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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역관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역관

건방진방랑자 2022. 3. 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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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관

 

 

그런데 이러한 순관은 순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역관과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발생하는 대로 그리고 소멸하는 대로명료하게 사유하시었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역관(逆觀)이란 ‘A에 연하여 B가 생한다는 순관의 명제에 대하여, 동시에 ‘A가 멸하면 B가 멸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역관이란 소멸하는 대로 명료하게 사유하시었다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싯달타의 인과성의 통찰이 근대자연과학의 인과성 통찰과 다른 어떤 차원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학의 인과적 통찰은 하나의 사태에 대하여 원인을 규명하고, 또 한 원인이 있으면 미래에 어떠한 사태가 결과되리라는 것을 예측하는 것이다. 자연과학에 있어서나 싯달타에게 있어서나 인과는 동시(同時)일 수 없다. ()과 과()는 반드시 시간상의 전후관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싯달타의 인과(연기)의 특징은 반드시 생성의 인과와 소멸의 인과를 동시에 관()한다는 것이다. 여기 12지연기의 추론에 있어서의 각 항목, 즉 각 지()를 법()이라고 부른다. 제법(諸法)이라 말할 때의 그 법인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연기상의 법들은 연(, paccaya)에 의하여 생기(生起, samudaya)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반드시 언젠가는 지멸(止滅, nirodha)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삶의 성의 인과를 추구하는 이유는 생성의 인과에 대한 객관적 지지를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요, 그 생성의 인과를 파악함으로써 소멸의 인과를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몸의 병(고통)을 캐는 이유는 바로 그 원인을 소멸시킴으로써 병이라는 현상을 제거하자는데 그 궁극적 목표, 윤리적 지향이 있는 것이다. 불교용어로, 순관 즉 생성의 인과는 유전연기(流轉緣起)라 부르고, 역관 즉 소멸의 인과는 환멸연기(還滅緣起)라 부른다. 환멸연기를 설한 마하박가의 대목은 다음과 같다.

 

 

무명(無明)이 남김없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이 멸하면 식()이 멸한다.

()이 멸하면 명색(名色)이 멸한다.

명색(名色)이 멸하면 육처(六處)가 멸한다.

육처(六處)가 멸하면 촉()이 멸한다.

()이 멸하면 수()가 멸한다.

()가 멸하면 애()가 멸한다.

()가 멸하면 취()가 멸한다.

()가 멸하면 유()가 멸한다.

()가 멸하면 생()이 멸한다.

()이 멸하면 노사(老死)가 멸한다.

 

이렇게 하여 괴로움의 씨앗들(苦蘊)이 모두 멸진(滅盡, nirodha)한다.

 

그때 세존께서는 감흥을 읊으셨다.

 

고요히 명상에 잠긴 수행자(바라문)에게

진실로 법칙이 드러났다.

그 순간 모든 의심이 사라졌으니

괴로움의 원인을 알아낸 까닭이요,

원인의 소멸을 알아낸 까닭이다.”

 

 

괴로움의 원인과 원인의 소멸, 즉 유전연기와 환멸연기를 동시에 깨달음으로써 비로소 싯달타의 연기는 완성된 것이다. 이 말은 곧 무엇을 의미하는가?

 

順觀 逆觀
A하여 B한다 A하면 B한다
생성의 인과 소멸의 인과
流轉緣起 還滅緣起

 

 

 

 

인용

목차

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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