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모르기에 갈 뿐
길고도 길게 ‘사후적 지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 이유는 바로 광진Iwill센터(이하 광진센터)와의 인연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미 작년에 썼던 글을 통해 광진센터와의 인연에 대해 짧게 말한 적이 있다. 어찌 보면 이 글은 그 글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 작년 찬혁쌤과 아이들의 호흡은 최고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두 편의 영화를 남겼다.
광진iwill센터와의 인연을 통해 사후적 지성을 느끼다
그때는 한 학기동안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부분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돈독한 우정을 쌓았었다. 그렇기에 그런 내용을 풀어내본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올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더욱 스파크가 팍팍 튀고, 앎의 희열이 일렁이는 관계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이래서 ‘사전적 지성’으론 결코 예측할 수 없고, 오로지 믿고 함께 가보는 가운데 사후적으로만 판단 가능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엔 두 가지 부분에서 달라졌다. 첫째, 프로젝트 기간이 훨씬 늘었다는 점이다. 작년엔 한 학기만 진행되었기에 시간이 매우 짧아서 두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모든 시간을 다 써야만 했다. 그에 반해 올핸 일 년이란 시간동안 진행되니, 서로가 레포Rapport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고 영화를 제작하는데도 디테일한 것까지 다듬으며 할 수 있었다.
둘째, 인원이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이 말을 잘못 들으면 ‘단재학교 학생들이 올해 많이 늘었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먼저 밝힌다. 작년엔 4명의 영화팀 아이들만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일정을 진행한데 반해, 올핸 고2 학생들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7명의 아이들이 함께 떠들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때론 ‘여기가 도떼기시장인가?’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지만, 그래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멤버들이 있다는 사실은 힘이 되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더 활기찼고, 함께 해나가는 즐거움도 가득했다.
▲ 작년엔 남양주종합촬영소를 갔지만, 올핸 미디어센터에 가서 5컷 영화를 찍었다.
여기에 덤으로 지도교사가 바뀌었다는 점도 첨가해야겠다. 작년엔 전찬혁 선생이 영화팀 아이들과 활동하며 환상적인 케미를 보여줬다. 그런데 올핸 전찬혁 선생이 업무지원팀으로 가면서, 작년에 처음 단재학교에 전찬혁 선생과 왔었던 김미경 선생이 맡게 되었다. 그런데 미경쌤도 유쾌하여 에너지가 넘칠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이다 보니 아이들과 색다른 케미를 발산하며 한 해를 신나게 보낼 수 있었다. 이것 또한 큰 변화지만 뺀 이유는 찬혁쌤이나 미경쌤이나 오랜 시간동안 청소년들과 활동해 오신 분들이라 위화감 없이, 갈등 없이 함께 어우러지며 그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단재학교와 광진센터와의 만남은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마주쳤고 나름의 울림을 만들어 냈다. 그 당시만 해도 찬혁쌤의 “컴퓨터,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영화를 찍어보고 상영회를 하고 싶다”는 제안이 맘에 들어서 시작되었지만, 이렇게까지 긴 시간동안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러니 이런 모든 것은 결코 그 당시의 잣대로만 생각하여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사후적 지성에 따라 알 수 있는 것이란 얘기다.
▲ 올해는 미경쌤이 아이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들이 쌓여가고 있다.
2016년 꿈틀이 축제, 그 현장으로
다음 후기에선 광진iwill센터의 일 년을 마무리하는 ‘꿈틀이 축제’에 참석한 후기와 아이들이 의견을 모아 함께 개발하여 ‘아이디어 발표대회’에서 발표한 ‘좀비어택’이란 보드게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민석이가 제작한 ‘DREAM’이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결과적으로 우린 ‘꿈틀이 축제’에 아이디어 발표회와 영화 상영회, 두 가지 순서에 참여하게 되면서 얼핏 보면, ‘올해 초부터 계획하고 열심히 준비했겠구나’라는 인상을 남기게 했다.
▲ 영화도 제작했고, 보드게임도 만들어 발표대회에도 참여했다. 아주 기분이 좋던 순간들.
하지만 “애초에 우린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저 미경쌤을 따라 열심히 활동을 했던 것뿐이다. 그러다 자연히 영화를 찍게 됐고, 하필 그날 만들기 시작한 보드게임을 보고 미경쌤이 ‘아이디어 발표대회’라는 중요한 소스를 줘서 얼떨결에 참석하여 발표하게 됐던 거다. 계획이 아닌 흐름이 있었을 뿐이다”라고 과감히 말할 수 있다.
▲ 아주 기고만장해 있다. 하지만 전혀 기고만장해 보이지 않는다. 가장 기쁜 순간을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니 말이다.
인용
2. 모르기에 갈 뿐
8. 단재학교 영화팀 5번째 작품, ‘DREAM’ 제작기
10. 돈 돈 돈, 그것이 문제로다
11. 돈 앞에서도 배려심을 발휘한 단재학교의 대중지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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