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고개, 독특한 체제에 대하여
이제는 『몽구』의 본문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몽구』는 중국 고대에서 당나라시대까지 여러 철학책, 역사책, 설화집 등과 같은 옛사람의 저서에서 여러 방면에 걸쳐 교훈적이고 흥미로운 사실을 널리 뽑아 편찬했다.
그 각 이야기 하나씩을 한자 네 글자로 된 성어로 표현했는데 이것을 ‘표제(標題)’라고 한다. 그리고 이 ‘표제’ 가운데 내용이 유사하거나 비교할 만한 것을 두 개씩 나열해서 어린이가 읽고 쉽게 암송할 수 있도록 했다. 표제는 전부 592개의 구절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원래는 네 글자씩 연결되는 시나 노래인 셈이다. 그런데 이 네 글자의 시는 그냥 아무 글자나 붙인 것이 아니라 모두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첫째, ‘표제’의 앞 두 글자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이고, 뒤의 두 글자는 그 사람의 행적이나 관련된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하나의 표제는 뒤의 표제와 대비되어 짝을 이루고 있다.
둘째, 이들 두 개의 ‘표제’는 대구를 이루고 짝수 구절의 끝 글자가 운(韻)을 밟고 있다. 그러니 여덟개의 표제어에 네 개의 공통적인 운이 있는 형식을 취한다. 다만 결말 부분만 네 개 구절에 두 개의 운을 이루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처음의 16개 구절을 예로 들어보겠다.
운자 동(東)
王戎簡要 裴楷淸通 孔明臥龍 呂望非熊
왕융간요 배해청통 공명와룡 여망비웅
楊震關西 丁寬易東 謝安高潔 王導公忠
양진관서 정관역동 사안고결 왕도공충
운자 우(虞)
匡衡鑿壁 孫敬閉戶 郅都蒼鷹 寗成乳虎
광형착벽 손경개호 질도창응 영성유호
周嵩狼抗 梁冀跋扈 郄超髥參 王珣短簿
주숭낭항 양기발호 극초염참 왕순단부
그렇다면 『몽구』의 지은이는 왜 이렇게 운자를 붙여서 시를 지은 것일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학습 받는 아이들이 입으로 외우기에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아동들은 스승에게서 내용을 듣고 표제의 ‘음’과 ‘훈’을 입으로 따라 부르고, 이어서 모두 암송했다.
운이란 것도 어렵게 생각할 것이 못 된다. 시조를 보면 마지막 구절의 맨 앞의 단어를 세 글자로 하여 음을 살린 것과 같은 이치이다. 더구나 한자는 대부분 한 글자에 하나의 소리와 하나의 뜻으로 이루어진 뜻글자이므로 소리글자와 달리 이렇게 음률을 맞춘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더구나 한자에는 높낮이와 리듬을 가리키는 성조가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민요 모음집인 『시경』의 시가 거의 사언시를 기초로 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언시라고 하는 형식은 다른 시 형식보다 소박해서 아주 자연적이고, 박자가 좋아 낭송하는 데에 알맞다. 이 네 글자의 표제를 아이들이 염불을 따라 외우듯 불렀을 것이다. 서당 풍경에서 흔히 생각되는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를~황, 가마솥에 누룽지……’하는 낭송식 교육 방법의 원조인 셈이다.
다만 사언시는 박자는 좋지만 다섯 자로 된 오언시나 일곱 자로된 칠언시 등에 비해서 글자 수가 적다. 겨우 네 글자로 하나의 고사를 나타내고자 하면, 아무래도 상징적인 표현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네 글자 가운데 위의 두 글자는 사람의 호칭이고, 그 호칭과 결부된 이야기는 남은 두 글자로 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듣자마자 의미를 갖는 말이 된다.
그러나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이 ‘표제’의 시는 이야기를 생각해내는 힌트이거나 의문 부호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아무런 내용도 알지 못하는 어린이에게는 암기한 구절이 단지 소리의 나열로밖에는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고사를 정확하게 적은 주석이 필요하게 된다.
가르치는 어른의 희미한 기억에 의존한 설명은 불충분하므로, 그 이야기의 출전을 분명히 알려 주고 거기에 기초를 둔 올바른 지식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운문에 내용을 설명해 주는 주석문이 필요했고, 주석이 있음으로 해서 운문도 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몽구』는 네 글자의 표제어가 두 구절씩 제시되고 그 다음에 출전과 내용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몽구』라고 하면 네 글자의 운문 뒤에 붙여진 주석이 생각나는 것이다.
옛날에 아동들이 스승의 선창을 따라서 낭송하는 모양은 흡사 승려들이 불경을 암송했던 모양과 비슷했을 것이다. 전해지는 기록에 ‘학문을 권하는 곳[勸學院]의 참새들이 『몽구』를 지저귄다’라고 묘사하고 있으니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옛날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표제가 전부 592구이고 마지막에 이한이 『몽구』를 만든 뜻을 네 구절로 만들어 덧붙여 모두 596 구절로 이루어져 있다.
인용
'고전 > 몽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여섯째 고개, 고사의 출전에 대하여 (0) | 2019.10.18 |
---|---|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다섯째 고개, 본문의 구성에 대하여 (0) | 2019.10.18 |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셋째 고개, 어떤 내용인가? (0) | 2019.10.18 |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둘째 고개, 지은이에 대하여 (0) | 2019.10.18 |
몽구, 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 첫째 고개, 책이름에 대하여 (0) | 2019.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