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역사적 인물을 드러내는 두 가지 방식
李陶隱崇仁, 與鄭三峰道傳同師牧隱, 才名相將. 然牧老每當題評, 先李而後鄭, 嘗稱陶隱曰: “此子文章, 求之中國, 不多得也.” 一日牧隱見陶隱「嗚呼島」詩, 極口稱譽.
間數日, 三峰亦作「嗚呼島」詩, 謁牧老曰: “偶得此詩於古人集中.” 牧隱曰: “此眞佳作, 然君輩亦裕爲之, 至於陶隱詩, 不易得也.”
三峰自此積不平, 後爲柄臣, 令其私臣出宰陶隱所配邑, 杖殺之, 「嗚呼島」之詩, 蓋爲禍崇.
其詩曰: ‘嗚呼島在東溟中, 滄波渺然一點碧. 夫何使我雙涕零, 祇爲哀此田橫客. 田橫氣槪橫素秋, 義士歸心實五百. 咸陽隆準眞天人, 手注天潢洗秦虐. 橫何爲哉不歸來, 怨血自汚蓮花鍔. 客雖聞之爭柰何, 飛鳥依依無處托. 寧從地下共追隨, 軀命如絲安足惜. 同將一刎寄孤嶼, 山哀浦思日色薄. 嗚呼千載與萬古, 此心菀結誰能識. 不爲轟霆有所洩, 定作長虹射天碧. 君不見今古多小輕薄兒, 朝爲同袍暮仇敵.’ 悲惋激烈, 弔慰兩盡.
해석
도은 이숭인은 삼봉 정도전과 함께 목은 선생을 같은 스승으로 두었고
才名相將.
재주와 명성이 나란하였다.
然牧老每當題評, 先李而後鄭,
그러나 목은 선생은 매번 비평할 적에, 도은을 앞세웠고 삼봉을 뒷세웠다.
嘗稱陶隱曰: “此子文章,
일찍이 목은 선생이 도은을 칭찬하셨다. “이 사람의 문장은
求之中國, 不多得也.”
중국에서 구하더라도 많이 구할 수가 없다.”
一日牧隱見陶隱「嗚呼島」詩, 極口稱譽.
하루는 목은 선생이 도은의 「오호도(嗚呼島)」라는 시를 보고선 온갖 말을 다 동원하여 칭찬했었다.
間數日, 三峰亦作「嗚呼島」詩,
수일 지난 어느 날에 삼봉 또한 「오호도(嗚呼島) / 오호도의 전횡을 조문하다[嗚呼島吊田橫]」시를 지어
謁牧老曰:
목은 선생을 뵈며 말씀드렸다.
“偶得此詩於古人集中.”
“우연히 이 시를 옛 사람의 문집에서 찾았습니다.”
牧隱曰: “此眞佳作.
목은 선생은 말씀하셨다. “이 작품은 참으로 좋은 작품이다.
然君輩亦裕爲之,
하지만 그대들이 또한 넉넉하게 지을 수 있으나,
至於陶隱詩, 不易得也.”
도은의 시 같은 경우는 쉽게 얻을 수 없다.”
三峰自此積不平, 後爲柄臣,
삼봉은 이때부터 불평이 쌓여 훗날 권력을 차지하자
令其私臣出宰陶隱所配邑,
사적인 친분이 있는 신하 황거정(黃居正)에게 도은이 유배된 읍의 관리가 되게 하여
杖殺之,
장형(杖刑)으로 죽였다【1392년 정몽주가 피살될 때 이숭인도 같은 파로 몰려 순천으로 유배되었다. 그 후 정도전의 오른팔인 황거정이 장형을 집행하여 죽게 됨】.
「嗚呼島」之詩, 蓋爲禍崇.
「오호도」라는 시는 대체로 재앙의 빌미가 되었다.
其詩曰: ‘嗚呼島在東溟中, 滄波渺然一點碧. 夫何使我雙涕零, 祇爲哀此田橫客. 田橫氣槪橫素秋, 義士歸心實五百. 咸陽隆準眞天人, 手注天潢洗秦虐. 橫何爲哉不歸來, 怨血自汚蓮花鍔. 客雖聞之爭柰何, 飛鳥依依無處托. 寧從地下共追隨, 軀命如絲安足惜. 同將一刎寄孤嶼, 山哀浦思日色薄. 嗚呼千載與萬古, 此心菀結誰能識. 不爲轟霆有所洩, 定作長虹射天碧. 君不見今古多小輕薄兒, 朝爲同袍暮仇敵.’
嗚呼島在東溟中 | 오호도는 동쪽의 바다 한 가운데 있어 |
滄波渺然一點碧 | 푸른 물결에 아득히 하나의 점으로 푸르다. |
夫何使我雙涕零 | 그런데 어찌 나의 두 눈에 눈물을 흐르게 하나? |
祇爲哀此田橫客 | 다만 전횡의 식객들이 애처롭게 하는구나. |
田橫氣槩橫素秋 | 전횡의 씩씩한 기상과 절개가 가을을 가로질렀으니 |
壯士歸心實五百 | 씩씩한 선비로 죽으리라 마음을 먹은 이가 실로 500명이나 되었다. |
咸陽隆準眞天人 | 함양에서 콧날이 우뚝한 유방은 참으로 천상의 사람으로, |
手注天潢洗秦虐 | 손으로 은하수를 부어 진나라의 학정을 씻어냈었는데 |
橫何爲哉不歸來 | 전횡은 어찌하여 귀의하려 하지 않고 |
寃血自汚蓮花鍔 | 원망의 피가 스스로 연꽃이 새겨진 칼날을 더럽혔던가? |
客雖聞之爭柰何 | 식객이 비록 그 사실을 들은 들 다만 어쩔 텐가? |
飛鳥依依無處托 | 나는 새 날아 봐도 의지할 곳이 없던 듯했으니, |
寧從地下共追隨 | 차라리 지하로 따라가 함께 따를지언정, |
軀命如絲安足惜 | 실낱같은 목숨은 어찌 족히 아끼겠는가? |
同將一刎寄孤嶼 | 다함께 장차 한 번 목을 베어 외로운 섬에 놔두니, |
山哀浦思日色薄 | 산도 애도하고 포구도 슬퍼하며 햇빛도 빛을 잃었네. |
嗚呼千秋與萬古 | 아! 천년과 만고에 |
此心菀結誰能識 | 이 마음의 답답함을 누가 알겠는가. |
不爲轟霆有所洩 | 번개소리가 되어 발설하지 못한다면, |
定作長虹射天赤 | 정히 긴 무지개를 만들어내 붉은 하늘을 찌르리라. |
君不見 | 그대 보지 못했나? |
今古多小輕薄兒 | 예나 지금의 수많은 경박한 이들이 |
朝爲同袍暮仇敵 | 아침에 의기투합했다가 저녁엔 원수가 되는 것을. |
悲惋激烈, 弔慰兩盡.
비통함과 한스러움이 격렬하여 조문과 위로를 모두 다 하였다【慷慨激烈, 弔慰兩盡. 五百人有知, 能不感泣於冥冥, 東方之詩, 鮮有其儷. - 金宗直, 『靑丘風雅』】.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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