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장 11. 자연과 조화된 잠
詩曰: “在彼無惡, 在此無射. 庶幾夙夜, 以永終譽!” 君子未有不如此而蚤有譽於天下者也. 『시경(詩經)』에서 말하기를 저기 있어도 싫지가 않고, 여기 있어도 밉지가 않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그 영예로움을 영원하게 끝낸다. 詩, 「周頌振鷺」之篇. 射, 厭也. 所謂此者, 指本諸身以下六事而言. 시는 「주송 진로」의 편이다. 역(射)은 싫어한다는 것이다. ‘불여차(不如此)’의 차(此)는 ‘본저신(本諸身)’ 이하의 여섯 가지 일(徵諸庶民, 考諸三王而不謬, 建諸天地而不悖, 質諸鬼神而無疑, 百世以俟聖人而不惑)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右第二十九章. 承上章居上不驕而言, 亦人道也. 여기까지는 29장이다. 윗 장의 ‘윗자리에 있으면서도 교만하지 않는다’를 이어 말하였다. 또한 인도(人道)다. |
그 인용하는 방법이 참으로 절묘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잘 모르시겠다구요? 천천히 설명하겠습니다. 여기서 재피(在彼)가 바로 원지(遠之)를 가리키는 것이고, 재차(在此)가 바로 근지(近之)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射)는 ‘역’으로 읽어야 하며, 미워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숙(夙)이라는 것은 이른 아침을 말하는 것이고, 야(夜)라는 것은 단순히 저녁이 아니라 아주 늦은 밤을 말하는 거예요. 보통 우리가 말하는 저녁이라는 것은 모(暮)라는 글자를 사용합니다.
앞에서 그 인용이 절묘하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맥락을 잘 알지 않으면, 왜 절묘한지를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제 중용(中庸)에서 이 시를 인용한 맥락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장자(莊子)』의 「양생주(養生主)」 편을 보면 “양생의 비결은 결국 해가 뜰 때 일어나고 해질 때 자는 데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인간의 생체리듬에 맞는 것이죠. 정말 이렇게만 살면 인간의 건강은 완벽할 것입니다. 이렇게 산다면 밤이 긴 겨울에는 자는 시간이 좀 길어지고 밤이 짧은 여름에는 자는 시간이 좀 짧아지고 하면서, 계절별로 잠시간이 달라야 할 것입니다. 실제적으로 옛날 농부들이 사는 패턴을 보면, 겨울에는 잠시간이 길고 여름에는 잠시간이 짧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최교수와 내가 북한산에 올라갔다 오다가 우연히 스칸디나비아 대사관 사람들을 만났는데 참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나라에서는 여름에는 해가 밤 11시에 져서 새벽 2시에 뜨고, 겨울이 되면 해가 낮 11시쯤에 떴다가 오후 3시면 진다는 것입니다. 놀라워서 그런 데서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보니까, 겨울에는 그냥 내내 자고, 여름에는 내내 활동한대요. 환경이 그렇다면 그런 데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아무튼 결국 인간의 모든 질병이라는 것은 이러한 자연적인 생체리듬을 거역하는 데서 오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도 문명이라는 것은 이 리듬을 거역하는 데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문명은 해가 졌는데도 늦게까지 불을 키고 살면서 생겨난 것이요, 또 이러한 것이 문명에 대한 추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문명의 추구에 있어서도 인간은 자연적인 생리를 어느 한계 이상 벗어나면 파멸에 이르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러한 자연적 생리를 거역하는 흐름이 매우 강화되었습니다. 그것에 최대로 공헌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세요? 바로 전구를 만든 에디슨 형님입니다. 천지(天地)의 기는 낮에는 양기(陽氣)로 됐다가 저녁에는 음기(陰氣)로 화(化)합니다. 음기(陰氣)가 될 때에는 축축해지고, 입자가 굵어지고, 기(氣)가 거칠거칠해지고 해서 모두 가라앉게 됩니다. 기(氣)가 이렇게 무거워지고 가라앉기 때문에 사람도 졸리게 되고, 그러면 인간은 자야 되는 것이죠. 그런데 에디슨 형님이 그 음기(陰氣)에다가 전기불을 집어넣어서 양화(陽化)시켜 버린 것입니다. 전기불 속에서는 졸리지 않고 인간이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죠. 그 남게 된 부분을 인간은 문명의 시간으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생체 리듬을 매우 거역하는, 굉장히 불건강한 행위들입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나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는데 여러분들도 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그야말로 몸이 그렇게 깨끗해질 수가 없어요. 한 8시 쯤 자고 4시쯤 일어나 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습관이 안 된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하면 골치가 아플 것입니다. 한 두달은 계속해야 4시쯤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지죠. 새벽에 일어났을 때 그 말할 수 없는 기쁨, 그 청명한 새벽의 기운과 내가 깨어나는, 나의 몸의 기가 새벽의 그 맑은 태양이 밝아오는 것같이 싸악 개벽이 되는 그 느낌이라는 것은 정말 기맥힌 희열 중의 하나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그걸 전부 망각해 버린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7시나 8시쯤 해가 완전히 떠오른 후에야, 탁 일어나기 때문에 천지(天地)와 더불어 생활하는 것이 아니죠. 그래서 몸이 천지(天地)와 더불어 밝지를 못합니다. 요즈음은 그냥 탁 눕자마자 의식을 잃어버리는 잠이 대부분이니, 이건 잠이 아니라 완전히 문명에 시달린 신경 세포가 잠깐 쉬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냥 밤늦게 곤드라 떨어졌다가 아침에 팍 깨가지고 또 마악~ 활동하다가 또 팩 쓰러지고 하는 그런 것은 자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잘 때도 해가 지듯이 싸아악~ 자다가, 일어날 때도 해다 뜨듯이 싸아악~ 일어나는, 이것이야말로 정말 잠이요, 이런 잠을 자고 일어날 때만 앞에서 내가 말한 자연적인 삶에서의 고귀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러한 체험은 중들 아니면 도 닦으시는 분들이나 할 수 있는 그러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체험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시겠지만, 자연적인 삶 속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은 정말 고귀한 것입니다. 이렇게 완전히 자연과 조화된 잠을 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동물적인 것이지만, 인간도 역시 그러한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자연적이고 건강한 삶입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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