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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경한글역주, 제1장 주자학과 『효경간오』 - 대종주의와 소종주의 본문

고전/효경

효경한글역주, 제1장 주자학과 『효경간오』 - 대종주의와 소종주의

건방진방랑자 2023. 3. 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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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종주의와 소종주의

 

 

주자가 가례를 만들었다는 것은 단순히 고전학자로서 고경의 내용을 축약시켜 놓은 다이제스트(digest)판 의례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효경을 이론적으로 탐구하지 않았다. 효경이 계몽하고자 하는 효의 덕성을 구체적인 제도로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효는 추상적 함양이 아니라 제도적 실천이다. 이렇게 되려면 당대의 사람들이 누구든지 집안에서 당하는 일상적인 사태로서 익숙하게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주자 가례서(家禮序)의 첫 문장을 한번 살펴보자.

 

 

대저 예()라는 것에는 본질과 형식이 있다. 일상가정에 시행되는 것으로부터 이러한 문제를 접근해 들어간다면, 명분을 바르게 지킨다든가, 사랑()과 공경()을 실천한다든가 하는 것은 예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다.

凡禮有本有文, 自其施於家者言之, 則名分之守, 愛敬之實, 其本也.

 

그러나 관ㆍ혼ㆍ상ㆍ제와 같은 의장도수(儀章度數, 의례규범)는 예의 형식에 속하는 것이다. 그 본질이라는 것은 일반가정에서 일용생활을 하는 항상된 바탕이니 하루라도 닦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冠昏喪祭儀章度數者, 其文也. 其本者有家日用之常體, 固不可以一日而不修.

 

그런데 그 형식이라는 것 또한 사람된 도리의 끝과 처음의 기강을 잡는 것으로서, 행함에 때가 있고 베풂에 장소가 있지만(시ㆍ공의 특수성이 있다), 평소에 밝게 강구해두고 평소에 익숙하게 습득해놓지 않으면 졸지에 일을 당했을 때에 또한 의에 합당하고 절도에 응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예의 형식 또한 하루라도 강구하고 습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其文又皆所以紀綱人道之終始, 雖其行之有時, 施之有所, 然非講之素明, 習之素熟, 則其臨事之際, 亦無以合宜而應範, 是不可以一日而不講且習焉也.

 

 

이러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가례는 우선 당대 송나라 사람들의 가정의 현실을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져야 했으며, 또 누구나 실천할 수 있도록 간결해야 했다.

 

이래서 주자 가례는 고경의례와 비교해보면 퍽으나 차이가 있다. 오늘날 우리 감각에서 보면 가례가 번쇄(煩瑣)하고 복잡한 것 같으나 주자시대의 일반 대가족의 의례에 비교하면 퍽 간소화된 것이다. 이러한 주자가례의 본래적 정신이 오늘날까지도 우리나라의 보수유자들에게는 오히려 이해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딱한 일이다.

 

주희혁명적인 발상은 우선 대종족주의의 의례를 소종주의(小宗主義)로 바꾼 것이다. 중국은 대국이다. 성씨마을이라는 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규모의 촌락이 아니다. 종가집 일가에 백 가호가 누대로 같이 사는 상황도 있다. 그러한 종가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방대한 촌락 공동체가 있다. 그러니까 과거에는 사당이라는 것이 선비 집집마다 있는 것이 아니고 종족 전체를 대표하는 공동사당이 있어서 제사도 공동으로 족규(族規)에 따라 올렸던 것이다. 이러한 대종주의를 주자는 소종주의로 바꾸고, 여유가 있는 선비라면 누구든지 사당을 지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니까 주자가례는 송대의 사대부 계층의 개체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사대봉사(四代奉祀)라는 것도 소종(小宗)의 범위를 국한시킨 것이다.

 

 

 

 

인용

목차

원문 / 呂氏春秋』 「孝行/ 五倫行實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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