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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 - 증준상인(贈峻上人)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김시습 - 증준상인(贈峻上人)

건방진방랑자 2019. 2. 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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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스님에게 주다

증준상인(贈峻上人)

 

김시습(金時習)

 

 

終日芒鞋信脚行 一山行盡一山靑

心非有像奚形役 道本無名豈假成

宿露未晞山鳥語 春風不盡野花明

短笻歸去千峯靜 翠壁亂烟生晩晴 梅月堂詩集卷之三

 

 

 

 

 

 

해석

終日芒鞋信脚行

종일망혜신각행

종일토록 짚신 신고 발 가는 대로 다녀

一山行盡一山靑

일산행진일산청

한 산이 건너 다하면 다시 한 산 푸르네.

心非有像奚形役

심비유상해형역

마음이란 모양이 없으니, 어찌 형체의 부림을 당하랴.

道本無名豈假成

도본무명기가성

도란 본디 무명이니 어찌 빌려서 이루겠는가?(도를 얻은 척 할 수 없다)

宿露未晞山鳥語

숙로미희산조어

묵은 이슬이 마르지 않았는데도 산새는 우짖고

春風不盡野花明

춘풍부진야화명

봄바람 계속 부니 들꽃은 환하다.

短笻歸去千峯靜

단공귀거천봉정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오노니, 온갖 봉우리들 고요하고

翠壁亂烟生晩晴

취벽난연생만청

푸른 절벽의 어지러운 안개, 저녁햇살 속에 비치네. 梅月堂詩集卷之三

 

 

해설

이 시는 준상인(峻上人)에게 준 시의 하나로, 앞 시와 마찬가지로 산수벽(山水癖)을 보여 주는 시이다.

 

짚신 신고 발길 닿는 대로 종일 걸으니, 산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산이 나타나지만 그 산이 싫지 않다. 마음에 공명(功名)이나 이록(利祿)에 대한 집착이 없으니 육체의 부림을 받지 않고 노자(老子)의 말대로 도는 이름할 수 없으니[道可道, 非常道] 억지로 깨닫고자 하지도 않는다. 간밤 내린 이슬이 마르지 않은 채 울어 대는 산새나 부단히 불어와 핀 들꽃은 내 마음을 끌리게 한다. 짧은 지팡이를 짚고 가노라니, 모든 산은 조용한 가운데 푸른 절벽에 머물던 자욱한 안개가 생겨났다가 저녁이 되니 맑게 갠다.

 

이 시에 대해 홍만종(洪萬宗)소화시평(小華詩評)권상 63에서, “동봉 김시습은 5살 때 벌써 기이한 아이로 소문났다. 세종임금이 동봉을 불러 삼각산시로 시험해 보고, 매우 기특하게 여겼다. 그 뒤 동봉은 미친 사람 흉내를 내고 중이 되어 산중에서 살았다. 동봉이 지은 시가 대단히 많은데, 모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손에서 쓰이는 대로 지었다. 흥취만을 풀어낼 뿐이요, 일찍이 퇴고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경지가 높아서 보통 사람이 미칠 수가 없다. 그의 무제는 다음과 같다. 도를 깨친 자가 아니면 어찌 이런 말을 하겠는가[金東峰時習五歲以奇童名, 英廟召試三角山, 大奇之. 後佯狂爲髡, 居山中, 所賦詩極多, 皆率口信手, 止遣興而已, 未嘗留意推敲. 然所造超越, 有非凡人所可及. 無題: ‘終日芒鞋信脚行, 一山行盡一山靑. 心非有想奚形役, 道本無名豈假成. 宿露未晞山鳥語, 春風不盡野花明. 短笻歸去千峯靜, 翠壁亂烟生晩晴.’ 非悟道者, 寧有此語].”라 하였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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