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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그때의 지금인 옛날 - 5. 동심의 중요성을 외친 이지 본문

책/한문(漢文)

그때의 지금인 옛날 - 5. 동심의 중요성을 외친 이지

건방진방랑자 2020. 3. 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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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동심의 중요성을 외친 이지

 

 

그런데 문학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천진과 진정의 모델을 동심童心에서 찾고 있는 것은 연암이나 이덕무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던 명나라 이지李贄(1527-1602)동심설童心說과 무관하지 않다. 이지李贄는 이탁오李卓吾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중국의 이단적인 사상가로, 혹세무민惑世誣民 했다는 비난 끝에 탄압을 받아 옥중에서 자살한 인물이다. 그는 동심설을 바탕으로 위선적인 도학道學과 가식적인 문학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퍼부었다. 동심설은 당대에 워낙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글이기에 조금 길지만 자료 소개 삼아 여기에 전문을 옮겨 소개한다.

 

용동산농龍洞山農서상西廂을 쓰며 끝에다 말하기를, “아는 이가 내가 여태도 동심童心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龍洞山農敍西廂, 末語云: “知者勿謂我尙有童心可也.”

 

대저 동심이라는 것은 진심眞心이다. 만약 동심을 안 된다고 한다면 이는 진심을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夫童心者, 眞心也. 若以童心爲不可, 是以眞心爲不可也.

 

대저 동심이라는 것은 거짓을 끊고 순수히 참된 최초에 지녔던 한 생각의 본마음인 것이다.

夫童心者, 絶假純眞, 最初一念之本心也.

 

만약 동심을 잃게 된다면 진심을 잃는 것이고, 진심을 잃는다면 참된 사람을 잃는 것이다.

若失却童心, 便失却眞心; 失却眞心, 便失却眞人.

 

사람이 참되지 않으면 온전히 처음 상태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人而非眞, 全不復有初矣.

 

동자童子라는 것은 사람의 처음이요, 동심童心이라는 것은 마음의 시작이니, 대저 마음의 처음을 어찌 잃을 수 있겠는가?

童子者, 人之初也; 童心者, 心之初也. 夫心之初, 曷可失也,

 

그런데도 어찌하여 동심을 갑작스레 잃게 되는 것일까?

然童心胡然而遽失也?

 

대개 그 처음에는 듣고 보는 것이 귀와 눈을 통해 들어와 그 마음에 주인이 됨으로써 동심을 잃고 만다.

盖方其始也, 有聞見從耳目而入, 而以爲主于其內而童心失.

 

자라서는 도리道理가 듣고 보는 것을 좇아 들어와 그 마음에 주인이 됨으로써 동심을 잃게 된다.

其長也, 有道理從聞見而入, 而以爲主于其內而童心失.

 

나중에 도리와 듣고 보는 것이 날마다 더욱 많아지게 되면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이 날마다 더 폭넓어져서,

其久也, 道理聞見日以益多, 則所知所覺日以益廣,

 

이에 아름다운 이름이 좋아할만한 것임을 알게 되어 힘써 이름을 드날리고자하여 동심을 잃게 되고,

于是焉又知美名之可好也, 而務欲以揚之而童心失;

 

아름답지 않은 이름이 추함을 알아 힘써 이를 덮어 가리려 하는데서 동심을 잃게 된다.

知不美之名之可醜也, 而務欲以掩之而童心失.

 

대저 도리道理와 문견聞見이란 모두 독서를 많이 하여 의리義理를 아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夫道理聞見, 皆自多讀書識義理而來也.

 

옛날의 성인이 어찌 일찍이 독서하지 않았겠는가?

古之聖人, 曷嘗不讀書哉!

 

그러나 설령 독서하지 않았더라도 동심은 진실로 절로 남아 있었을 것이요, 독서를 많이 했다손 치더라도 또한 이 동심을 지켜 잃지 않도록 했을 따름이니,

然縱不讀書, 童心固自在也, 縱多讀書, 亦以護此童心而使之勿失焉耳,

 

배우는 자가 도리어 독서를 많이 하고 의리를 아는 것이 동심에 장애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非若學者反以多讀書識義理而反障之也.

 

대저 배우는 자가 독서를 많이하여 의리를 알게 되면 동심에는 걸림돌이 되나니, 성인이 또 어찌 저서著書와 입언立言을 많이 하여 배우는 사람에게 장애가 됨을 하겠는가?

夫學者旣以多讀書識義理障其童心矣, 聖人又何用多著書立言以障學人爲耶?

 

동심이 막히고 보면 이에 있어 펼쳐 말을 해도, 언어가 마음속으로부터 말미암지 않게 되고,

童心旣障, 于是發而爲言語, 則言語不由衷;

 

드러나 정사政事가 되더라도 근저가 없게 되며, 저술하여 문사文辭가 되어도 능히 통달하지 못하게 된다.

見而爲政事, 則政事無根柢; 著而爲文辭, 則文辭不能達.

 

안으로 머금어 아름다움이 드러나지도 아니하고, 도탑고도 알차 광휘가 생겨나는 것도 아니며, 한 구절의 유덕有德한 말을 구하려 해도 마침내 얻을 수가 없다.

非內含以章美也, 非篤實生輝光也, 欲求一句有德之言, 卒不可得.

 

왜 그럴까? 동심이 막히고 보면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문견聞見과 도리道理를 가지고 자신의 마음으로 삼게 되기 때문이다.

所以者何? 以童心旣障, 而以從外入者聞見道理爲之心也.

 

대저 이미 문견聞見과 도리道理로 마음을 삼고 보면, 말하는 바의 것도 모두 문견과 도리의 말일 뿐 동심에서 절로 나온 말은 아니다.

夫旣以聞見道理爲心矣, 則所言者皆聞見道理之言, 非童心自出之言也.

 

그 말이 비록 공교하다 한들 내게 있어 무슨 상관이겠는가?

言雖工, 于我何與?

 

어찌 가짜 사람이 거짓말을 말하고 거짓 일을 일삼으며 거짓 글을 짓는 것이 아니겠는가?

豈非以假人言假言, 而事假事, 文假文乎?

 

대개 그 사람이 이미 가짜고 보면 거짓되지 않는 바가 없다.

盖其人旣假, 則無所不假矣.

 

이로 말미암아 거짓말을 가지고 가짜 사람과 말하면 가짜 사람이 기뻐하고,

由是而以假言與假人言, 則假人喜;

 

거짓 일로 가짜 사람과 말하면 가짜 사람이 기뻐하며, 거짓 글로 가짜 사람과 이야기하면 가짜 사람이 기뻐한다.

以假事與假人道, 則假人喜; 以假文與假人談, 則假人喜.

 

어디를 가도 가짜 아닌 바가 없고 보면 기뻐하지 않는 바가 없게 된다.

無所不假, 則無所不喜.

 

온통 전부가 가짜고 보니 난장이가 어찌 진짜와 가짜를 변별할 수 있겠는가?

滿場是假, 矮人何辯也?

 

그렇다면 비롯 천하의 지극한 글이 있다 하더라도 가짜 사람에게 불태워져서 후세에 다 보지 못하게 된 것이 또 어찌 적다 하겠는가?

然則雖有天下之至文, 其湮滅于假人而不盡見于後世者, 又豈少哉!

 

왜 그럴까? 천하의 지극한 글은 동심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何也? 天下之至文, 未有不出于童心焉者也.

 

진실로 동심을 항상 지닐 수만 있다면 도리가 행해지지 않고 문견이 서지 않았다 해도 글되지 않을 때가 없고 글되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苟童心常存, 則道理不行, 聞見不立, 無時不文, 無人不文,

 

한결 같이 체격과 문자를 새롭게 만들어도 문장 아닌 것이 없게 될 것이다.

無一樣創制體格文字而非文者.

 

시를 어찌 반드시 옛 선집만 따를 것이며, 문을 어찌 반드시 선진先秦만 기필하겠는가?

詩何必古選, 文何必先秦.

 

내려와 육조六朝가 되고, 변하여 근체近體가 되며, 또 변하여 전기傳奇가 되는 것이다.

降而爲六朝, 變而爲近體, 又變而爲傳奇;

 

변화하게 되면 원본院本도 되고 잡극雜劇도 되고 서상곡西廂曲도 되고 수호전水滸傳도 되고, 지금의 과거 시험도 되는 것이니,

變則爲院本, 爲雜劇, 爲西廂曲, 爲水滸傳, 爲今之擧子業,

 

선현들이 성인의 도를 말한 것은 모두 고금의 지극한 글이라, 시세時勢의 선후만으로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大賢言聖人之道皆古今至文, 不可得而時勢先後論也.

 

그런 까닭에 내가 이를 인하여 동심을 지닌 사람이 절로 문장을 이루는 것에 느낌이 있었던 것이니, 다시금 무슨 육경六經을 말하며, 무슨 논어論語맹자孟子니를 말한단 말인가?

故吾因是而有感于童心者之自文也, 更說甚麽六經, 更說甚麽語孟乎?

 

대저 육경과 논어』『맹자는 사관史官이 지나치게 높여 기린 말이 아니면 신하된 자가 지극히 찬미한 말일 뿐이다.

夫六經語孟, 非其史官過爲褒崇之詞, 則其臣子極爲贊美之語.

 

또 그렇지 않으면 우활한 문도門徒들과 멍청한 제자들이 스승의 말씀을 기억해내되 처음은 있으되 끝이 없거나, 뒷부분만 얻고 앞은 빠뜨려 그 본 바에 따라 책에다 써놓은 것일 뿐이다.

又不然, 則其迂闊門徒, 懵懂弟子, 記憶師說, 有頭無尾, 得後遺前, 隨其所見, 筆之於書.

 

후학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하고 문득 성인의 입에서 나왔다하여 아예 경전이 된다고 지목하여 결정했던 것이니, 그 누가 그 가운데 태반이 성인의 말이 아닌 줄을 알겠는가?

後學不察, 便謂出自聖人之口也, 決定目之爲經矣, 孰知其大半非聖人之言乎?

 

설령 성인에게서 나왔다 하더라도 요컨대는 또한 그때그때마다 일이 있어 나온 말로,

縱出自聖人, 要亦有爲而發,

 

병통을 인하여 약을 주고 때에 따라 처방을 내려 이러한 어리석은 제자들과 우활한 문도門徒들을 구하려 한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不過因病發藥, 隨時處方, 以求此一等懵懂弟子, 迂闊門徒云耳.

 

약으로 거짓 병을 치료하고 처방으로 정해진 아집을 논난한 것이 어찌 갑자기 만세의 지론至論이 될 수 있단 말인가?

藥醫假病, 方難定執, 是豈可遽以爲萬世之至論乎?

 

그렇다면 육경과 논어맹자는 바로 도학道學의 구실이 되고, 가짜 사람들이 모여드는 연못인 셈이니, 결단코 동심의 말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然則六經語孟, 乃道學之口實, 假人之淵藪也, 斷斷乎其不可以語於童心之言明矣.

 

아아! 내가 또 어찌 동심을 일찍이 잃어본 적이 없는 진정한 큰 성인聖人과 만나 그와 더불어 한 번쯤 글에 대해 말해볼 것인가?

嗚呼! 吾又安得眞正大聖人童心未曾失者而與之一言文哉!

! 세상에는 이미 동심童心을 잃어버린 가짜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가짜 글과 가짜 생각을 가지고 경전經傳이라 하고 성인聖人의 말씀이라 하며 그리로만 따라오라 한다. 하여 거짓이 난무하고 위선이 판치며 옛 사람의 죽은 망령만이 허공을 떠돌고 있을 뿐이다. 동심은 어디에 있는가? 세계로 향한 촉수觸手가 싱싱하게 살아 있던, 모든 것이 바람이었고 풀잎이었던 동심의 세계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1. 무관의 시는 옛날의 시가 아닌 지금의 시

2. 동심으로 돌아가자

3. 지금ㆍ여기의 이야기를 담아낸 무관이 지은 시

4. 동심으로 돌아가자, 처녀로 돌아가자

5. 동심의 중요성을 외친 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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