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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여덟째 고개, 옛날의 어린이 교육에 대하여 본문

고전/몽구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여덟째 고개, 옛날의 어린이 교육에 대하여

건방진방랑자 2019. 10. 1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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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째 고개, 옛날의 어린이 교육에 대하여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학교에 가고 자신의 기호와는 상관없이 국가가 정한 교과 과정에 따라 공부하게 되어 있다. 더구나 갖가지 분야를 한꺼번에 배운다.

 

그러나 옛날에는 교육받는 사람들도 아주 적었으며 교육받는다는 것 자체가 특권을 나타내는 징표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엄청난 교육열과 그에 따른 치맛바람의 한풀이는 바로 그러한 전통적인 의식의 연장선에 서 있는 것이다.

 

이제 이야기를 바꾸어 예전의 시골 서당 문을 열고 그때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무릎을 꿇고 책의 내용을 암송하고 있는 학동, 회초리를 매섭게 휘두르는 스승, 종아리를 걷고 매를 맞는 어린 아이……. 그 유명한 김홍도의 서당 풍경이다. 그러면 그 어린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외웠던 교과서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었을까?

 

가장 먼저 천자문을 배운다. 요즘의 교과서가 나와 너, 아버지와 어머니, 철수와 영희 등 사회의 일상적인 존재들을 익히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천자문은 하늘 천(), 땅지(, 따지라는 훈독은 음을 부드럽게 한 것이다), 검을 현(), 누를 황()의 네 글자가 한 쌍인 구절로 시작한다. 이것은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다. 다음으로 공간을 상징하는 집 우(), 시간을 상징하는 집 주()……. 하늘과 땅 그리고 공간과 시간이라는 우주론을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맨 마지막이다. 바로 어조사인 언(), (), (), ()이다.

 

이로써 보면 과거에는 오늘날과는 달리 글을 처음 배울 때 세계와 우주를 먼저 배우고 마지막으로 문장에 대해 배웠음을 알 수 있다. 천자문몽구의 다른 점은 표제만 있고 그에 대한 해설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튼 예전에는 누구나 외우고 있었고 그걸 생활 곳곳에 활용했다. 예를 들어 족보나 호적의 복수를 천자문의 글자 순서에 따라 배열했으니 외우지 않고는 못 배길 일이다.

 

그 다음에 배우는 책이 추구(推句)계몽편(啓蒙篇)이다. 추구는 역사상 유명한 문장 중에서 다섯 자가 대구를 이루는 문장 만을 골라낸 명언집으로 오언구라는 점과 문학적인 면에 치중했다는 점이 몽구와 다른 점이다. 그리고 계몽편은 산문체로 하늘[], [], 만물[], 사람[]]의 네 편으로 나누어져 편집되어 있다.

 

다음에 많이 배운 책이 사자소학(四字小學)이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큰 이념을 가르치는 책인 대학이 일종의 고등교육기관의 강령이 담긴 책이라면 성리학의 집대성자인 주희가 지은 소학은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의 윤리 교과서이다. 바로 소학을 어린이들이 배우기 쉽게 네 글자씩의 음률에 맞게 재편집한 책이 바로 사자소학으로 조선시대에는 많이 읽혔다. 사자소학의 형식은 몽구를 따르고 있으며 내용은 성리학의 이념을 전파하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

 

사자소학을 배우고 나면 우리 나라의 경우는 동몽선습격몽요결그리고 명심보감을 배우게 된다. 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십 년 가량이다. 열여섯이나 열입곱 살 정도가 될 때까지 몇 가지 주어진 책만을 배웠으니 매우 경제적이지 못한 교육 방식인 셈이다. 윤리 교과서를 외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과학이나 다른 분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으리란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훈장님에게 종아리가 터지도록 맞으면서 배우던 단계를 거치고 난 다음에는 본격적인 철학 수업을 받게 된다. 그 단계에서는 사서삼경을 익히게 되며 과거 시험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과거를 통해 벼슬자리로 나가는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평생 과거 시험만을 준비하는 관료 예비군들이 부지기수로 나오게 된다.

 

그들이 바로 역사극에서 많이 보이는 그 무능하고 나약한 선비들, 영원한 고시생인 셈이다. 그래서 벼슬하지 못하고 죽은 남자의 위패에 현고학생부군(顯考學生府君)’이라고 적은 것이다. 이 뜻은 벼슬 못하고 돌아가신 고시생 아버지란 말로 벼슬자리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전통적인 교육 방법을 무조건 찬양하기 어렵다.

 

 

 

 

인용

목차

첫째 고개, 책이름에 대하여

둘째 고개, 지은이에 대하여

셋째 고개, 어떤 내용인가?

넷째 고개, 독특한 체제에 대하여

다섯째 고개, 본문의 구성에 대하여

여섯째 고개, 고사의 출전에 대하여

일곱째 고개, 몽구를 닮은 책들

여덟째 고개, 옛날의 어린이 교육에 대하여

아홉째 고개, 왜 이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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