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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49. 고려시의 시는 송풍의 시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49. 고려시의 시는 송풍의 시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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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의 시는 송풍의 시다

 

 

이번 글의 주제는 고려시와 조선시 중 어느 시대의 시가 좋은가?’일 터다. 그래서 처음부터 두 시대의 시를 비교하며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서거정의 대답을 들었을 땐 두 시대의 시가 모두 우열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다는 뉘앙스로 읽혀지지만, 막상 홍만종은 그 말을 서거정의 말로 그것을 보면 조선이 나은 것처럼 보인다라고 결론을 지어 놨다.

 

분명 지금 다시 읽더라도 장단점이 특기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홍만종이 왜 그렇게 평가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마 저 문장만이 아닌 전체를 다 읽으면 다른 뉘앙스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그렇게 보지 않더라도 홍만종이 조선인이기에 자신의 관점에서 저 말을 왜곡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流水聲中暮復朝 흐르는 물소리 중에 저녁은 다시 아침이 되고
海村籬落苦蕭條 해촌 마을은 참으로 쓸쓸하다.
湖淸巧印當心月 호수는 맑기에 호수 복판에 당하여 달이 교묘히 찍혀 있고,
浦闊貪呑入口潮 포구는 넓기에 어귀로 들어오는 조수를 탐내어 삼킨다.
古石浪舂平作礪 물결이 찧어 옛날의 돌은 평평한 숯돌이 되고
壞船苔沒臥成橋 이끼가 들어차 무너진 배는 누워 다리가 되었다.
江山萬景吟難狀 강산의 모든 경치 시로 읊어 형상하기 어려우니,
須倩丹靑畵筆模 모름지기 화가에게 붓으로 그려달라 부탁해야지.

 

 

幽居野興老彌淸 숨어사는 시골의 흥취는 늙을수록 더욱 맑아져
恰得新詩眼底生 새로운 시가 눈 밑에서 생겨나는 것을 흡족하게 얻네.
風定餘花猶自落 바람은 멈췄지만 남아 있던 꽃 오히려 스스로 지고
雲移小雨未全晴 구름은 사라졌지만 부슬비 아직 덜 개었네.
墻頭粉蝶別枝去 담장 위의 나비는 가지와 이별하여 떠나고
屋角錦鳩深樹鳴 처마 귀퉁이 비둘기는 깊은 숲에 숨어 울어대네.
齊物逍遙非我事 제물과 소요는 나의 일이 아니니,
鏡中形色甚分明 거울 속에 모든 사물이 이렇게도 분명한 것을.

 

위의 시는 이규보의 부령포구(扶寧浦口)이고 아래의 시는 이색의 즉사(卽事)로 두 시 모두 경물을 묘사에 매우 적극적이다. 저번에 한시미학산책를 보면 宋風은 구체적 모습을 형상 唐風은 대충 그린 듯하나 여러 번 읽으면 흥감이 듦라고 당시풍의 시와 송시풍의 시를 대조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어제 수업을 할 때만 해도 의론적인 글을 송시(宋詩), 정경묘사한 글을 당시(唐詩)라고만 생각하여 이규보의 시는 정경묘사에 치중했으니 당시로, 이색의 시는 마지막에 의론을 드러냈으니 송시로 봐야한다고 대답한 것이다.

 

하지만 저 책에 나온 구절로 보면 위의 시는 어찌 되었던 둘 다 송시(宋詩)로 봐야할 이유가 짙어진다. 눈앞에 사물을 보듯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풀어내는 것을 예전에 교수님은 자연과의 교융이라 표현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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