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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63. 도를 깨달은 사람이 쓴 시엔 깊은 뜻이 담긴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63. 도를 깨달은 사람이 쓴 시엔 깊은 뜻이 담긴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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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깨달은 사람이 쓴 시엔 깊은 뜻이 담긴다

 

 

김시습하면 우리에겐 금오신화로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리고 특이한 그의 이력으로 또 한 번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신동(神童)이라는 내용의 삼각산 이야기와 함께 홍만종도 김시습의 이야기를 실었고, 위에 언급한 이수광도 김시습의 이야기를 잘 실어놨다.

그만큼 김시습의 이야기는 여러 사람에게 회자가 될 정도로 유명한 얘기였고 그만큼 많이 알려진 얘기였다는 것이리라.

 

 

終日芒鞋信脚行 종일토록 짚신 신고 발 가는 대로 다녀
一山行盡一山靑 한 산이 건너 다하면 다시 한 산 푸르네.
心非有想奚形役 마음이란 상상조차 없으니, 어찌 형체의 부림을 당하랴.
道本無名豈假成 도란 본디 무명이니 어찌 빌려서 이루겠는가?(도를 얻은 척 할 수 없다)
宿露未晞山鳥語 묵은 이슬이 마르지 않았는데도 산새는 우짖고
春風不盡野花明 봄바람 계속 부니 들꽃은 환하다.
短笻歸去千峯靜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오노니, 온갖 봉우리들 고요하고
翠壁亂烟生晩晴 푸른 절벽의 어지러운 안개, 저녁햇살 속에 비치네. 梅月堂詩集卷之三

 

소화시평권상63증준상인(贈峻上人)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도가적인 색채가 짙게 배어 있으며 은둔자의 모습을 잘 담고 있는 시였으니 말이다.

 

수련(首聯)과 함련(頷聯)은 바로 그런 도가적인 색채를 제대로 담았다. 근데 재밌는 점은 그 이후에 있었다. 그 이후에 묘사되는 것들이 단순히 그저 소요(逍遙)하는 모습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간밤 이슬 마르지 않았는데 산새가 우짖을 때 산보를 나왔다. 걷다 보니 봄바람 불고 들꽃은 아주 환하게 보인다. 짧은 지팡이를 잡고 걷고 걷는데 고요하기만 하다. 그때 푸른 절벽의 어지러운 안개가 저녁햇살에 반사되어 환하게 보인다.’ 이렇게만 묘사하고 나면 특별할 것 없는 소요하는 이의 심경을 담은 시가 된다. 그러니 수련과 함련이 백미라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다. 이 구절만큼 김시습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만종의 도를 깨친 이가 아니라면 어찌 이런 말을 하랴[非悟道者, 寧有此語].’라는 평가가 아주 제대로 된 평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경련(頸聯)과 미련(尾聯)을 빼면 말이다. 하지만 교수님은 전혀 다른 생각을 전해줬다. 여기서 평가하는 도를 깨우친 자라는 평가는 수련과 함련 때문이 아니라, 경련과 미련 때문에 내릴 수 있던 평가라는 얘기다.

5구의 시간은 새벽 시간대고, 6구는 낮 시간대이며, 7~8구는 저녁 시간대다. 즉 이 4구의 시로 하루를 온전히 표현했다는 얘기다. 그건 마치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넌센스 퀴즈 중에 아침엔 발이 4개 점심엔 발이 2개 저녁엔 발이 3개인 것은?’이라는 게 있다. 그 정답은 바로 사람인데, 어렸을 때 인간은 4발로 기어 다니고, 커선 두 발로 직립해서 걷다가, 늙어선 지팡이를 짚기에 3발이 된다. 이처럼 이 시도 하루라는 시간을 5~8구의 시간 변화를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宿露未晞山鳥語 새벽
春風不盡野花明
短笻歸去千峯靜 저녁
翠壁亂烟生晩晴

 

이 시도 이처럼 생각할 만한 여지가 있다. 새벽엔 어릴 때의 비유로 볼 수도 있고, 점심엔 젊은이의 비유로, 저녁엔 늙은이의 비유로 읽을 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교수님은 이 테마 자체가 자연순응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바로 그런 점을 알았기 때문에 홍만종은 도를 깨우친 자라는 평을 한 것이다. 이 시는 그래도 좀 더 제대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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