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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도올선생 중용강의, 30장 - 2. 중용의 이상국가론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30장 - 2. 중용의 이상국가론

건방진방랑자 2021. 9. 2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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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중용의 이상국가론

 

 

萬物, 竝育而不相害; , 竝行而不相悖. 小德, 川流; 大德, 敦化, 此天地之所以爲大也.
만물(萬物)이 같이 자라면서, 서로 해치지 않고, 도가 같이 가면서 서로 어그러짐이 없다. 작은 덕은 물의 흐름과 같고 큰 덕은 돈독한 변화 같으니 이것이 천지가 크게 된 까닭이다.
, 猶背也. 天覆地載, 萬物, 並育於其間而不相害; 四時日月, 錯行代明而不相悖. 所以不害不悖者, 小德之川流; 所以並育並行者, 大德之敦化, 小德者, 全體之分; 大德者, 萬殊之本. 川流者, 如川之流, 脈絡分明而往不息也; 敦化者, 敦厚其化, 根本盛大而出無窮也. 此言天地之道, 以見上文取譬之意也.
()는 배반하다란 뜻이다. 하늘은 덮고 땅은 실어줘 만물이 아울러 그 사이에서 길러져 서로 손상시키지 않으며, 사시와 해와 달은 번갈아 운행하고 교대하며 밝아져 서로 어그러뜨리지 않는다. 손상시키지 않고 어그러뜨리지 않는 것은 작은 덕이 시내의 흐름이고, 아울러 길러 아울러 운행하는 것은 큰 덕이 조화롭게 두터워지는 것이니, 작은 덕은 전체의 나누어짐이고, 큰 덕은 만물의 다름이 하나의 근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시내의 흐름이라는 것은 냇물의 흐름과 같아 맥락이 분명하여 흘러감이 쉬지 않는 것이고, 조화가 두터움이라는 것은 그 조화가 돈후하여 근본이 성대하여져 나감이 무궁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천지의 도를 말하여 윗 문장의 비유를 취한 뜻을 보인 것이다.
 
右第三十章, 言天道也.
여기까지는 제 33장이니, 천도를 말했다.

 

 

만물병육이불상해 도병행이불상패(萬物竝育而不相害 道竝行而不相悖)’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오는 만물병육이불상해 도병행이불상패(萬物竝育而不相害 道竝行而不相悖)’ 이 구절이 참으로 멋있고 또 유명한 말입니다. 이것은 중용(中庸)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인용되는 프레이즈(phrase) 중의 하나 일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천지(天地)의 세계관이 들어 있죠. 앞의 문장에서의 천시(天時)는 사실 시간적인 것이고 수토(水土)는 공간적인 것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천()이라는 것은 기()로 운행되는 혼()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고, ()라는 것은 혈()로 운행되는, 즉 피로 운행되는 백()의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죠. 이러한 천시(天時)와 수토(水土), 즉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이 세계가 배합되어서 나오는 것, 다시 말해서 덮는 하늘과 싣는 땅이 교합되어 나오는 것이 바로 여기 이 문장의 만물(萬物)입니다. 천지(天地)의 교감으로 이루어지는 그 무궁한 생성을 우리는 만물(萬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죠.

 

물론 만물(萬物)에서 최령자(最靈者)가 바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만물(萬物)이라는 것은 또 이 중용(中庸)이 그리는 이상적 그림이기도 합니다. 중용(中庸)에서는 이 만물(萬物)’이라는 것이, ‘제각기 서로 자라나면서도 서로 해치지 않는다[竝育而不相害].’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잔디밭을 한번 보세요! 잔디들을 그냥 내버려 두고 자라나는 것을 보면, 제 나름대로 잘 자라나면서도 서로 해치지 않습니다. 물론 좀 긴 놈도 있고 짧은 놈도 있기도 해서 긴 놈이 영양분을 더 많이 빨아서 빨리 자라기도 하겠죠. 하지만 이것들이 자라나면서 이 새끼 넌 작으니까 자라나지 마! 하면서 해치거나 다치게 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이것은 바로 자연의 아주 절묘하고, 이상적인 그림인 것입니다. 나는 사실 만물병육이불상해(萬物竝育而不相害)’ 이 말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사람입니다.

 

나는 대학교 때 이 구절을 읽으면서 또 눈물을 흘렸어요. 만물병육이불상해(萬物竝育而不相害)’ 이 구절은 정말 나에게는 굉장히 쇼킹한 것이었던 것입니다. ~ 정말 인간 세상이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이 문장에서 다음과 같은 반어적인 의미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세계에서 풀들이 서로 잘 자라고, 나무가 또 다 제각기 잘 자라는 것을 보면서 이것을 서로 해치지 않는다고 표현한 바로 중용(中庸)의 이 말에서.

 

! 우리 인간은~ 얼마나, 이 인간은, 문명이라는 죄업을 짓고 살아가는 이 인간들은 얼마나 서로 싸우고, 해치고, 죽이고 있는가! 인간들은 같이 자라면서도 그저 서로 억누르려고 하고, 끌어 땡길려고 하고, 시기하고, 벼라별 드러운 일들을 하고 있는가! 그 안타까움과 그 절묘한 콘트라스트(contrast)에 북받쳐서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잔디밭 하나를 보더라도 자연의 세계는 이 얼마나 위대한가! 평화롭고 제각기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자라나는 그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중용(中庸)의 저자는 만물병육이불상해(萬物竝育而不相害)’라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인간세의 현실을 볼 때 너무나도 이상적인, 너무나도 이상적인 그림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중용(中庸)은 또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길들은, 그 갖가지 길들은 같이 가지만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道竝行而不相悖]!” 달은 달대로 돌고 지구는 지구대로 돌고 있지 않은가? 하늘의 별을 보라! 그 엄청난 별들이 다 길이 있어서 충돌을 하지 않고 운행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도 또 얼마나 절묘한 그림인가! 물론 가끔 공룡이 멸망할 정도로 충돌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웃음) 만물(萬物)은 서로 같이 자라면서도 해치지 않는다! 길은 같이 가면서도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노자(老子)가 말하는 자연(自然)의 세계입니다. 중용(中庸)에서 표현하는 이것을 노자(老子)자연(自然)’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여기서 도가(道家)는 자연주의로 가는 것이죠. ‘만물병육이불상해 도병행이불상패(萬物竝育而不相害 道竝行而不相悖)’ 이 한마디가 바로 중용(中庸)이 그리는 이상향이요, 이상국가론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러나 이것은 정말 너무도, 너무나도 목가적인 그림입니다. 자연은 바로 이러한 세계인데, 인간의 사회도 이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큰 놈은 큰 놈대로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서로 해치지 않고 다 함께 자라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교육을 이야기할 때 창의성 운운하는데 그것이 다 무엇입니까? 모든 사람이 서로 눌리지 않고 서로 다 같이 자라나면서도, 또 자기 나름대로 자기주장(claim)을 할 수 있는, 생명으로서 자기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이 바로 이상 교육론 아닌가요? ‘만물병육이불상해(萬物竝育而不相害)’ 이 말을 능가하는 이상교육론은 없는 것 같습니다. ‘도병행이불상패(道竝行而不相悖)!’ 모든 각자의 길들이 엄연히 있는데 서로 어긋나고, 충돌되는 데서 자꾸만 이권이 생기고, 그래서 또 쌈박질을 하게 됩니다. “~ 이 새끼야 내 길 가는데 네 길은 죽어야 되 비켜~ , 이 작은 골목길은 폐쇄해버려.” 하면서 서로가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길들이 서로 삐까닥 삐까닥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데가 바로 우리 인간세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세계, 천지(天地) 같은 세계, 이것이 중용(中庸)이 말하는 세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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