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골동품 감식안은 완물상지가 아니다
봄 가을 한가한 날에는 마당에 물을 뿌려 쓸고는 향을 살라놓고 차를 끓여 감상하였으나, 늘 집이 가난하여 수장할 수 없음을 한탄하였다. 또 세속에서 이를 가지고 시끄럽게 떠들어 댈까 염려하여 답답해하며 내게 말하였다. “나를 완물상지玩物喪志로 비웃는 자들이야 어찌 참으로 나를 아는 것이겠는가? 대저 감상이란 것은 『시경』의 가르침일세. 곡부曲阜의 신발을 보고서 어찌 느낌이 일어나지 않는 자가 있겠으며, 점대漸臺의 북두성을 보고서 어찌 경계하지 않는 자가 있겠는가?” 내가 이에 그를 위로하여 말했다. “감상이라는 것은 구품중정九品中正, 즉 품계 매김을 바르고 공정하게 하는 학문일세. 옛날에 허소許劭가 착하고 간특함을 판별함이 몹시 분명하였다고 하나, 당시 세상에서 능히 허소를 알아준 자가 있단 말은 듣지 못하였네. 이제 여오가 감상에 뛰어나 뭇사람이 버린 가운데서 이 그릇을 능히 알아보고 찾아내었으니, 아아! 여오를 알아줄 사람은 그 누구란 말인가? 春秋暇日, 汛掃庭宇, 焚香品茗, 嘗歎家貧, 而不能收藏. 又恐流俗從而噪之. 則顧鬱鬱謂余曰: “誚我以玩物喪志者, 豈眞知我哉! 夫鑑賞者, 詩之敎也. 見曲阜之履, 而豈有不感發者乎? 見漸臺之斗, 而豈有不懲創者乎?” 余乃慰之曰: “鑑賞者, 九品中正之學也. 昔許劭品藻淑慝, 判若涇渭, 而未聞當世能知許劭者也. 今汝五工於鑑賞, 而能識拔此器於衆棄之中, 嗚呼! 知汝五者, 其誰歟?” |
그러나 안타깝다. 세상 사람들은 골동품에 취미가 있다고 하면, 금세 호사 취미라고 나무라고, 완물상지라고 야단친다. 완물상지, 기물器物로 희롱하여 노는 것에 빠지면 본래의 바른 뜻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군자는 이런 것에 힘써서는 안 된다. 이것은 『서경』에 나오는 성현의 말씀이다. 물건에 뜻을 빼앗기면 학문에서 멀어진다. 도를 멀리하는 사람은 군자라 할 수 없다. 여오는 자신의 골동 취미를 세상 사람들이 이렇듯이 완물상지로 비웃을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더욱이 안목과 재사를 갖추고서도 정작 그것을 사서 제 소유로 할 경제적 능력조차 없으니 그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세상사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것들에 입김을 불어넣어 가치로운 제 빛깔을 드러내 주는 일이 완물상지인가? 그것을 매만지던 옛 고인의 체취를 그리워하며, 나도 그들과 같이 살아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는 것이 완물상지인가? 먹물로 검어진 붓을 정성스레 씻으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릇 위로 물을 흘려서 검은 먹물이 씻겨 내려가고, 마침내 깨끗해진 붓의 물기를 수습해서 다시 筆架에 걸을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제 내가 그 위로 물을 흘리고, 또 먼 훗날에 어떤 사람이 그 위로 물을 흘려 붓을 씻고 마음을 씻겠구나 생각하면 나도 몰래 흐뭇해지는 마음이 있다. 이것이 완물상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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