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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인간문제는 복잡한 연기 속에 있다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인간문제는 복잡한 연기 속에 있다

건방진방랑자 2022. 3. 16.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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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제는 복잡한 연기 속에 있다

 

 

우선 환자의 고통 그 자체의 기술이 명료하게 이루어질 수 없을 때가 많다. 환자 자신이 그냥 지끈지끈 아프다든가, 아리아리 하다든가, 우리우리 하다든가 하는 말로써 표현할 때는 그것이 과연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인지를 기술하기가 난감한 것이다. 기술이 불가능하면 추적도 불가능해진다. 엑스레이를 찍고, 씨티를 찍고, 엠알아이를 찍어도 아무런 물리적 증거를 포착할 수가 없을 때가 많다.

 

그리고 언제부터 어떻게 아프셨습니까? 왜 그런 증상이 생겼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으면,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에게 벌받아서 그래요라든가, ‘아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래요라든가, ‘그것은 운명이었어요라든가 하는 식으로 황당하게 말하는 것이다. 환자 자신이 참으로 자신의 고통이 무엇으로부터 연기된 것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때로는 알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것을 싯달타는 무명(無明)이라고 불렀다. 환자들이 자신의 긴박한 고통의 연기의 실상을 모르는 것 그것이야말로 무명인 것이다.

 

유전연기(流轉緣起)에 대한 치료는 환멸연기다. 그런데 유전연기를 알아도 환멸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예를 들면, 환자들이 의원이나 병원에 오면 으레 의사가 약을 주는 것으로 안다. 약만 먹으면 자기 고통의 원인이 제거된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대한 사실은 의사들 자신이 환자의 증상을 알고, 병명을 알고, 병명에 대응하는 처방약을 알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데에 있다.

 

어느 날 나에게 환자가 왔다. 젊은 엄마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자기 아들의 증상을 얘기하는 것이다. 아들이 매일 피곤에 지쳐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단 같은 곳을 몇 발자국만 짚고 올라가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털썩 주저앉고 만다는 것이다. 눈밑이 검어지고 눈꺼풀이 후들후들 떨리기도 하고, 자고 일어나도 골치가 띵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약을 멕이면 꼭 좋을 병인 것 같아서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이때 의사는 이 부모님 말씀만 듣고, 옳다, 비싸고 좋은 보약을 팔아먹을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진맥을 하고, ‘신허’(腎虛), ‘기허’(氣虛) 운운…… 인삼ㆍ녹용에 사인ㆍ사향, 해구신에 육종용, 당귀ㆍ천궁…… 마구 집어넣어서 오ㆍ케이! 하고는 명의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는 잠깐 그 엄마를 나가 있으라 하고 고교생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나는 갑자기 물었다.

너 하루에 몇 번이나 플레이치냐?”

 

그 학생은 얼굴이 갑자기 폭 고꾸라졌다. 컴퓨타의 음란사이트에 중독이 되어 몇 년 동안 하루도 안 빼놓고 매일 플레이를 쳤다는 것이다. 항우와 같은 천하장사라도 매일 사정하고서야 다리가 후들후들 안 떨리는 놈이 있을손가?

 

이 학생의 증상은 결코 십전대보탕이 아니라 할애비대보탕 백제를 써도 해결될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이 학생이 자위를 하는 행위를 단절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연기의 실상을 은폐한 채, 계속 보약만 타다 먹고,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린들 해결될 길은 없는 것이다. 더욱 더 난감한 사실은, 비록 이 학생이 순수한 무지로부터 그러한 쾌감의 행위를 지속시켰고, 나의 친절한 설명을 듣는 것을 계기로 대오를 하여 그러한 나쁜 습성을 고쳤다면 좋겠지만, 나의 간곡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음란사이트 중독증세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면 그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뻗칠 수 없다는 데 있다.

 

나의 클리닠에 같은 시기에 비슷한 증세와 원인의 두 학생이 환자로 찾아왔다. 한 학생은 내 말을 잘 듣고 크게 깨닫고 뉘우쳐 한두 달 안에 온전한 건강을 회복했다. 그런데 한 학생은 내내 못 고치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더니 결국 정신병자가 되었고 학교도 졸업 못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왕 나온 김에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전자의 학생의 경우는 가정이 화목했고, 엄마가 훌륭한 인품의 여인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는 가정이 몹시 불화했고 엄마가 매우 부족한 인품의 여자였다. 나를 대하는 태도도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었고 속으로 비양거리기만 했다. 정신병자가 되는 학생들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그 엄마가 정신병 성향의 성품을 지니고 있다.

 

참으로 인간의 문제는 이와 같이 복잡한 연기 속에 있는 것이다. 싯달타의 12지연기설은 일인일과(一因一果)의 시간성을 추적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항목들은 결국 상징적 체계일 뿐이다. 의사마다 환자의 연기를 추구하는 인식방법이 다른 것이다. 인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물리적 현상까지도 하나의 사태에 대한 연기는 하나의 항목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없는 항목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때가 많다.

 

다인일과(多因一果), 아니 일인다과(一因多果), 아니 다인다과(多因多果)라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보통 일인일과라고 하는 것은 다인다과의 현실로부터 방편적으로 일인일과를 추출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나중에 대승의 화엄사상에 가면 중중무진연기(重重無盡緣起)니 하는 말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식의 논의를 확대해 들어가면 모든 것이 모든 것의 원인이 되어버리므로 연기는 의미없는 것이 되고 만다.

 

 

 사원 입구에 서있는 샤르둘과 소년상의 다른 모습. 카주라호의 사원들은 AD 950~105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지어졌다. 85개가 지어졌는데 무슬림 왕조들의 파괴로 현재 22개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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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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