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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수양록, 상병 - 02.03.14(목) 진지탐색 도보여행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상병 - 02.03.14(목) 진지탐색 도보여행

건방진방랑자 2022. 6. 3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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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탐색 도보여행

 

02314()

 

 

오늘 역시 도보답사의 연장으로 우발 작계지역인 동송 고지에 갔다. 화요일299고지에서 285고지까지 도보로 탐사해서 가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힘이 드는 줄 알고 있기에 이번에도 맘을 단단히 먹었다.

 

오늘도 저번처럼 차를 타고 이동한다기에 좀 수월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 예상과는 달리 도보로 가게 되었다. 실질적으로 처음부터 걸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좀 기대가 되었다. 대대 위병소를 나설 때 부풀었던 기대감은 이동하는 도중 더욱더 커졌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걷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나에겐 도보여행 같은 느낌도 들고 군장은 메지 않고 맘껏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밑엔 사단 전차대가 있었다. 우리 대대 앞마당을 시끄럽게 장식했던 장본인들이 바로 저녀석들이구만!

 

난 요즘 한비야씨가 쓴 책들을 보면서 그 도전적인 기상과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비록 한비야 씨와 나는 너무나도 다른 입장 차이, 한비야씨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나는 그렇지 않음에도 해야 되는 입장의 차이는 있지만 그건 그저 내가 느끼는 생각의 차이일 뿐이니까 걸어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고 싶단 마음만은 같은 셈이다. 그러므로 나 또한 한비야씨마냥 정해진 루트를 걷게 될지라도 자연을 흠뻑 만끽하며 걸어볼 거다. 그렇게 부푼 가슴으로 걷고 있노라니 자연히 자연과 동화되었다. 그럼에도 힘이 들어 어깨가 쭈욱 쳐질 때면 막상 이 길을 처음 걸을 때의 기대감을 떠올리며 즐거운 마음을 북돋으려 했던 것이다. 절로 힘이 났고 덩달아 그 기분은 좋아졌다. GOP에서처럼 전망대 부근만을 다니던 우물 안 개구리[坐井觀天]가 아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 더 행복하다 생각했다.

 

걷다 보니 그렇게 말로만 들면 88포대, 27포대α를 볼 수 있었다. 내 신교대 동시 몇몇이 그 곳에 있고, 64초소에서 근무하던 op병 몇몇이 거기 출신이기 때문에 왠지 정감 어린 곳이다. 거기서 또 한참을 걷다보니 전방이 아님에도 방벽이 놓여져 있는 곳에 다달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곳이 바로 6검이란다. 거기에도 헌병 캡과 완장을 단 아저씨들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바로 우리 1분대는 그 방벽에 투입해야하는 것이다. 그 방벽 너머엔 뭐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순 논밖에 없었다. 그 뒤에 동송고지가 있다. 바로 우발 작계선상에 있는 진지이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철원의 전 지역은 진지화되어 있단 말이 정말이었다. 어딜 가도 여기는 접경 지역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도록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재배치되어 있다. 동송고지에 올라가고 나선 놀라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경치가 좋아서 놀라는 건 한두 번이 아니기에 여기에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고 바로 그 방벽 앞에 아이스 고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6검의 위치는 우리가 1년 내내 지켜왔던 GOP의 바로 후방이랑 얘기가 된다. 이렇게 직접 걸어 다니며 위치개념이 확실히 잡히니 신기하고도 재밌었다.

 

동송고지에서 쉬다가 대위리 낙석으로 다시 이동했다. 처음에 쉬었던 곳에서 다시 쉬게 되었다. 이번엔 점심을 먹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통배식이라는 걸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기에 기대가 되었다. 카레밥이 점심이었는데 한 식기에 2인분을 타서 두 명이 함께 먹어야 한다. 그러니 애초에 배불리 먹는다는 게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야외에서 먹는 밥은 더욱 맛있었다.

 

거기서 계속 걸어 다시 처음 위치까지 왔지만 제2차 지연진지에 가봐야 한다기에 19R 1BN으로 돌어간 부분으로 계속 나갔더니, 77포대가 나왔고 거기서 좀 더 올라가니 C3가 나왔다. 과연 그곳을 넘어가라고 하려나, 그렇지 않으려나 걱정이 되었는데, 바로 철수하라고 하더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걸어야 했기 때문에 엄청 힘들었다. 그럼에도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며 패기 넘치게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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