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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76. 동명의 웅장함이 가득 시 감상하기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76. 동명의 웅장함이 가득 시 감상하기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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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웅장함이 가득 시 감상하기

 

 

統軍亭前江作池 통군정 앞의 강물은 연못이 되고
統軍亭上角聲悲 통군정 위로 나팔소리 비장하다.
使君五馬靑絲絡 부윤의 오마의 머리는 푸른 실로 장식했고
都督千夫赤羽旗 도독의 천 명 군사들 적우기 들었네.
塞垣兒童盡華語 변방성의 아이들은 중국어를 할 줄 알고
遼東山川非昔時 요동의 산천은 옛날이 아니로구나.
自是單于事田獵 그저 선우는 사냥을 일삼는 것뿐이니,
城頭夜火不須疑 성머리의 밤 횃불 의심하지 말라.

 

소화시평권하 76휴용만이부윤등통군정(携龍灣李府尹登統軍亭)이라는 시는 딱 읽는 순간에 절로 삼연이 했던 매번 지을 적마다 이렇게 웅대한 말이로구나[每作此雄大語].’라는 평어가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삼연은 비판적인 어조로 너무나 천편일률적인 웅장한 말로만 시를 쓰는 정두경을 비판한 것이지만 말이다.

 

1~2구부터 웅장한 기상을 한껏 드러낸다. 통군정 앞에 흐르는 압록강은 성의 위용을 한껏 드러내주는 연못이 된다고 말한다. 강을 연못 정도로 파악하는 정신에선 웅장을 넘어선 기백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듣는 나팔소리는 비장한 느낌까지 담아내고 있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은 한 번쯤 불러봤을 남아의 끓는 피!’가 절로 연상되는 구절이라고나 할까.

 

그런 기세는 3~4구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정두경은 통군정에 올랐을 때 명나라 도독 모문룡의 군병들이 지나가는 광경을 목도하고서 이 시를 지었으니 그에 대한 감상을 담았다. 모문룡 도독이 탄 오마의 말머리는 푸른실로 치장이 되어 있어 멀리서도 눈에 보일 정도이고 그를 따르는 천 명의 군사들은 적우기를 들고 있다. 이 광경은 지금으로 보자면 국군의 날 행사 때 군인들이 도심퍼레이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게다. 변방의 우뚝한 기상과 한껏 어우러진 군병들의 일사불란한 기세에 정두경도 한껏 고조되었을 거다.

 

 

 

 

5~6구에서는 다시 시선을 변방으로 돌려 분위기를 스케치한다. 변방에 사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요동산천도 무수히 변화하여 예전 그대로는 아니다. 처한 환경에 따라 사람들은 그곳에서 익혀야 할 것들을 자연스레 배우고 산천도 수시로 변해간다. 수련(首聯)과 함련(頷聯)에선 거친 기세를 묘사했다면 경련(頸聯)에선 아예 문의가 달라졌다고 할 만하다. 과연 이렇게 내용을 확 꺾으면서 미련에서 무얼 말하려 하는 걸까?

 

7~8구가 어찌 보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칫 잘못 읽으면 지금도 오랑캐의 우두머리인 선우가 저렇게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긴장 늦추지 말고 경계에 임하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음에 읽었을 땐 그런 뉘앙스로 읽었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면 1~4구까지 드러낸 세상을 마치 씹어먹을 듯한 기세와는 확연히 다른 정조가 되어 어색해진다는 게 문제였다. 이에 대해 교수님은 그런 식의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1~4구의 기세를 그대로 받아 7~8구도 해석해야 한다고 알려주시더라. 그러니 이 구절은 선우는 다만 사냥을 할 뿐이니, 횃불이 올랐다고 전쟁이라도 난다며 긴장할 것까진 없다는 말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렇게 본다면 이 시는 변방 군인들의 기상과 작은 것에 휩쓸리지 않는 포부를 느낄 수 있는 시이고, 정말로 삼연이 다른 시를 보고 평가한 웅장하기만 하다는 표현은 이 시에도 그대로 맞아떨어진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이 시에 대해 홍만종은 역시나 칭찬을 놓지 않는다. 이미 불교에서 말하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작품으로 하찮은 중이 지껄이는 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홍만종의 정두경에 대한 사랑 가득한 시선이 여지없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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