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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11. 우리에겐 한 명의 영웅이 아닌,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다 사회든, 사람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교사든, 학부모든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평상시의 가치관’을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강요하고, 그런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모두 다 아이들을 위한다며, 자식을 위한다며 시작된다. 그렇게 '평상시의 가치관'은 공고해진다.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저렇게 된다’는 말의 의미 이런 상황은 『부산행』이란 영화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기차 화장실 문이 잠겨 있다며 승객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직원은 화장실 문을 연다. 거기엔 노숙자가 잔뜩 겁에 질린 채 쭈그려 앉아 있는 거였다. 그 상황을 함께 지켜보던 버스회사 전무인 용석과 어린아이인 수안의 대화를 보면, 어떻게 아이들을 평상시의 가치관에 매..
9. 열심히 하는 교사가 되지 말자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가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이며 나라 전체가 들썩였지만, 일본 정부는 4년 만에 안정성 여부와 상관도 없이 손해가 막심하다며 재가동을 시켰다. 그뿐인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어, 중공업을 육성하고 농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익이 된다면 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당장에 이익이 된다면, 나중에 어떻게 되든 말든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아무도 문제로 삼지도 않는다. 이런 생각은 당연하게도(불행하게도) 교육에 그대로 영향을 끼쳤다. ‘윗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아랫사람은 더 좋아한다(上好下甚)’는 말처럼, 이제 더 이상 아이들에게 ‘원대한 꿈(세계평화, 남북통일, 자족하는..
8. 한국과 일본, 작은 이익을 탐하다 큰 걸 잃다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원조를 받아 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엔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성장을 하다가, 자립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미국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우호적인 관계가 깊어지고, 그에 따라 이득을 보는 세력들도 늘어나면서 ‘미국에 의존하는 길만이 일본의 살 길’이라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국가의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들은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아시아의 긴장도를 높이려 하고 친미파 중심으로 모든 권력기관의 구성원을 꾸려 ‘미국 없는 일본’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 이제 더 이상..
7. 윗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아랫사람은 더 좋아한다 자민당 일당 독재에 가깝던 일본에서 54년 만에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며 하토야마 정권이 탄생했다. 정권이 바뀐 만큼 지금까지의 강경노선에서 탈피하여 유화적인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하나는 미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들을 축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군비경쟁을 하지 않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 강연이 진행될 수록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일본의 정세를 듣지만 '왜 이리 판박이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미자립을 외친 총리, 쫓겨나다 총리의 제안은 어떤 면에선 분명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자마자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일본인들의 미국에 대한, 강대국에 대한..
5. 평화보다 긴장을 원하는 사람들 전주 강연의 제목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다. 이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거시적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막연한 주제를 우치다식으로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다 그런데 강연을 다 듣고 녹취록을 작성한 지금 드는 생각은, 제목만 보고 오해하고 걱정했던 것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즉, ‘지 주제도 모르는 놈이 제목만 보고 지 맘대로 상상하여 깐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강연은 시종일관 우치다스러웠다. 우치다쌤의 특기인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기대하든 그런 판에 박힌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라는 거였으니 말이다. 앞을 향해 나가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보며 측면에서 쳐들어오고, 측면을 방어할라 치면 후방에서 쳐들어오는 기상천외하고, 천방지축 날뛰..
4.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 뭣이 중헌디? 어떤 강연을 듣던지, 그걸 후기로 남기고 싶은 생각은 늘 있었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후기를 쓰다보면 막상 진의가 왜곡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멈칫했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후기를 쓰려고 보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서 머뭇거렸다. 그래서 호기롭게 달려들었다가 한 자도 쓰지 못하고 멈췄으며,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게 됐던 것이다. ▲ 막상 쓰려고 달려들었다가 쓰지는 못하고 하얀 밤을 지샌 적이 몇 번이던가? 우치다에 맛들인 시간만큼, 자신감도 붙다 그러다 나름대로 방법을 찾은 게, 내 생각을 곁들여 후기로 쓰기보다 그냥 우치다쌤의 강연 내용을 보기 좋게 편집하여 올리는 것이었다. 2014년의 서울 강연은 ..
3. 우치다 타츠루에게 한 발 내딛기 어쩌면 우치다쌤의 2012년도 강연과 2014년도 강연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기회라 할 수 있다. 단재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동섭쌤을 알게 됐고, 그 당시 동섭쌤이 심취해 있던 우치다란 사람을 알게 됐으며, 민들레에서 연거푸 우치다쌤의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 2011년 11월에 동섭쌤에게 들었던 첫 강연으로 알게 됐다. 배우려는 자가 한 발 내딛기를 해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위 환경이 그랬다는 것이지, 내가 알아서 우치다쌤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찾으러 다녔다거나, 배우는 자의 자세로 “모르는 게 있습니다. 잘 못하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 가르쳐주십시오”라고 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
2. 잘 모르더라도 그냥 배운다 2012년에 하자센터에서 있었던 우치다쌤의 첫 강연을 듣고, 멘붕에 빠졌다. 이건 노래가사로 유명한 ‘점점~ 멀어지나봐♬’였던 거다. 이럴 때 잠시 한 템포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다. 열정에 사무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파묻혀, 무작정 달려들었다간 질려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천천히 배워나가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우치다쌤이 말한 배우는 사람의 세 가지 자세인 “저는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가르쳐 주세요”, “잘 부탁하겠습니다”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깨달음이 임박해오는 날도 있을 테니 말이다. ▲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1. 우치다 타츠루는 어려워 박동섭 선생은 2011년 공간 민들레에서 강연이 있을 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준규쌤이 함께 들으면 좋은 강의가 있다고 알려주어서, 민들레출판사에 처음으로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땐 아무 준비 없이 강의를 듣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하나는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표현하듯, 동섭쌤의 강의도 종합예술을 방불케 하듯 영상과 자료, 음악을 넘나들며 다채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익히 알고 있던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와는 달라, 흥미진진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임용시험을 보기 위해 열심히 달달 외웠던 비고츠키 이론이 ‘속빈 강정’처럼 실질적인 내용은 사라지고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내용만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