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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75. 정두경이 흰 갈매기를 사랑한 이유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75. 정두경이 흰 갈매기를 사랑한 이유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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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경이 흰 갈매기를 사랑한 이유

 

 

白鷗在江海 泛泛無冬夏 백구가 강과 바다에 있어 떠다니며 겨울 여름이 없으니
羽族非不多 吾憐是鳥也 새의 족속들이 많지 않은 건 아니나, 나는 이 새를 사랑한다네.

 

年年不與雁南北 해마다 남과 북으로 오가는 기러기와 같이 하지 않고
日日常隨波上下 날마다 항상 파도 따라 오르락내리락.
寄語白鷗莫相疑 백구야 말 붙여도 서로 의심하지 말자꾸나.
余亦海上忘機者 나 또한 바다 위에서 기심을 잃은 사람이니까.”

 

소화시평권하 75에서 갈매기를 노래한 시는 정두경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갈매기와 기러기를 비교하며 자신은 기러기보단 갈매기와 같은 사람이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치권에서 쓰는 철새라는 말은 결코 좋은 말은 아니다. 그건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옮겨 다니는 사람, 그래서 줏대 없이, 자신의 정체성 없이 이익을 쫓아 살아가는 존재를 비판하는 단어기 때문이다. 정두경에서 시에서 묘사된 기러기 또한 이런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정두경이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갈매기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않는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그저 물에 두둥실 떠서 살아갈 뿐, 이런 저런 것들에 흔들리거나 소심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갈매기에 이입을 할 수 있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조류라 표현할 수 있었던 걸까? 그건 마지막 구절에 확실히 드러난다. ‘망기(忘機)’라는 두 글자 속에 자신이 꿈꾸는 삶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기심이란 사적 욕망에 따라 마음에 일어나는 불꽃같은 것들이다. 평소엔 자신을 잘 컨트롤하던 사람도 이익이 걸려 있거나, 사적인 마음이 발동하면 평정심을 잃어버리듯 그런 것 말이다. 너무 거창한 걸 비유할 필요도 없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을 때의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면 기심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아무런 관심이 없을 땐 평정심을 유지한 채 상대방을 대하고 마음의 동요도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좋아지고 또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뭘 해도 노심초사하게 된다.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면 여러 상상의 나래를 펴며 소설을 쓰게 되고, 같은 공간에 있을 땐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저 사람이 싫어하지 않을까?’하는 온갖 생각으로 머리는 복잡해지기만 한다. 바로 그렇게 일어난 불꽃 같이 타들어가는 마음이 기심인 것이다.

 

사람인 이상, 그리고 욕망을 지닌 존재인 이상 기심을 잃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매 순간 순간 감정이 동요되고 금방 좋았다가 어떤 일을 겪고 나선 온갖 짜증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니 그런 감정의 풍파를 찐하게 경험한 사람일수록 망기(忘機)’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 것이다. 너무 쉽게 휩쓸리는 자신을 보며 짜증이 날 법도 하니 말이다. 아마도 이 시를 쓸 당시의 정두경도 어떤 상황이로든 감정의 동요가 있을 것이고, 물 위에 떠 있는 갈매기를 보면서 마치 기심을 잃은 듯한 그 여유로움에 자신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를 쓰면서 백구를 칭송했던 것이고, 내가 가까이 가더라도 도망치거나 경계하진 말라고 말하며 자신을 망기(忘機)’한 존재가 되라고 채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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