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우열을 나누는 것에 대해
『소화시평』 권하 77번에선 계곡과 택당, 동명 세 사람의 시풍에 대해 홍만종이 평가를 하고 있다. 우선 평가에 들어가기 전에 평가를 하는 풍토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한다. 세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사람들의 좋아하는 것, 또는 좋다고 여기는 것에 따라 우열을 가르고 경중을 나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만종은 ‘매우 쓸데없는 이야기[甚無謂也]’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문장엔 각각의 가치가 담겨 있다[凡文章之美, 各有定價]’라고 말한다. 그건 곧 자신의 좋아하고 싫어함에 따라 함부로 재단하고 함부로 등급을 나누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물론 이 말 자체가 개인적인 비평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누구나 어떤 작품에 대해 개인적인 호불호를 얘기할 수 있으며, 그 이유를 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마치 누구도 거부할 수 없고 반박할 수 없는 완전한 논리인 양 말한다면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평가하기 위해선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점이란 게 곰곰이 따져 들어가 보면 그 시대에 요구하는 가치일 가능성이 높다. 농구만 해도 ‘24초 공격팀 룰’ 하나로 양상은 확 달라졌다. 그 전까지는 4세트가 종료되면 겨우 20점 정도의 점수만으로 나오던 것이, 그 룰이 적용되자 100점 정도의 점수가 나오게 됐으니 말이다. 단순히 이것만 보면 선수들의 경기능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오인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 안엔 24초 룰이란 매 순간 죄어오는 시간의 압박이 있었던 것이고, 그에 따라 선수들은 그 전에 비해 엄청 공격적이며 활동적인 농구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왜 이런 룰을 만들었냐 하는 것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선수들을 위한 게 아니라, 너무 느린 템포로 흘러가 관중들에게 지루함만을 선사했고 관중들의 관심이 적어지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관중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좀 더 액티브한 경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룰이란 사실이다.
이런 상황만 보더라도 룰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바뀌듯, 시적 재능이란 것도 어떤 시각과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택당의 시가 더 나아보일 수도, 동명의 시가 더 나아보일 수도, 계곡의 시가 더 나아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겨우 관점의 문제일 뿐 원래 실력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니 그런 상황을 알고 각자가 지닌 장점에 토대를 두고서 각자 시의 특징을 나누고 그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게 맞다.
▲ 이와 같은 점수가 나올 수 있었던데엔 'shot clock'의 개입이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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