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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전일을 하다 스님이 된 사연
春風領漕受郡牒 | 봄바람 불 적에 조운선을 통솔하란 군의 공문을 받아 |
白粲連檣京口泊 | 흰쌀 실은 잇단 배를 한강 어귀에 정박했지. |
津頭遊女蕩人心 | 나루머리의 유녀들이 인심을 방탕하게 해서 |
一曲嬌歌散千斛 | 한 곡조의 교태스런 노래에 천 섬을 날려버렸네. |
自知作孽落坑穽 | 스스로 죄를 지어 함정에 떨어진 줄 알았으니, |
何處藏身免金木 | 어느 곳에 몸을 숨어야 형벌 1을 면할꼬? |
窮猿避禍入山深 | 궁한 원숭이 2도 화를 피해 깊은 산으로 들어가듯이 |
懶龍逃誅畏電迫 | 나태한 용도 벌 피하려고 번개를 두려워하듯이 |
夜叩伽倻絶頂庵 | 밤에 가야산 정상의 암자를 두드려 |
劫以利匕求髡削 | 날카로운 칼로 겁을 주고 머리털 깎아 달라 요구했지. |
斯須化作一和尙 | 금세 일개 화상으로 변해 |
項掛串珠身緇服 | 목에 염주를 걸고 몸엔 장삼을 걸쳤지. |
埋蹤已學雪嶽岑 | 자취를 감추는 것은 이미 설잠을 배웠고 |
變形誰識靈隱駱 | 변형했으니 누군들 영은사의 낙빈왕 3을 알아보겠나. |
인용
3. 군대에서 인정받으며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다
- 금목(金木): 옛적에 형벌을 시행할 때 사용된 금속과 목제의 형벌기구를 통칭함. 금속형구는 칼, 톱, 도끼 같은 것이고 목제형구는 채찍과 질곡 같은 것이다[舊時施刑所用金屬和木製刑具的總稱. 金屬刑具如刀鋸斧鉞, 木製刑具如捶楚桎梏等]. [본문으로]
- 궁원(窮猿): 곤경에 처해서 급히 피난처를 찾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진(晉)나라 이홍도(李弘度)가 항상 불우한 처지를 한탄하였는데, 은양주(殷揚州)가 그의 집이 빈한한 것을 알고는 "고을 수령으로 나가겠느냐?[君能屈志百里不]"라고 묻자, "궁한 원숭이가 숲으로 달려가는데 어찌 나무를 가릴 틈이 있겠느냐[窮猿奔林 豈暇擇木]"라고 하면서 섬현(剡縣)의 수령으로 부임했다는 이야기가 남조(南朝) 송(宋) 유의경(劉義慶)이 지은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에 나온다. [본문으로]
- [영은(靈隱): 영은사 / 락(駱): 낙빈왕(駱賓王). 문장을 잘하여 왕발(王勃)ㆍ양형(楊炯)ㆍ노조린(盧照鄰) 등과 함께 초당사걸(初唐四傑)이라 일컬어졌다. 서경업(徐敬業)이 군대를 동원하여 무후(武后)를 치자 낙빈왕은 그를 위하여 무후를 토벌하는 격문(檄文)을 지었는데 그 후 서경업이 패하니, 혹은 피살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혹은 망명하였다고 하기도 하고, 혹은 영은사(靈隱寺)의 중이 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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