20분 정도 문제에 따라 어떻게 풀어쓸 것인지 전개도를 그리는 데에 썼고 나머지 40분 동안은 그 내용을 풀어쓰는 데에 썼다. 2년 동안 교육학 시험을 볼 땐 55분 정도면 모든 내용을 기술하고 마칠 수 있었는데 올핸 생각할 거리도 많고 그걸 체계적으로 서술하려 하다 보니 시간이 약간 모자를 지경이더라.

과연 내가 쓴 내용이 어느 정도 정답치에 접근할진 모르겠지만,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시험 문제는 포괄적이었기에 안심을 했다. 이로써 그렇게 걱정했던 교육학 시험은 정말로 끝이 났다. 어쨌든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우리 고사장은 저 복도의 끝쪽에 있다. 이 학교는 정돈이 잘 되어 있어 깨끗한 느낌이다.    

 

 

 

4. 코로나가 바꾼 것과 전공시험

 

 

드디어 전공시험만을 남겨둔 시간이 되었다. 2018년에 처음으로 임용시험을 봤을 때는 어떤 문제들이 나왔을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처음으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의 실력이 발전했는지 보고 싶었고 과연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며 풀어갈 수 있을지 궁금했었다. 그에 비하면 작년에 임용시험을 볼 땐 문제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라는 두려움이 컸다. 2년이나 공부한 만큼 더 나은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의 시험 동안 기분은 제각각이었다.   

 

 

 

코로나가 바꾼 공부방식

 

올핸 임용시험 D-1일에 이제 집대성을 보일 차례라는 글도 썼다시피 2018년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과연 어떤 문제들이 나올지 궁금했고 그래서 얼른 시험지를 펼쳐들고 싶을 정도였다.

올핸 초유의 코로나19로 인해 공부의 패턴이 바뀌어야만 했다. 원래 같았으면 당연히 임고반에 들어가 공부를 했을 테지만, 코로나로 대중이 모이는 도서관, 임고반 등이 문을 닫으며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사라졌다. 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초반엔 집에서 과연 공부가 잘 될까?’ 의아하기도 했다. 집은 너무도 편안한 공간이라 공부를 하기보다 조금 무얼 할 맘이 있다가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딴짓을 하거나 자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걱정했지만 의외로 집은 공부하기 정말 좋은 장소였다. 이곳에선 컴퓨터를 맘껏 활용하고 타이핑하며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시간도 아낀 채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게 크나큰 장점이었다. 그래서 늘 맘만 먹고 있었던 비슷한 것은 가짜다고문진보’, ‘고사성어등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마 임고반에 올라가서 공부를 했다면 이런 것들을 한 번에 정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날 그날 조선 산문, 고문진보,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조금씩 공부하는 방향으로 공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권을 제대로 마무리 짓기보다 한 편씩 해나갔겠지. 그에 반해 집에서 공부를 하면서는 아예 다른 것은 염두에 두지 않고 하나만을 완전히 정리하는 방식으로 하니씩 마무리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니 일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선 끝내놓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된 것이다.

 

 

상반기엔 임고반이 열지 않아 집에서 공부했고 하반기엔 임고반을 활용했다.   

 

 

 

교과교육학을 암기하라

 

그렇게 정리해놓은 것들이 오롯이 나의 실력이 되었다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해묵은 과제를 끝낸 마냥 기뻤고 나름의 자부심이 되었다고는 생각한다. 이렇게 나름 자신감을 얻은 상태에서 보게 되는 시험이니 어떻게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작년 1차 시험의 패인(敗因)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교과 교육학을 제대로 암기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2018년도 시험 때는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지만 작년부터 전공 논술이 사라지면서 교과 교육학 문제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교과 교육학의 내용체계나 교수학습을 제대로 암기한 사람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나처럼 얼렁뚱땅 외운 경우엔 거의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례로 작년 B형 시험 문제 4번 문제의 경우 에 적용된 교수학습 방법으로 그림ㆍ만화 활용하기라는 답을 써야 하지만, 나는 네컷 만화 그리기로 쓸 정도로 교과교육학을 설렁설렁 보기만 했지만 하나하나 암기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그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올핸 교과교육학 암기에 사활을 걸 정도였다. 특히 내용체계와 교수학습 방법은 아예 백지를 놓고 날마다 테스트할 정도로 달달 외웠다. 이런 정도는 공부를 해서 시험을 봐야 마음이 그래도 놓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대면으로 인해 핸드폰도 그냥 내지 않고 지퍼백에 내야 했다. 코로나가 바꾼 풍경.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교과교육학

 

예년 같았으면 전공A전공B을 각각 나누어 소감을 적었을 테지만 올핸 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전공A형과 전공B형의 문제 출제방식이 거의 동일했기 때문이고, A형이나 B형 할 것 없이 교과교육학 내용이 정말 많이 출제되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교과교육학의 출제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올핸 그 정점을 찍은 것만 같을 정도로 대부분의 문제들이 교과교육학을 수업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묻고 있었다.

다행히도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작년에 교과교육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정답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올핸 열심히 외웠고 그걸 적용하여 여러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물론 그게 정답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얼렁뚱땅 쓰는 답안의 비율이 현격히 떨어졌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지 한문소설은 기존에 봤었던 김현감호(金現感虎)에서 출제되어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열심히 공부했던 서사한시고문진보에선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아 아쉽더라. 시험을 보기 전까지 이 두 분야의 글들을 다시 보며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완전히 방향이 어긋났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걸 공부한 것들은 켜켜이 나의 한문실력으로 쌓였겠지.

기대가 됐던 전공시험도 모두 다 끝이 났다. 생각보다 더 많이 교과교육학이 출제되어 황당하긴 했지만 작년보다 더 열심히 외운 덕에 아예 백지상태로 접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역시나 과거의 실패는 훗날의 디딤돌이 되는 게 분명하다. 그만큼 올핸 그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험이 끝나고 나올 때의 기온은 평상시의 기온을 회복한 후였다. 쌀쌀하게 느껴지던 기온은 어디에도 없이 포근하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과연 나는 이번 시험에서 집대성을 보인 것일까? 그 여부에 대해 자신할 수 없지만 딱 하나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후회 없이 시험을 보고 왔노라는 사실을 말이다.

 

 

열심히 시험을 보고 나가는 이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이들. 다들 애썼습니다^^  

 

 

 

 

인용

지도 / 공고문 / 20년 글 / 잡담 / 스캔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