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고개, 어떤 내용인가?
이제 이 『몽구』의 592구절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 살펴보자 한 마디로 말하면 ‘고대의 온갖 종류의 인간들의 삶’이다.
『몽구』의 최대 특징은 등장 인물이 매우 다양하다는 데에 있다. 더구나 그 인물들은 고전에서 연상할 수 있는 착하고 선하며 뛰어난 역량을 지닌 전형적인 주인공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마다 갖고 있는 진한 색깔과 냄새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그 중에는 나라를 잘 다스린 뛰어난 성군, 한 사람의 욕심으로 나라를 망가뜨린 멍청한 군주, 천자를 잘 보필한 현명한 재상,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나라를 망친 잔혹하고 사악한 신하, 국가의 위태로움을 한 몸으로 구출한 용맹한 전사, 천하를 경영하기 위해 일생 동안 분주하게 뛰어다닌 영웅호걸, 백성들을 어루만진 선량한 아전, 평생 백성들을 등쳐먹은 간사한 아전, 충신과 효자, 나쁜 짓으로 역사에 길이 남은 악인과 무뢰한, 문학을 통해 난세의 백성들의 시름을 달래 준 시인, 일세를 풍미한 총명한 학자, 작품으로 영원히 살아 남은 예술가, 과학 기술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명의와 장인, 무도한 세상을 등지고 자신의 절개를 지킨 은둔자, 신선들과 요괴들, 절개를 지킨 열부, 재주 있는 여인, 집안과 나라를 함께 망친 악처, 음란한 여자, 아름다움으로 이름을 떨친 미인, 못생겨서 유명해진 추남 등. 그밖에도 발명가, 모험가, 천재, 수재, 기인, 연인 등 마치 하나의 ‘인간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여기에는 교훈이 있고, 미담이 있고, 기담이 있고, 진담이 있고, 성공이 있고, 실패가 있고, 기지가 있고, 풍자가 있다. 시대는 위로는 요순시대부터 아래로는 위진남북조시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대에 걸쳐 있다. 이 가운데 제일 많은 것이 육조시대 진나라 사람들의 일화이다.
요약하면 『몽구』는 하나의 장대한 ‘일화집’이고 ‘기담집’이다. 한국이 성리학 사회에서 ‘성군’과 ‘군자’라고 하는 표준적인 인간 이상형을 제시하고 그것만을 우러러보고 따르라고 가르쳤던 것과 달리 『몽구』는 악에서 선을 배우고 추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배우게 해준다.
이 책이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애독하여 현재 이르고 있는 것에는 이렇게 다양한 인물의 삶이 주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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