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 고개, 『몽구』를 닮은 책들
『몽구』는 그것이 창작된 시대보다도 송나라 때 크게 유행해서 진진손이란 사람은 ‘온 세상 사람들이 『몽구』를 암송하고 있고, 어린 아이의 교육[小學]에서 깨우치게 하는 데 첫 번째 단계다’라고 기록하고 있을 정도이다. 송나라 말기에 나온 서자광(徐子光)의 『보주몽구』도 이러한 세태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몽구』가 널리 읽힌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옛 이야기를 네 글자의 시로 만들어 배열했다는 점에 있다. 그 발상이 꽤 매력적이었고 형식이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몽구』가 세상에 나온 이후에 『몽구』를 닮은 책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
『속몽구』, 『좌씨몽구』, 『십칠사몽구』, 『순정몽구』, 『석씨몽구』처럼 책이름에 ‘몽구’라고 하는 두 글자가 붙여져 있는 것들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또 유명한 『천자문』이나 『사자소학』처럼 ‘몽구’라는 글자를 넣지는 않았지만 『몽구』를 모방해서 운문 형식의 고사집을 만든 경우도 많았다.
또 중국 최대의 목록집인 『사고전서총목제요』에는 송나라 서백익이 편찬한 『훈녀몽구(訓女蒙求)』 1권도 실려 있어 여성의 교육을 위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도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수백 종의 닮은꼴 책들이 있다. 이렇게 많은 책들이 『몽구』의 형식을 본떠 만들어진 것은 어린이들에게 암기시킬 고사를 기억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자성어가 버리기 어려운 매력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청나라 때가 되자 이러한 전통은 쇠퇴해진다. 오히려 일본에 전래된 뒤에 계속 유행하다가 명치시대의 개혁이 시행된 뒤에 주목되고 다시 발굴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이규경(李圭景)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몽구사고운대변증설』이라는 글을 싣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이 글에서 조선에서 미암 유희춘이 『몽구』를 지었다는 사실과 운을 맞춰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장점을 칭찬하고 있다. 게다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장년 층에게도 유용한 책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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