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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단재학교와 광진Iwill 콜라보 - 11. 돈 앞에서도 배려심을 발휘한 단재학교의 대중지성들 본문

연재/만남에 깃든 이야기

단재학교와 광진Iwill 콜라보 - 11. 돈 앞에서도 배려심을 발휘한 단재학교의 대중지성들

건방진방랑자 2019. 12. 1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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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돈 앞에서도 배려심을 발휘한 단재학교의 대중지성들

 

그래서 상금은 토요일에 받았지만, 상금 배분을 위한 회의는 그 다음 주 목요일에 진행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그냥 얘기하게 하면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고 비아냥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나도 여러 방안을 생각해봤다. 그때 만든 방안은 크게 세 가지였다.

 

 

드디어 5일 만에 상금 배분 위원회가 열렸다. 아이들도 맘을 단디 먹은 게 보인다. 

 

 

 

상금 배분 위원회를 위한 기본 전제 마련하기

 

첫째,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며 자기 이야기만 해야 한다. 자칫 상대방의 기여도 정도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고, 그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막장 스토리처럼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상대방을 배려하며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둘째, 건빵 판단 하에 상대방을 비난한 횟수가 세 번이 될 경우 발언권이 사라진다. 이런 자리일수록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건, 엄청난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상대방에 대해 좀 더 배려하며 말할 수 있도록 이런 조항을 뒀다.

셋째, 서로가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다음 회의로 미뤄지며, 결론이 날 때까지 회의는 무한정으로 열린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야할 필요는 없었기에, 최대한 시간을 두고 모두가 받아들일 만한 결론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이런 조항들은 하나의 기술적인 접근일 뿐이다. 아무리 만들었어도 이걸 지키려 하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게 되고 만다. 결국 기술적인 접근보다 아이들의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마음이 이 회의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일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될 때까지 한다.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되면 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의 원칙이다.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

 

드디어 1차 상금 배분 위원회가 열렸다. 시작하자마자 이 회의의 성격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줬고, 세 가지 조건을 말해줬다. 평상시엔 다들 말도 많고 장난을 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될 텐데, 이땐 상황이 상황이어서 그런지 분위기는 무겁게 짓눌려 있었다. 역시 아이들은 한 없이 어리고 철이 없을 것만 같아 보여도, 이럴 때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자기의 상을 바꿔가며 적응하고 있는 것일 뿐이니 말이다. 우치다쌤이 말한 낡은 목조 건물이란 비유로 한 사람 안엔 다양한 자아가 있다고 표현한 말이 사실이라는 걸 이런 장면에서 여실히 알 수 있다.

 

 

우치다쌤의 주체를 낡은 목조건물이라 봤던 통찰은 탁월했다.  

 

 

솔직히 막상 회의를 시작하면 아무리 기술적인 틀을 만들어 놓았다 할지라도, 서로 언성을 높이며 니가 잘했네, 못했네라고 싸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분이 매우 좋게도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아이들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성숙했고, 서로를 배려하며 말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는 없었다. 어른의 세계에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서비스센터에 찾아가더라도 무작정 소리부터 지르며, 애석하게도 또 그런 사람에게 좀 더 잘해주기도 한다. 분명 아이들도 그걸 알고 있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언성도 높이지 않고 함께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며 방향을 잡아가고 있으니, 굳이 내가 개입하여 상황을 정리할 필요도 없었다.

 

 

아이들은 조곤조곤 말을 나눴다. 보기 있는 내가 다 뿌듯할 정도다.  

 

 

회의는 40분 만에 끝났다. 누구 하나 소리 지르는 사람은 없었고, 감정이 상할 만한 일도 없었다. 발표대회의 기여도를 정할 때, 기여도에 따라 상금을 얼마로 할지를 정할 때 약간의 갈등은 있었지만, 그때에도 아이들은 슬기롭게 해결해 나갔다. 서로의 의견을 묻고 한 명이라도 못마땅하게 생각하면 그걸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 다수결이라며 폭력적으로 분위기를 몰아가지 않고 소수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고민한 것이다. 그러니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고 각자의 의견을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러니 회의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아이들은 한결 차분해져갔고,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져갔다.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현명했고, 누구보다도 성숙했다.   

 

 

 

3회 꿈틀이 축제는 선물 보따리

 

이쯤 되니 솔직히 상금을 버리고 싶었다는 말은 취소하고, ‘오히려 거금의 상금을 받은 덕에 아이들의 성숙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라는 말로 바꾸고 싶다.

욕심 앞에선 어른이나 아이가 따로 없다. 그러니 뉴스에서 돈 앞에 한없이 추해진 어른들을 쉽게 볼 수 있지 않은가. 결국 그 사람의 성숙도는 그런 욕심 앞에서 어느 정도 욕심은 내려놓을 수 있느냐, 그러면서 서로를 얼마나 배려할 수 있느냐?’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만큼 소탐대실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난 이번 일을 통해 아이들에게서 그런 희망과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이건 어떤 학교 교육으로도 배울 수 없고 경험해볼 수 없는 산교육의 장이었기에 더욱 각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제3회 꿈틀이 축제는 우리에게 단합과 영광, 그리고 성숙까지 선물 보따리를 한 아름 안겨주고 막을 내렸다.

 

 

함께 해서 즐거웠고, 나눠서 행복했던 우리들의 축제가 그렇게 끝났다. 

 

 

인용

목차

사진- 콘티 / 활동

1. 기지에 투항 말고, 미지에 투신하라

2. 모르기에 갈 뿐

3. 2회 꿈틀이 축제의 추억

4. 3회 꿈틀이 축제에 가보자

5. 좀비어택카드게임을 만들다

6. 좀비어택이란 게임을 발표하기까지의 우여곡절

7. 비전문가가 영화팀을 꾸리다

8. 단재학교 영화팀 5번째 작품, ‘DREAM’ 제작기

9. 멋지게 발표하여 상금은 받았지만...

10. 돈 돈 돈, 그것이 문제로다

11. 돈 앞에서도 배려심을 발휘한 단재학교의 대중지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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