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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49. 홍만종, 고려시보다 조선시를 높게 평가하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49. 홍만종, 고려시보다 조선시를 높게 평가하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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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종, 고려시보다 조선시를 높게 평가하다

 

 

幽居野興老彌淸 숨어사는 시골의 흥취는 늙을수록 더욱 맑아져
恰得新詩眼底生 새로운 시가 눈 밑에서 생겨나는 것을 흡족하게 얻네.
風定餘花猶自落 바람은 멈췄지만 남아 있던 꽃 오히려 스스로 지고
雲移小雨未全晴 구름은 사라졌지만 부슬비 아직 덜 개었네.
墻頭粉蝶別枝去 담장 위의 나비는 가지와 이별하여 떠나고
屋角錦鳩深樹鳴 처마 귀퉁이 비둘기는 깊은 숲에 숨어 울어대네.
齊物逍遙非我事 제물과 소요는 나의 일이 아니니,
鏡中形色甚分明 거울 속에 모든 사물이 이렇게도 분명한 것을.

 

소화시평권상49이색의 시에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여기엔 장자의 편명인 제물소유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물은 절대 평등이라 풀어냈고, 소유는 초월의식이라 풀어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바로 이 미련(尾聯)이었는데, 초반에 설명을 들을 때만 해도 제물과 소유와 같은 형이상학은 그만두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는 일과 같은 형이하학적인 것만을 하겠다는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교수님은 그게 아니라고 알려주더라. 그런 이상이냐 현실이냐의 문제가 관건이 아니라, 유자로서의 이색이 도가를 비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거울 속 분명한 세계에 관심 갖는 것도 형이상학적인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齊物逍遙非我事 鏡中形色甚分明
제물 소요 따위의 형이상학적인 것은 그만두고 형이하학적인 현실을 따르겠다. 도가를 비판하고 유가적인 방법으로 자연 속에 살리라.

 

 

그러면서도 재밌는 주제인 왜 유학을 한 사람들이 자연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건 유가 자체가 온 만물 속엔 천리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자연, 사람 할 것 없이 관조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걸 통해 천리를 재확인하고 추기급인(推己及人)의 마음을 선양할 수 있다. , 유가의 수양법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을 공부한 선비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읊은 즉사(卽事)시를 많이 지을 수밖에 없노라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시의 이해라면 문제는 이제 조선시가 낫나, 고려시가 낫나라는 것일 터다. 이에 대해 우린 이규보나 이색의 시를 당시나 송시 중 하나에 배치하려 무진 애썼지만, 교수님은 전혀 다른 부분을 지적해줬다. 우리의 기존 지식에 근거해서 배치하려 하지 말고 본문에 홍만종이 했던 말을 중심으로 풀어보자고 말이다. 분명히 홍만종은 고려=송시, 조선=당시라고 배치해놨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규보나 이색의 시는 송시가 될 수밖에 없다.

 

송시와 당시 중 홍만종은 어느 시를 더 좋다고 여겼을까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두 말할 나위가 없는 한문학사적인 지식으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문제다. 고려조엔 송풍이 휩쓸고 있었다. 그러니 과거를 보게 되면 대과에서 33명의 소동파가 나왔다[大比有三十三東坡].”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다 조선으로 넘어오게 됐고, 삼당시인(李達·崔慶昌·白光勳)이 나오며 성당을 추종하는 분위기가 짙어지더니, 홍만종 때에 이르면 시풍은 매우 성당에 가깝게 된다.

 

그러니 홍만종의 입장에선 당연히 당시가 송시보다 낫다는 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고, 위의 평가와 같이 조선은 당시에 가깝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당연히 최종적으로 고려와 조선의 우열은 스스로 판별할 수 있다는 말은 조선시 짱!’이란 말이 되고, 그건 당풍에 가깝게 된 지금 이 시대의 시가 좋다는 말로 해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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