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짐작하지 말거나 억측하지 말고 객관적 사태 속에 진실을 보라
子曰: “不逆詐, 不億不信.
逆, 未至而迎之也. 億, 未見而意之也. 詐, 謂人欺己. 不信, 謂人疑己.
抑亦先覺者, 是賢乎!”
抑, 反語辭. 言雖不逆不億, 而於人之情僞, 自然先覺, 乃爲賢也.
○ 楊氏曰: “君子一於誠而已, 然未有誠而不明者. 故雖不逆詐, 不億不信, 而常先覺也. 若夫不逆不億而卒爲小人所罔焉, 斯亦不足觀也已.”
해석
子曰: “不逆詐, 不億不信.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나를 속일까 짐작하지 않고 믿지 않을까 억측하지 않는다.
逆, 未至而迎之也.
역(逆)은 이르지 않았는데 맞이하는 것이다.
億, 未見而意之也.
억(億)은 드러나지 않았는데 생각하는 것이다.
詐, 謂人欺己.
사(詐)는 남이 나를 속이는 것을 말한다.
不信, 謂人疑己.
불신(不信)은 남이 나를 의심하는 것을 말한다.
抑亦先覺者, 是賢乎!”
그럼에도 또한 먼저 깨닫는 사람은 어질구나!”
抑, 反語辭.
억(抑)은 반어사다.
言雖不逆不億, 而於人之情僞,
비록 미리 짐작하지 않고 억측하지 않지만 남의 실정과 위선에 대해
自然先覺, 乃爲賢也.
자연히 먼저 깨달아야 곧 어짊이 된다는 말이다.
○ 楊氏曰: “君子一於誠而已,
양시(楊時)가 말했다. “군자는 성실함에 한결같이 할 뿐이다.
然未有誠而不明者.
그러나 성실하고서 밝지 않은 사람은 있지 않다.
故雖不逆詐,
그러므로 비록 남이 나를 속일까 미리 짐작하지 않고
不億不信, 而常先覺也.
남이 나를 믿지 않을까 억측하지 않더라도 항상 먼저 깨닫는다.
若夫不逆不億而卒爲小人所罔焉,
만약 미리 짐작하지 않고 억측하지 않다가 마침내 소인에게 속임을 당하면
斯亦不足觀也已.”
이 또한 볼 만한 게 없다.”
○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심리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독심술(讀心術)을 췌마(揣摩)라 한다. 전국시대 때 유세(遊說)를 하던 사람들은 군주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했다. 소진(蘇秦)은 그 기술에 특히 뛰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상대의 마음을 추찰(推察)하고 억측(臆測)하는 데는 한도가 있다. 더구나 늘 의심(疑心)에 사로잡힌다면 내 마음이 평안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사람 마음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명석(明晳)하다고 할 수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논어’의 ‘헌문(憲問)’에서 공자는 나의 마음을 투명하게 지니라고 가르쳤다.
역(逆)은 아직 이르러오지 않았을 때 미리 맞이함이다. 사(詐)는 기만(欺瞞)이다. 역사(逆詐)는 곧, 남이 나를 속이지도 않거늘 저자가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닐까 지레짐작함을 말한다. 억(億)은 억(臆)과 같다. 불신(不信)은 남이 나를 믿지 않고 의심함이다. 억불신(億不信)은 즉, 남이 나를 의심하여 믿지 않는다고 지레짐작함을 말한다. 억(抑)은 위의 문장을 한번 눌러 의미를 일전(一轉)시키는 접속사다. 선각(先覺)은 상대의 진위를 직각적으로 헤아려 기만당하지 않음을 말한다. 미리 깨친 사람을 선각(先覺)이라 부르는 것과 다르다.
일의 기미(幾微)를 유추(類推)하고 요량(料量)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남이 나를 해치고 나를 의심하지 않나 지레짐작하는 역억(逆臆)은 스스로를 병들게 할 뿐이다. ‘주역’에 보면, 의심이 있으면 귀신이 수레에 가득 보인다고 했다. ‘열자’도 의심(疑心)이 많으면 여러 망상이 보인다는 뜻에서 의심암귀(疑心暗鬼)라는 말을 했다. 지금, 불신의 풍조가 우리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를 어쩌랴.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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