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늦지 않던 민석이가 늦은 이유
정말 오랜만에 트래킹을 가는 느낌이다.
▲ 산성역에서 개찰구로 올라가는 길. 경사가 아주 심하다. 도대체 얼마나 깊은 곳에 만들어진 걸까?(심도 55.4M로 두번째로 깊은 역이란다)
한 달 만에 트래킹을 가다
1월과 2월엔 트래킹을 하지 않았다. 단재학교는 매년 2월에 개학을 했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1월 마지막 주에 개학을 했고, 그에 따라 1월과 2월은 워밍업을 하는 기간으로 계획했다. 그래서 1월에 개학하자마자 개학여행으로 2박3일 동안 스키장을 다녀왔고, 2월엔 ‘학생이 만드는 학교’라는 테마로 학생들이 직접 커리큘럼을 만들어 한 달 동안 진행했다.
▲ 2월에 함께 진행된 학교 도배하기 프로젝트로, 아이들은 힘을 모아 도배를 했고 학교는 훨씬 산뜻해졌다.
이런 이유로 3월부터 원래의 커리큘럼대로 진행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격주 금요일마다 트래킹을 가게 되었다. 3월엔 통인시장과 롯데월드를 다녀왔고, 4월엔 어린이대공원과 평화의 공원을 다녀왔다. 두 달 동안은 원래의 계획에 맞게 두 번씩 트래킹을 다녀온 것이다.
하지만 5월엔 단 한 번도 트래킹을 가지 못했다. 이런 급격한 변화 때문에 누군가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런 건 아니다. 5월엔 행사가 많은 관계로 그랬을 뿐이니 말이다. 첫째 주엔 단기방학으로, 둘째 주엔 남이섬으로 단체여행으로, 셋째 주엔 요리수업으로, 넷째 주엔 리빙 라이브러리가 진행됨으로 트래킹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 달 동안 트래킹의 ‘트’자도 나오지 않으며 보내다가, 6월이 되어서야 ‘트’라는 단어가 나오게 된 것이니, 어찌나 생소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후기는 ‘정말 오랜만에 트래킹을 가는 느낌’이라는 말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 5월엔 남이섬으로 전체여행을 갔고, 여러 일들로 트래킹은 할 수 없었다.
삼가 민석이의 넋에 애도를 표합니다
원랜 남한산성에 가는 것이었다. 남한산성에 가는 방법은 마천역에서 모여 산을 타고 서문까지 올라가 산성을 타고 트래킹을 하는 방법과 성남에서 버스를 타고 남한산성에 도착하여 걸어 다니는 방법이 있다. 지금껏 남한산성을 갈 땐 등산코스로만 잡았기 때문에 마천역 루트로만 갔었다.
▲ 2013년 3월 1일에 중등팀과 함께 마천역 루트로 올랐다. 땅을 질퍽거렸지만, 최고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날은 ‘등산을 하자’는 목표가 아니라, ‘남한산성의 계곡에 가서 놀면서 쉬고 오자’는 목표였다. 그래서 10시까지 산성역에서 모이기로 한 것이다.
제 시간에 모이는 아이들은 이때도 예외가 없이 제대로 모였으나,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이때도 늦었다. 현세는 15분가량 늦었으며, 민석이는 야외활동 때는 거의 늦지 않지만 이때는 특이한 상황 때문에 늦었다.
그땐 그러려니 했으나 민석이가 쓴 후기를 읽어보니, 지하철을 반대방향으로 타는 바람에 늦었다고 하더라. 요즘 민석이가 정신을 어디에다 팔고 다니는지 영 알 수 없기도 하다. 최근에는 거의 새벽 2~3시가 되어서야 잠을 자기에(늦게까지 단체톡을 하며 새벽시간을 즐긴다는 후문이 돌고 있음), 학교에 오면 거의 정신이라도 있고 없고한 상태(이런 걸 전문어로 ‘넋이 나간 상태’라고 함)이니 말이다. 민석이가 쓴 후기에서 ‘내가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건지’라고 표현할 정도라면,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여서 정신이 혼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삼가 민석이의 넋에 애도를 표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 늦은 현세가 부랴부랴 개찰구를 통과하려 하고 있고, 지민이는 그런 현세를 처단(?)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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