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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47. 삼봉도 전횡을 노래했지만 스승에게 비판을 듣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47. 삼봉도 전횡을 노래했지만 스승에게 비판을 듣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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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도 전횡을 노래했지만 스승에게 비판을 듣다

 

 

嗚呼島在東溟中 오호도는 동쪽의 바다 한 가운데 있어
滄波渺然一點碧 푸른 물결에 아득히 하나의 점으로 푸르다.
夫何使我雙涕零 그런데 어찌 나의 두 눈에 눈물을 흐르게 하나?
祇爲哀此田橫客 다만 전횡의 식객들이 애처롭게 하는구나.
田橫氣槩橫素秋 전횡의 씩씩한 기상과 절개가 가을을 가로질렀으니
壯士歸心實五百 씩씩한 선비로 죽으리라 마음을 먹은 이가 실로 500명이나 되었다.
咸陽隆準眞天人 함양에서 콧날이 우뚝한 유방은 참으로 천상의 사람으로,
手注天潢洗秦虐 손으로 은하수를 부어 진나라의 학정을 씻어냈었는데
橫何爲哉不歸來 전횡은 어찌하여 귀의하려 하지 않고
寃血自汚蓮花鍔 원망의 피가 스스로 연꽃이 새겨진 칼날을 더럽혔던가?
客雖聞之爭柰何 식객이 비록 그 사실을 들은 들 다만 어쩔 텐가?
飛鳥依依無處托 나는 새 날아 봐도 의지할 곳이 없던 듯했으니,
寧從地下共追隨 차라리 지하로 따라가 함께 따를지언정,
軀命如絲安足惜 실낱같은 목숨은 어찌 족히 아끼겠는가?
同將一刎寄孤嶼 다함께 장차 한 번 목을 베어 외로운 섬에 놔두니,
山哀浦思日色薄 산도 애도하고 포구도 슬퍼하며 햇빛도 빛을 잃었네.
嗚呼千秋與萬古 ! 천년과 만고에
此心菀結誰能識 이 마음의 답답함을 누가 알겠는가.
不爲轟霆有所洩 번개소리가 되어 발설하지 못한다면,
定作長虹射天赤 정히 긴 무지개를 만들어내 붉은 하늘을 찌르리라.
君不見 그대 보지 못했나?
今古多小輕薄兒 예나 지금의 수많은 경박한 이들이
朝爲同袍暮仇敵 아침에 의기투합했다가 저녁엔 원수가 되는 것을.

 

소화시평권상39엔 도은과 삼봉이 지은 시에 대한 일화가 실려 있다. 스승에게 핀잔을 받았기에 애써 지은 시를 없앤 줄만 알았는데 역시나 교수님은 이 시까지 준비해두셨다. 이미 목은 선생의 시 평가좋은 작품이긴 하나, 모두 지을 정도의 수준이고, 도은시는 쉽게 지을 수 없다[此眞佳作, 然君輩亦裕爲之, 至於陶隱詩, 不易得也].”고 했으니 왜 그런 평가가 나왔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바로 교수님에게 배워야 할 자세는 이런 것이다. 그냥 그런 말이 있었다 정도가 아닌,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궁금해 하고 비교해보며 의미를 찾으려는 자세 말이다.

 

 

曉日出海赤 直照孤島中 새벽 해 바다에서 나와 붉어졌고, 곧바로 외로운 섬을 비춘다.
夫子一片心 正與此日同 부자의 일편단심은 바로 이 해와 같구나.
相去曠千載 嗚呼感予衷 서로의 거리가 천 년이지만 아! 나의 마음을 느껍게 하네.
毛髮豎如竹 凛凛吹英風 머리가 대처럼 쭈뼛 서고 서늘하게 영풍이 휙 부는구나. 東文選卷之五

 

우선 삼봉의 시는 특이한 점이 중의적인 표현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두 군데나 된다는 사실이다.

 

嗚呼感予衷
1. ! 나의 마음을 느껍게 하네 2. 오호도의 일이 나의 마음을 느껍게 하네.

 

凛凛吹英風
1. 서늘하게 영풍이 확 부네 2. 늠름하게 영웅의 기개를 고취하누나.

 

 

보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해석할 수 있으니, 삼봉의 시가 재밌긴 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과연 목은 선생이 왜 삼봉의 시에 대해선 박한 평가를 했고, 도은의 시에 대해선 후하게 평가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교수님도 자신의 생각임을 전제로 하며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도은의 시엔 누구도 의식하지 않으며 전횡과 그의 식객만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반해, 삼봉의 시엔 자신을 드날리고 싶은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풍(英風)’이란 시어는 영웅의 기개를 나타내는 시어로, 전횡을 나타냄과 동시에 전횡=자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시를 읽으면 전횡의 기개에 대해 생각한다기보다, ‘이 시를 지은 작자는 야망이 있는 사람이구만을 대번에 알게 된다는 것이다.

 

도은 이숭인 삼봉 정도전
남을 의식하지 않고 시를 씀 남을 의식하며 시를 씀
전횡과 식객만을 드러내기 위해 시를 씀 전횡에게 자신을 투사하여 시를 씀

 

 

역시 이렇게 비교해서 시를 보니, 보는 맛도 있고 목은의 평가가 그냥 하는 평가가 아니라는 걸 알 수도 있다. 물론 지금 우리가 하는 방식은 목은이 이미 내린 평가에 따라 짜 맞추는 식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의 글을 이해하고 그에 타당하다 생각되는 것들을 덧붙이는 작업은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재밌는 일화 하나를 덧붙이자면, 가까운 곳 군산에 전횡이 있다고 한다. 군산 어청도에 있는 치동묘가 그것이다. 예전 제()나라의 수도가 임치(臨淄)인데, 그 수도가 동쪽으로 옮겨졌다는 뜻에서 치동(淄東)’이 됐다. 여기엔 실제로 전횡을 모시는 영정이 존재하는데, 전횡이 죽은 이후 그의 후손이나 연관된 인물이 넘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군산의 담양(潭陽) ()씨는 전횡을 자신들의 조상으로 여겨 1926년 군산 둔율리에 치동묘를 다시 건립하였다가 도시계획으로 철거되자 1983년 군산 오곡리 원오곡 마을로 치동묘를 옮기고 치동서원(오곡길 29-13)을 중수하여 제향을 받들고 있단다.

 

이렇게 역사는 알고 보면 멀지만 가까운 듯,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우리의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역사적 인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있다. 이번에 오호도를 공부할 수 있었던 건 나에겐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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