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문 제십사(憲問 第十四)
편해(篇解)
「헌문」은 47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논어』의 편들 중에서 가장 많은 장수를 과시하고 있으며 성격도 매우 잡다하여 제일적인 성격규정이 어렵다. 이렇게 복잡하고 방대한 편을 앞에 ‘원헌(原憲)’이라는 공자의 제자가 등장했다는 이유로, 호인(胡寅)이 「헌문」 전편을 원헌의 소기(所記: 기록과 편집)로 간주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그리고 그 호인의 어처구니없는 말을 편해로서 앞에 인용하고 있는 주희의 태도 또한 무성의하다. 이것은 송유들이 얼마나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없이 관념적으로만 『논어』 및 기타 고경을 대했는가 하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헌문」편의 편집은 2ㆍ3전 제자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그렇게 시대를 내려가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4ㆍ5전 제자시대 때 편집된 편들보다는 훨씬 앞서는 느낌이며, 자료도 아주 복잡한 어군들이 잡찬(雜纂)된 것이지만 대체적으로 직전제자들로부터 나온 전송자료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사료적 가치가 높다. 상론과 하론의 무차별한 2원론적 구분에 의하여 하론은 무조건 후대의 2차자료로 간주하는 관점이나 논의는 매우 유치한 것이다. 현재 상ㆍ하론이라는 것은 방편적으로 유용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전혀 의미 없는 구분일 수도 있다.
47장 중에서 ‘자왈(子曰)’로 시작되는 짤막한 공자의 격언에 해당되는 장이 21개에 달한다(3ㆍ4ㆍ5, 7ㆍ8ㆍ9, 11ㆍ12, 15ㆍ16, 21, 24ㆍ25, 27, 29, 32ㆍ33, 35, 39ㆍ40, 44). 이 중 21ㆍ27ㆍ29ㆍ35ㆍ44 5개의 장만 고립되어 있고 나머지는 몇 개의 자왈파편이 같이 연접하고 있다. 그리고 공자와 제자의 문답, 그리고 제자 외의 타인과의 문답이 23개 있다(1-2, 6, 10, 13-14, 17-18-19-20, 22-23, 26, 30-31, 34, 36-37-38, 42-43, 45, 47). 이 경우도 6ㆍ10ㆍ26ㆍ34ㆍ45ㆍ47 6개의 장만 고립되어 있고, 나머지는 동류의 어군(語群)이 서로 인접(隣接)하고 있다. 47장 중에서 자왈 로기온 21장과 문답파편 23장을 제외하면, 즉 공자의 말씀이나 문답 이외의 장은 28(증자의 로기온), 41(신문晨門이 자로에게 공자를 비판함), 46(원양原壤의 태도를 공자가 꾸짖음) 3개밖에 없다. 그러니까 「원헌」 편은 다양한 소스로부터 유래한 다양한 어군이 모아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키무라에 의하면 이 편은 3부분으로 대별될 수 있다고 한다.
A | 1~8 | 원헌과 공자의 문답(1ㆍ2), 공자의 격언(3ㆍ4ㆍ5), 군자(6ㆍ7), 인애(仁愛, 8). 성격이 잡하다. |
B | 9~20 +26 |
정(鄭)ㆍ노(魯)ㆍ위(衛)ㆍ제(齊) 등의 고금의 정치와 정치가에 대한 공자의 비평. 11장은 자왈로기온. 26장은 거백옥 상찬(15-6) |
C 공자의 사적(事蹟) 일화(逸話) 산재 |
ⓐ 20~24 | 대의(大義)를 논함 |
ⓑ 25~33 | 다양한 자료 잡찬 | |
ⓒ 34~42 | 출처진퇴(出處進退)와 그에 수반하는 은일(隱逸)과의 대결 | |
ⓓ 43~47 | 예(禮)라는 주제가 공통 |
단지 이상의 분류는 아주 대략적인 것이며 앞으로 후학들이 텍스트비평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편적인 분류일 뿐이다. 제45장에 ‘요ㆍ순’의 이름이 보이고, 제37ㆍ43장에는 『맹자』와 일치하는 구문이 들어있어 이 3개의 장은 후대의(4ㆍ5전) 제나라 전승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27ㆍ28ㆍ29 3장은 증자 문하에서 성립한 파편이 확실하다. 그리고 이 편의 편집주체를 논하자면 대체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노나라의 인물이 중심이 되어있고, 공자의 사적이나 일화도 대부분 노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또 증자 문인들의 손길이 여실하게 보이므로, 이 편은 노나라에서 증자 후학에 의하여 편찬된 것으로 상정할 수 있다.
인용
'고전 > 논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한글역주, 헌문 제십사 - 2. 이기려 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면 원망하지 않고 탐욕스럽지 않다 (0) | 2022.12.12 |
---|---|
논어한글역주, 헌문 제십사 - 1. 나라에 도가 있든 없든 녹봉만 생각하는 것이 부끄럽다 (0) | 2022.12.12 |
논어한글역주, 자로 제십삼 - 30. 가르치지 않고 백성을 전쟁터로 보내다 (0) | 2022.12.12 |
논어한글역주, 자로 제십삼 - 29. 선인이 백성을 7년 동안 가르치면 전쟁터에 보낼 수 있다 (0) | 2022.12.12 |
논어한글역주, 자로 제십삼 - 28. 선비라 불려질 수 있는 사람이란 (0) | 2022.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