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이화암노승전의 논찬
정범조(鄭範祖)의 문집 『해좌집(海左集)』에는 「이화암노승전」이 실려 있다. 바로 「이화암의 늙은 중」을 읽고 그 인물에 대단히 흥미를 느껴 전의 형식에 담아본 것이다. 사실의 서술은 시를 자료로 삼았기 때문에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없지만 그 인물 성격에 대한 해석 역시 서로 통하고 있다. 참고로 「이화암노승전」의 논찬(論贊) 부분을 소개해둔다.
노승은 기남자다. 그는 바야흐로 어린 나이에 묶이어 강로强虜(여진족을 가리키는 말) 속으로 들어가 능히 자신의 용력으로 대열 사이에서 자취를 떨치게 하였으니 기회를 잡아 진출을 하였다면 부귀를 쉽사리 이룰 수 있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부모의 나라를 저버리고 되놈 속에 몸을 빠뜨리는 짓을 차마 하지 못하여 발을 빼내 동쪽으로 돌아왔으니 그 뜻이 기특하다 하겠다.
僧奇男子也. 方弱齡, 束縛入强虜中, 能以勇力見使, 奮跡行間. 乘時進取, 則富貴可立致, 而顧不忍去父母國, 陷身夷狄, 脫屣東歸, 其志奇.
그리고 호랑이를 때려잡는 그 기질로 몸을 구부려 아전구실을 하였으니 호걸이 처하기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기생을 끼고 술에 취해 노래 불렀던 것은 참으로 여색에 미혹해서 그랬겠는가. 대개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는 것이었으리라. 그의 기걸한 기질에 죽을죄를 범하였는데 북방이나 남방의 국외로 망명하지 않고 공문(空門, 불교)에 의탁해서 목석과 더불어 함께 사라졌으니 그 행적은 기이하다.
以格虎之氣. 而屈之鴈鶩間, 非所以處豪傑也. 俠娼酣歌, 豈眞迷戀女色. 盖欲少洩其鬱塞耳, 其氣奇, 其犯法當死, 不北逃胡南遁粤. 而歸質空門, 與木石俱晦, 其跡奇.
대개 그의 일생은 세번 전환을 하여 일이 더욱 기이하다. 이야말로 파묻혀두어 전하지 않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해좌선생문집(海左先生文集)』 권39
盖三變節, 而事益奇, 是不可使䵝昧無傳也.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114쪽
인용
3. 군대에서 인정받으며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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