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고개, 본문의 구성에 대하여
이제 표제 밑의 본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보자. 모두 똑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비슷한 형식과 순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째, 고사의 출전, 즉 어떤 책에서 뽑았는지가 밝혀져 있다. 여러 역사책, 철학책, 문학책, 설화집, 잡기의 제목을 적어 성실하게 밝히고 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이 출전을 통해서 각 이야기들의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다.
둘째, 등장하는 주인공의 자(字)와 출신 지역이 표시된다. 독자들도 아는 것처럼 옛날 동양에서는 한 사람의 인물이 여러 가지 호칭을 갖고 있었다. 명(名)이니, 자(字)니, 호(號)니 하는 것들이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그 사람의 신분이나 살던 곳이나 인품을 표시하기 때문에 아주 중시됐으며 엄격하게 구분했다.
그렇다면 이런 호칭들이 어떤 경우에 쓰이는지 알아보자. 먼저 흔히 이름이라고 하는 ‘명’은 어린 시절 부모나 집안의 어른이 붙여준 호칭으로 어릴 때 불리는 이름이다. 그리고 자는 성인이 되었다는 신고식인 관례를 치르고 나서 어린 시절부터 부르던 이름 외에 다르게 붙이는 호칭이다. 일반적으로 공적인 관계에서 서로 부를 때 사용한다. 실명을 부르는 것을 피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이나 부모는 아랫사람이나 자식의 실명을 부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호’는 일정한 직위와 나이를 갖추고 나서 고향이나 자신에게 뜻 깊은 지역이나 서재 등과 같은 건물 이름 또는 자기 성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호칭으로 일종의 애칭 또는 별명인 셈이다. 주로 자신을 잘 아는 스승이나 선배가 지어 주었다. 재미있는 점은 호가 자기 성격의 반대 또는 보완적인 면을 살려서 짓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주 각박한 성격이라면 아주 넓고 포용력 있는 호를 지어서 썼다. 이상의 ‘명’이나 ‘자’나 ‘호’는 부르는 사람의 직위나 나이에 따라 또는 친밀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옛날 책을 읽을 때 혼돈을 일으키는 점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제갈량의 이름은 량이고 자는 공명이며, 호는 와룡 선생이다. 옛날에는 사람의 이름과 자와 호를 많이 아는 사람을 유식하고 예절바른 사람으로 보았다.
셋째,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대체로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있다’라고 하는 객관적인 서술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에는 항상 그러므로 이런 저런 벼슬을 했다라고 적고 있다. 옛날에는 인생의 최대 목표가 ‘입신양명(立身揚名)’, 곧 높은 벼슬 자리에 올라가 이름을 드날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줄거리와 별로 상관없어도 덧붙여져 있다. 우리는 그들의 삶의 과정에서 배울 점을 찾아야지 높은 벼슬을 했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 한가지 덧붙여 둘 이야기가 있다. 다름이 아니라 벼슬이름에 관해서이다. 현재 입장에서 보면 원문에 나오는 벼슬이 현대의 몇 급 공무원에 해당하고 무슨 일을 담당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본문에서는 원문의 벼슬이름 앞에 그 벼슬의 직능이나 위치를 약간 풀어서 썼다. 때로는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현대의 비슷한 직명을 사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담당 기능을 중심으로 해서 적기도 했다. 참고하고 읽으면 이해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어사대부’란 벼슬이 있다. 어사란 직위는 “암행어사 출또요~!!!‘할 때의 그 어사다. 그런데 이 어사는 앞에 몰래 다닌다는 뜻의 암행(暗行)이란 글자를 달고 있다. 그러니 몰래 다니면서 감독과 시찰을 하는 관리란 뜻이 된다. 여기서 어사대부란 벼슬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암행어사에서 어사는 앞에서 본 것처럼 감독 및 시찰 기능을 하는 벼슬 이름이다. 거기에다 대부란 말이 붙어 있다. 대부(大夫)는 ‘큰 아비’라는 뜻이므로 해당 벼슬자리 가운데 가장 높은 벼슬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당상관 이상으로 요즘의 사무관 이상의 직급을 표시하는 것이다. 암행어사는 지방을 돌면서 근무하는 외근 담당이지만 어사대부는 지체 높으신 분이니 내근 담당이다. 원래는 재상을 보좌하여 정무를 담당하는 벼슬이었지만 한 나라 이후에는 오로지 탄핵과 감찰을 담당하는 직책이 되었다. 이상이 어사대부의 뜻이다.
이렇게 길다 보니 본문 중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로 표시했다. 첫째는 ‘감사 담당 관리인 어사대부는……’이라고 쓸 수도 있고, 둘째는 ‘현재의 감사원장 격인 어사대부는……’이라고 쓸 수도 있다. 문맥에 따라 적당하게 풀어 보도록 노력했다.
혹시나 벼슬 이름의 표현이 모호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는데 독자들이 양해해 주기 바란다.
인용
'고전 > 몽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일곱째 고개, 『몽구』를 닮은 책들 (0) | 2019.10.18 |
---|---|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여섯째 고개, 고사의 출전에 대하여 (0) | 2019.10.18 |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넷째 고개, 독특한 체제에 대하여 (0) | 2019.10.18 |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셋째 고개, 어떤 내용인가? (0) | 2019.10.18 |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둘째 고개, 지은이에 대하여 (0) | 2019.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