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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도를 깨친 김시습의 이야기
金東峰時習五歲以奇童名, 英廟召試「三角山」詩, 大奇之. 後佯狂爲髡, 居山中, 所賦詩極多, 皆率口信手, 止遣興而已, 未嘗留意推敲. 然所造超越, 有非凡人所可及.
其「無題」詩: ‘終日芒鞋信脚行, 一山行盡一山靑. 心非有想奚形役, 道本無名豈假成. 宿露未晞山鳥語, 春風不盡野花明. 短笻歸去千峯靜, 翠壁亂烟生晩晴.’ 非悟道者, 寧有此語.
해석
金東峰時習五歲以奇童名,
동봉 김시습은 5살 때 기동(奇童)으로 이름이 났고
英廟召試「三角山」詩, 大奇之.
세종【영묘(英廟): 세종의 능호인 ‘영릉(英陵)’에서 따온 이름】이 불러 「삼각산」시로 시험하여, 크게 그를 기이하게 여겼다.
後佯狂爲髡, 居山中,
훗날 거짓 미친 척하여 터벅머리(스님)가 되어 산속에서 살며
所賦詩極多, 皆率口信手,
시를 짓기를 매우 많이 하였는데, 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손으로 써지는 대로
止遣興而已, 未嘗留意推敲.
흥을 풀어내는 데에 그칠 뿐이었지 일찍이 뜻을 머물며 퇴고하지 않았다.
然所造超越, 有非凡人所可及.
그러나 초월함에 나가 범인이 미칠 수가 있는 것이 아닌 것이 있었다.
其「無題」詩: ‘終日芒鞋信脚行, 一山行盡一山靑. 心非有想奚形役, 道本無名豈假成. 宿露未晞山鳥語, 春風不盡野花明. 短笻歸去千峯靜, 翠壁亂烟生晩晴.’
「무제(無題) / 준 상인에게 주다[贈峻上人]」는 다음과 같다.
終日芒鞋信脚行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발 가는 대로 다녀 |
一山行盡一山靑 | 한 산이 건너 다하면 다시 한 산 푸르네. |
心非有想奚形役 | 마음이란 상상조차 없으니, 어찌 형체의 부림을 당하랴. |
道本無名豈假成 | 도란 본디 무명이니 어찌 빌려서 이루겠는가?(도를 얻은 척 할 수 없다) |
宿露未晞山鳥語 | 묵은 이슬이 마르지 않았는데도 산새는 우짖고 |
春風不盡野花明 | 봄바람 계속 부니 들꽃은 환하다. |
短笻歸去千峯靜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오노니, 온갖 봉우리들 고요하고 |
翠壁亂烟生晩晴 | 푸른 절벽의 어지러운 안개, 저녁햇살 속에 비치네. 『梅月堂詩集』 卷之三 |
非悟道者, 寧有此語.
도를 깨친 사람이 아니면, 어찌 이런 말을 하리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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