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험난한 남한산성 가는 길
지훈이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전혀 받지 않는다. ‘오늘은 나오지 않으려 아예 맘을 먹었나 보다’고 판단을 하여 우리끼리 출발하기로 했다. 2번 출구로 나가 버스정류장에 섰다. 시간이 간당간당하다. 아침 7부터 저녁 9시까지
▲ 9번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
모임시간에 늦는 아이들에게 고함
는 30분 안에 환승을 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이미 시간은 10시 26분이 넘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산성역의 개찰구를 나올 때가 몇 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9시 57~58분 사이였을 것이다. 그러니 운이 좋으면 환승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요금을 두 번 내야할 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늦는 사람 탓에 먼저 온 사람만 피해를 입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다행히 9번 버스는 곧바로 왔고 버스에 탈 수 있었다. 과연 환승이 될 것인가? 아이들이 먼저 탈 수 있도록 뒤에 서서 상황을 살펴봤다. 환승이 되느냐의 여부는 단말기에 카드를 가져다 대면 “감사합니다(학생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환승시간이 지난 것이고, “환승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환승이 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탈 때 보니 태기와 성민이는 환승이 되지 않았고, 지민이는 환승이 됐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단말기에 카드를 가져다 대니, “환승입니다”라는 반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라.
늦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건 바로 이것이다. 룰을 지키면 손해를 보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면 피해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제 시간을 지킨 사람이 오히려 늦은 사람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한다면, 그건 기가 막힐 노릇이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 순간엔 ‘제 시간을 맞춰서 가는 사람이 바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민석이가 쓴 남이섬 여행기엔 아예 “막상 이렇게 늦게 오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출발 시간이 늦어지니, 나 역시도 ‘한 10분쯤 늦게 가면 딱 맞겠지’라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되더라”라는 말을 쓴 것이다.
그렇기에 매번 늦는 아이들은 한 번쯤은 제 시간에 맞춰 오려고 애쓰는 아이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당연히 어쩌다 한 번은 늦을 수 있지만 그게 너무 당연시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 노력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시간과 돈이 중요한 만큼,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건 중요하니 말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관점을 바꾸고, 이해심을 넓혀 최대한 나로 인해 제 시간을 지키려는 아이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시간을 지키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 작년 마무리 여행인 유명산 여행 때 회의한 내용. 아이들도 늦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만을 첫 줄에 담았다.
9번 버스는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트?
버스엔 사람들이 가득 탔다. 아무래도 어느덧 봄날이 가고 여름이 성큼 다가온 계절이다 보니, 더 뜨거워지기 전에 푸르른 계절을 만끽하기 위해 남한산성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일 거다. 그래서 우린 앉지 못하고 서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버스가 어찌나 난폭하게 달리던지 마치 롤러코스트를 안전장치도 없이 타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도로마저 제대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성보경영고등학교 옆 도로인 ‘논골로’를 달릴 땐 심한 굴곡과 좁은 도로로 인해 더욱 휘청휘청 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기사님은 거침없이 버스를 전속력으로 몬다. 버스가 굴곡에 튈 때마다 우린 몸이 공중에 뜨며 잠시동안 ‘공중부양’의 짜릿함을 만끽해야만 했다. 그나마 산성대로를 달릴 땐 도로상태도 좋았고 폭도 넓다보니 살 것 같더라.
▲ 드디어 남한산성 올라가는 길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다시 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접어들자, 공포와 불안은 이어졌으니 말이다. 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2차선으로 급격히 좁아졌으며, 급커브인 길도 많아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다행이라면 사람들이 산성대로에서 내려 우리는 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산성으로 향하는 길을 급커브에 따라 삐뚤빼뚤 요동을 치니 없던 멀미까지 일어날 지경이었다.
▲ 곡예운전이 따로 없다.
이건 마치 흡사 전주에서 진안으로 가는 예전 길인 ‘모래재길’의 악몽이나, 카자흐스탄에서 알틴에멜이란 사막으로 갈 때의 불안을 떠올리게 한다고나 할까. 길 바로 옆이 낭떠러지다보니 더욱 무섭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기사님은 하도 그 길을 많이 운전하며 다녀서인지, 우리의 긴장과 불안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운전하여 마침내 남한산성 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늘 걸어서만 올랐던 남한산성을, 버스를 타고 올라간다고 하니 오히려 편할 줄만 알았는데, 막상 버스를 타고 오르는 길도 만만치는 않았다. 우리의 ‘남한산성 트래킹’은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지민이와 사진을 한컷. 우리의 남한산성 트래킹은 이제 시작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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