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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1부 철학의 근대, 근대의 철학 - 1. 데카르트 : 근대철학의 출발점, 두 개의 코기토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1부 철학의 근대, 근대의 철학 - 1. 데카르트 : 근대철학의 출발점, 두 개의 코기토

건방진방랑자 2022. 3. 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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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코기토

 

 

데카르트가 근대철학을 열었으며, 따라서 근대철학의 비조’ ‘근대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근대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데카르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데카르트에 대해 말하려면, 근대철학을 연 1원리인 코기토에 대해 말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코기토(cogito)라는 말은 생각하다를 뜻하는 라틴어 cogitare1인칭 형태입니다. 나는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cogitare는 영어에서 생각하는 것과 관련된 단어들, 예컨대 cognition, recognize와 같은 단어들의 어원이 되는 단어입니다. 철학에서 코기토 라고 말할 때, 그것은 데카르트의 코기토를 가리키는데, 이 말은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이란 문장을 한 단어로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그 뜻은 알다시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입니다.

 

이 명제는 데카르트가 보기에 결코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명젭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말하겠지만, 이 명제는 라고 하는 주체가 존재하는 것은 바로 내가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 점에서, ‘라는 존재를 신의 피조물로 본 중세적인 관점과 결정적으로 갈라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코기토란 명제가 근대철학을 연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상당히 당혹스런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그것은 중세를 연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4~50)가 철학(형이상학)의 제1원리라고 생각했던 명제가 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였다는 것입니다. 즉 동일한 명제가, 서로 대비되고 대립됨으로써만 구별되는 근대와 중세를 열었다고 하는 매우 아이러니한 사실이 철학사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가? 이걸 이해하려면 잠시 아우구스티누스의 견해를 보아야 합니다.

 

중세철학을 연 사람, 중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철학자는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입니다. 중세철학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그늘이었고 근대철학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감히 말을 해도 될 정도로, 그의 사고는 중세철학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과 기독교의 교리를 종합해서 믿음과 이성을 종합하려고 했으며, 이로써 중세철학 전체를 기초지운 사람입니다. 플라톤의 철학이란 한마디로 말해 완전한 세계인 이데아가 있고, 실제 세계는 이 이데아의 그림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인식은 그림자인 감각세계에서 이데아의 세계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은,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플라톤 철학의 이데아자리에 을 놓고 플라톤의 철학을 따라 기독교의 교리를 전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이란 개념에 입각한 철학이 만들어집니다.

 

이로 인해 중세 전반기에는 플라톤적인 철학이 지배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중세 후기에 들어와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는 새로이 얻어지는 지식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플라톤적인 철학으론 그걸 감당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에 도움을 받아 새로이 중세철학을 집대성한 사람이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입니다. 그가 체계화한 이 철학을 흔히 스콜라철학이라고 합니다. 그의 철학은 자연에 대한 증가하는 지식을 신학의 틀 안으로 흡수하고 포섭하려는 것이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다시 언급할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인식의 목표는 신과 영혼이었습니다. 그에게 자연물의 인식이나 기타 유사한 지식은 그 자체로는 불필요한 것이었고, 오직 신학적인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서 이성의 출발점은 계시진리였습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하려면 믿어라라는 것이었습니다(이는 뒤에 스콜라철학에서는 믿기 위해선 이해하라는 명제로 바뀝니다). 따라서 그에게는 믿음을 위한 요구를 확립하는 것이 바로 이성의 의무였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믿음을 겨냥해 제기되는 숱한 회의론을 반박하고 비판하려고 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당시는 기독교의 지배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시기였고, 따라서 회의론은 기독교적 신앙과 이념이 지배적 위치를 확고히 하는 데 매우 불편한 걸림돌이었습니다.

 

회의론자들은 감각에 주어진 것(‘감각소여’, the given)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저기 있는 화분의 이파리들을 누구는 파랗다고 하고, 누구는 초록이라 하며, 누구는 연두색이라고 하며, 누구는 푸르스름하다고 합니다. 즉 보는 사람이나 보는 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겁니다. 또한 이 말들의 경계 자체도 모호하여 뚜렷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감각은 확실한 것, 불변의 진리를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추리조차도 믿을 수 없다고 회의를 합니다. 곧 이성의 사고를 믿을 수 없는데, 이성의 사고규칙인 추리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죠. 추리를 믿는 것은 이성에 대한 믿음을 전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모든 것을 의심하며, 확실한 것은, 진리는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들을 물리칠 묘안을 생각해냅니다. 즉 회의론자들의 그 수많은 의심에도 불구하고 결코 의심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그게 바로 코기토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사기를 당한다고 할 때, 사기를 당하는 내가 없다면 사기를 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무엇을 생각할 때, 회의론자 말대로 내가 잘못 생각할 수도 있고, 혹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불명확할 수도 있지만, ‘생각하고 있는 나가 없다면 대체 생각한다는 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의심하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의심하는 가 없다면 의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회의론자들이 의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의심하는 사람’(회의론자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만큼은 회의론자들조차 반박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그는 자신의 철학에서 1원리로 제시합니다.

 

그는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렇게 존재하는 나, 그리고 그렇게 존재하는 가 여럿이 있는데, 그들이 모두 인정하는 지식, 예를 들면 2+2=4와 같은 수학적 지식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확실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이유로 모든 사람이 긍정하는 도덕적 지혜 이 부분은 조금 설득력이 부족한데, 데카르트 같으면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겠지요 또한 확실한 지식이며 진리라고 합니다.

 

그는 이제 이 확실한 판단들은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진리는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묻습니다. 확실한 것이 단지 나라는 개인 안에만 존재하는 거라면, 즉 개인적 특성에서 연유하는 거라면 그것은 진리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확실한 것 코기토, 수학적 진리, 도덕적 지혜 등등 은 그것이 개인 아닌 다른 확실한 것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바로 이것이 그가 문제를 설정하는 지반이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문제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아우구스티누스는 확실한 판단, 즉 진리는 초인간적인 것, 인간을 넘어서는 어떤 근원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그는 이것을 인간의 내면적 교사인 그리스도라고 합니다. 요컨대 확실한 지식은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가르친 것이라는 거죠. 코기토처럼 확실한 지식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라는, 신이라는 확실하고 완전한 존재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코기토는 이처럼 신의 존재를 확증하고 증명하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코기토는 중세철학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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