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장 12. 천하의 명예는 어려운 과정 끝에 이른다
앞에서 문명이라는 것은 이런 자연적인 흐름을 어느 정도 거역하는 데서 나왔다고 이야기했지만, 여기 중용(中庸)에서도 역시 문명을 만들어내는 성인(聖人)들은 그런 자연적 삶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죠. 과거 중용(中庸)의 시대에서 보기에도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워낙~ 할 일이 많은 성인(聖人)들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성인(聖人)들은, 예를 들어 웃님금(禹)은 어떠했던가 생각해 보세요. 웃님금은 홍수치수를 하려고 맨날 물속을 걸어다니다 보니까 마찰이 심해 털이 다 닳아버렸다고 하지 않습니까? 옛날 성인(聖人)들이 함부로 성인(聖人)이 된 것이 아니라 그런 막노동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성인(聖人)들은 정갱이에 털이 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쏴댕기는 놈들이었던 것이죠. 여기 이 중용(中庸)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옛날 성인(聖人)들은, 또 이 성인(聖人)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이 천지(天地)와 더불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때, 또 그런 자연적인 삶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유독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그만큼 잠시간까지도 아껴서 문명을 창조해 나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이 대목에서 어떤 분은 “야~ 나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성인(聖人)과 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하고 기뻐하실지 모르지만, 착각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성인(聖人)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성인(聖人)이 아니므로 맨날 밤늦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그러한 것보다는 잠을 많이 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제발 그렇게 자기 몸에 그런 나쁜 짓을 하지 마세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 이것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굉장히 의미 있는 말입니다. 즉 성인(聖人)은 문명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지만, 반어적으로 살펴본다면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는 것까지 중용(中庸)은 아울러서 말하고 있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전을 읽을 때 이런 맥락을 모르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를 잘 모릅니다.
그러므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그 영예로움을 영원하게 끝낸다[庶幾夙夜 以永終譽].’ 이것은 어떤 의미겠습니까? 앞 구절들에서, 제작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했죠? 성인(聖人)은 몸에서 출발해서, 삼왕(三王)에게도 고험해 보고, 천지(天地)에도 세워보고, 귀신(鬼神)에게까지 물어야 하고, 삼천년 이후에 성인(聖人)이 나와도 의혹할 바가 없는 그런 어마어마한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디 편히 잘 시간이 있겠습니까? 자는 시간까지도 줄여야겠죠? 인간에게 그토록 중요한 잠시간마저 줄여서 혼신의 노력을 다 하는데, 그 노력을 하기 때문에, 3천년 후에 성인(聖人)이 나와도 의혹됨이 없는 그 영예로움을 누린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왜 시의 인용이 절묘한지 아시겠습니까? “여기 있어도 싫지가 않고, 저기 있어도 밉지가 않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니 그 영예로움을 영원하게 끝낸다” 앞의 말들을 다 함축하고 있죠?
그래서 주자(朱子)도 주(註)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시는 주송 진로편이고 역(射)는 싫어한다[厭]는 뜻이다. 이것은 ‘본저신’ 이하 육사를 가리키는 것이다[詩周頌 振鷺之篇.射厭 所謂此者指本諸身以下六事而言也].”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육사(六事)는 ‘본저신(本諸身)’, ‘징저서민(徵諸庶民)’, ‘건천지이불패(建天地而不悖)’, ‘질저귀신이무의(質諸鬼神而無疑)’, ‘백세이사성인이불혹(百世以俟聖人而不惑)’ 여섯 가지를 말한 것이죠. 이 시(詩)가 육사(六事)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용(中庸)은 이제 이 29장을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고 있습니다.
君子未有不如此而, 蚤有譽於天下者也.
군자가 이렇게 하지 아니하고서 일찍이 천하에 명예를 얻은 자는 없다
29장은 이 말로 끝나고 있습니다. 여기 이 말은 천하의 명예는 이렇게 어려운 삶의 과정을 통해서 문화를 만들어간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이러한 일을 하느라고 밤늦게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면서 천하를 염려하면서 살지 아니한 사람 치고 이 천하에 명예를 얻는 자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귀한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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