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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학교와 광진Iwill 콜라보 - 8. 단재학교 영화팀 5번째 작품, ‘DREAM’ 제작기 본문

연재/만남에 깃든 이야기

단재학교와 광진Iwill 콜라보 - 8. 단재학교 영화팀 5번째 작품, ‘DREAM’ 제작기

건방진방랑자 2019. 12. 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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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단재학교 영화팀 5번째 작품, ‘DREAM’ 제작기

 

지켜볼 수 있는 마음이 어찌 보면 단재학교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도 광진센터와 협업을 하게 되면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미경쌤은 매주 아이들과 모여 영화의 컨셉,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경썜과 단재 아이들의 콜라보. 마치 가족 같다.   

 

 

 

DREAM은 김민석 감독 작품이 아닌 오현세 감독 작품이었다?

 

이때 가장 전면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 사람은 현세와 규빈이였다. 현세는 여러 영화를 봐왔고, 평소에 창의적인 스토리(아이덴티티란 영화의 내용을 듣고 거기에 착안하여 만든 영화가 Fakebook)를 많이 생각해왔기에 거침없이 스토리를 이야기해줬고, 거기에 규빈이가 살을 덧붙여주면서 신선한 시나리오가 금세 만들어졌다. 그걸 토대로 규빈이가 혼자서 끙끙대며 콘티까지 완성함으로 일사천리로 영화 제작을 위한 사전 작업은 완료가 되었다.

그때만 해도 올해는 한 학기에 영화 한 편씩 만들어서 총 두 편을 완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그만큼 아이들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순식간에 시나리오가 써졌고, 심지어 콘티까지 완성되었다. 이렇게 잘 되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전체 감독을 맡았던 현세가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될 상황에 처하며 모든 계획은 흐지부지 되었다. 프랑스에 가기 전까지는 두 달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책임을 지고 마무리까지 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미 맘이 떠버린 현세는 더 이상 개입하려 하지 않았고, 그렇게 영화 제작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작년에 GAME OVER란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민석이를 대타 감독으로 세우기로 했지만, 중간에 이어받게 되면 내용도 잘 모르고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에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이미 영화를 제작해본 경험을 살려서, 이 영화를 편집까지 마무리 지어봐라고 닦달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민석이 입장에선 이렇게 떠넘겨져 받게 된 상황이 억울해질 것이고, 그렇게 울분이 쌓이면 내가 뒤처리하는 사람인 줄 아세요라고 화를 내며 아예 손 놓게 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현세가 빠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민석이가 떠맡게 되었다. 서로의 감정이 보이는 듯한 사진이다. 8월 24일의 모습.   

 

 

 

김민석 감독이 두 번째로 메가폰을 잡게 되다

 

이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밀어붙이거나, 해야만 되는 당위를 설명하기보다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민석이가 마음을 가다듬고 이걸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리고 잘 끝맺을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다.

물론 민석이를 잘 알지 못했다면, 이렇게 하는 건 매우 힘들었을 것이고 중간 중간에 개입하여 내가 원하는 그림대로 돌아가게 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석이와 5년을 생활하며 처음과는 달리 많은 부분이 성숙해졌고, 책임감까지 강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2013년에 지리산에 등반할 때, 그걸 다큐멘터리로 만든 그 날의 생존자들을 편집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책임감이 있거나 많은 부분이 성숙하진 못했었다. 그러니 편집을 하면서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고, 그저 한 장면씩 붙여서 묶기에만 바빴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렌더링도 잘 되지 않아 학습발표회 때 다큐가 멈추는 사고까지 발생했을까?

 

 

2013년의 학습발표회는 최고였지만, 이 때 [그 날의 생존자들]은 상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시간들을 함께 하며 점차 책임감도 커졌고 성숙해졌다. 작년에 낙동강에서 한강까지 달렸던 자전거 여행 중에도 민석이는 영화팀을 챙기려 무진장 애썼고, 작은 발표회 당시엔 아카펠라를 연습하기 위해 여러 아이들을 모으려 애썼다. ‘나의 일이라 생각하니, 누군가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하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모두 봐왔었기 때문에, 크게 여러 말 하지 않고 지켜보고 응원해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일사천리로 촬영을 진행하고 편집을 하는 건 아니었다. 발표회는 11월에 있기에 2학기를 시작할 당시엔 아직 시간은 많다고 생각하는 게 역력했다. 그러니 학교가 끝나고 아이들과 피씨방에 갈 시간은 있었어도, 촬영할 시간은 없었던 것이다.

누구나 시간이 많다고 생각할 땐 분발하지 않게 된다. 예전에 임용을 준비할 때에도 나 또한 그 마음은 똑같았다. 분명히 매주 스터디를 했고 매일 공부를 했지만, 아직 1년 가까이 남았다는 생각에 좀 더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다 거의 한 달 정도의 시간만 남게 되면 그제야 마음이 조급해지며 부랴부랴 못했던 공부를 하기에 바빠졌다. 이건 민석이만의 문제가 아닌, 거의 모든 사람들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니, 피씨방에 갈 시간은 있어도 영화를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할 생각은 없었다.   

 

 

 

집착력과 책임감으로 영화를 만들다

 

그러다 10월에 접어들고 나서야 겨우 발표까지는 한 달밖에 남지 않았고, 민석이도 처음으로 편집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찍어놓은 영상들이 꽤 있었기 때문에 편집하여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영상의 퀄리티를 보니 많은 부분이 떨어졌다. 카메라 위치가 잘못된 영상, 주변의 소음이 너무나 큰 영상, 왜 찍었는지 모르는 영상까지 뒤범벅으로 섞여 있었다. 그러니 그 순간 민석이는 이거 너무 대충 찍었는데라는 후회가 물 밀 듯 밀려왔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정도의 후회를 느끼는 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음에 찍을 땐 좀 더 생각해보고 찍을 테니 말이다.

 

 

재촬영 스케쥴에 따라 열심히 하는 민석이와 배우들. 

 

 

그렇게 궁지에 몰리고 나자 정신이 번쩍 들던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좀 더 찍어야 할 부분과 내레이션을 따야할 부분을 나눠서 정리하더라. 그리고 그때부터 재촬영을 하며 뭔가 이상한 부분들을 다시 찍기 시작했고, 말이 씹히는 부분은 후시녹음까지 했다. 분명히 함께 만드는 영화지만, 아이들은 오늘 영화 촬영이 있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하며 이미 찍은 거 활용하지 뭘 다시 찍어?”라고 불퉁스럽게 말할 때에도 민석이는 짜증내지 않고 그런 아이들을 잘 챙겨서 마무리까지 지을 수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 작년에 만든 GAME OVER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작년 영화는 출연하는 인물도 많지 않을뿐더러 이틀 동안 집중적으로 완성한 작품인데 반해, 이번엔 단재학교 모든 학생들과 작업을 했고 거의 반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건 분명히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에 완성이 가능했다. 이런 부분에서 민석이의 책임감과 마무리 짓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빛을 발했던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115일이 영화 상영회를 해야 하는데, 민석이는 114일까지 모든 열정을 퍼부어 작품을 마무리 지었다. 늦게 시작했기에 늦게까지 마무리 짓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이렇게 붙잡고 있는 데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어느 정도의 완성도에 다가가려는 집착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들어진 김민석 감독의 2번째 작품이자, 단재학교 영화팀의 5번째 작품을 이제 감상해보자.

 

 

 

민석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  

 

 

인용

목차

사진- 콘티 / 활동

1. 기지에 투항 말고, 미지에 투신하라

2. 모르기에 갈 뿐

3. 2회 꿈틀이 축제의 추억

4. 3회 꿈틀이 축제에 가보자

5. 좀비어택카드게임을 만들다

6. 좀비어택이란 게임을 발표하기까지의 우여곡절

7. 비전문가가 영화팀을 꾸리다

8. 단재학교 영화팀 5번째 작품, ‘DREAM’ 제작기

9. 멋지게 발표하여 상금은 받았지만...

10. 돈 돈 돈, 그것이 문제로다

11. 돈 앞에서도 배려심을 발휘한 단재학교의 대중지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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