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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 들어가는 글 - 『몽구』가 뭐지? 본문

고전/몽구

몽구, 들어가는 글 - 『몽구』가 뭐지?

건방진방랑자 2019. 10. 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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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가 뭐지?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는 나쁜 버릇이 하나 있다. 공부를 시작하려면 책상, 책꽂이 심지어는 평소에는 안 하던 방청소까지 다한다. 일종의 준비 운동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준비운동만 하다가 끝난다는 데에 있다. 연필까지 깨끗이 깎아서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고 계획표를 깨끗이 써서 벽에 붙이고 나면 하루 해가 가고 만다. 그러면 내 마음에서 내일하지. 내일하지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여지없이 그 유혹에 빠지고 만다. 아마 필자의 얘기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책을 읽을 때도 때로는 해제니, 해설이니 하는 앞 잔소리를 읽다가 이내 그 책의 흥미를 잃거나 지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그 과정을 통과하더라도 고전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옮긴이의 관점을 선입견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텅 빈 마음으로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바로 해제를 마지막 문에 두었다.

 

이제 여기서는 읽는 이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궁금증만을 맛보기로 풀어 보자. 그리고 여덟째 문까지 다 두드려 보고 나서 마지막 문에서 몽구의 자세한 배경을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책이름인 몽구가 어떤 뜻인지 알아보자. 우선 한자로 어리석다, 어리다, 어둡다, 뒤집어쓰다, 입다, 덮다라는 뜻의 몽()자와 구하다, 찾다 묻다, 빌리다, 나무라다라는 뜻의 구()자가 더해져 이루어져 있다. 이 두 자의 뜻을 연결해 보면 몽구어리석은 어린 사람이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한다라는 뜻이 된다.

 

이런 책이름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책은 이미 배움의 길에서 벗어난 어른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어리고 무지하지만 이제부터 세상을 배우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들이나 청년들의 목마른 요구에 답하기 위해 만든 책이다. 여러분이 잘 아는 천자문, 소학, 동몽선습과 똑같은 아동 교육서이다. 전통적인 용어로 어린 아이를 깨우쳐 주는 책이라는 뜻의 훈몽서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당나라 왕조가 가장 번창하던 때인 현종 때 사람인 이한(李翰)이다. 높은 벼슬을 하지 못해서인지 행적에 대해 별로 알려져 있는 것이 없다. 다만 은퇴한 뒤에 중국 최대의 호수인 파양호(鄱陽湖) 근처에 자리 잡고 가족과 함께 지냈다고 한다. 바로 이곳에서 노년의 세월을 집안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냈고 이러한 가르침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몽구이다.

 

이한은 아이들이 잘 외울 수 있도록 네 글자씩 이어지는 사자성어식의 시구로 옛사람들의 고사를 담았다. 재잘거리며 따라 외웠을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네 글자로 된 노래로는 옛사람의 고사를 모두 담기 어려웠다. 그래서 스스로 그 온전한 이야기를 뒤에 달아 이해를 도왔다. 이 점이 천자문처럼 글자만 나열된 책들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어떤 원전에서 뽑은 것인지 자세히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용 가운데는 잘못된 곳도 있었다. 바로 이러한 몽구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 가치를 높인 또 한 사람의 지은이가 있었는데 송나라 때 사람인 서자광(徐子光)이다. 그가 이한의 책을 원전들과 대조해서 바로 잡았다. 우리가 읽는 몽구란 바로 이 서자광이 보충한 주석을 읽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등장 인물이나 이야기가 매우 다양하다는 데에 있다. 더구나 그 인물들은 고전에서 연상할 수 있는 착하고 선하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전형적인 왕자(?)나 공주(?)같은 주인공들이 아니다. 저마다 다른 개성과 인간적인 흠까지 과감히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이 책에 실린 592이한의 마지막 말을 더하면 전체 596구절의 고사는 전설 시대로부터 이한이 살았던 당나라 때까지의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책에서 가려 뽑은 것이다. 책의 성격 또한 경전이나 역사책 같은 학술서적에서부터 문집, 설화집, 잡기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몽구는 어떤 입장을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옛사람의 생생한 삶을 그대로 펼쳐 보여줄 뿐이다.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가를 정해 주는 책이 아니라 저마다 적절한 삶이 무엇인가를 선택하게 해주는 책이다.

 

성리학이라는 엄격한 도덕주의로 중국 사회가 덧씌워지기 이전의 옛 중국인들의 삶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자 이제 크게 심호흡을 하고 지혜의 문을 두드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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